인천 어린이집 교사의 네 살배기 폭행

제293회 이달의기자상 취재보도1 / 연합뉴스 인천취재본부 윤태현 기자

▲연합뉴스 인천취재본부 윤태현 기자

“손으로 머리를 1차례 때렸다” 경찰의 설명으로는 숨을 헐떡이며 흐느끼는 부모들의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은 살인사건 현장검증에서나 마주하는 피해자 가족들의 개탄과 흡사했다. 얼마 뒤 보육교사가 아동을 때리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보고 나서야 이들의 분노를 공감했다. 곧바로 노트북을 열었다.


인천 송도 어린이집 폭행사건 기사에 대한 반응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도 교사의 폭행과 학대가 있었다”는 제보가 곳곳에서 빗발쳤다. 잇따라 수십 건의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기사화됐다.


피해아동 부모의 분노는 전국 부모들의 공분이 됐다. 부모들은 급기야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송도 어린이집 폭행사건 발생 수 일 뒤 인천시청 앞에서 열린 아동학대 근절 촉구 집회에서 한 부모의 호소는 아직 기억에 남는다. 이 부모는 “넘어져 다친 아이의 상처는 병원에서 치료할 수 있지만 폭행을 당한 아이의 상처는 어디서도 치료할 수 없다. 우리는 CCTV를 믿기보다 사랑으로 가르치는 교사를 믿고 싶다”며 보육교사 처우 개선을 촉구했다. 


곧이어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가 국회에서 급물살을 탔다. 더불어 보육교사 선발 과정과 근무환경 개선이 논의됐다. 폐쇄됐던 송도 어린이집은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재개원했지만 아동학대에 대한 감시는 숙제로 남았다.


이 사건을 취재하면서 어린이집에는 폭력이 있을 수 없다는 어른들의 착각, 직장 때문에 아이가 폭력에 노출됐는지 몰랐다는 부모들의 자책, 폭행의 충격으로 입을 닫은 피해아동들의 심정 등은 부족한 취재력과 글재주로 모두 기사에 담지 못했다. 반성한다. 수상의 영예는 늘 따끔한 조언을 아끼지 않은 선배들과 동고동락하는 동기에게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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