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에 빠진 YTN, 조준희 카드 통할까

"경영안정 위해 금융맨 영입"
깜짝 등장에 낙하산 의혹도
젊은 기자들 사원총회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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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이사회가 지난 2일 차기 사장에 조준희 전 IBK기업은행장을 내정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예상치 못한 ‘깜짝’ 인사에 30년 넘게 은행에서 잔뼈가 굵은 ‘금융맨’의 방송사 사장 내정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YTN은 오는 20일 주주총회를 열고 선임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조 내정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좋은 경영으로 좋은 방송을 만들겠다”며 “경영자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역할”이라고 말했다. 언론인 출신이 아니라는 우려에 “경영자 혼자 모든 것을 다하는 것은 아니다. 방송 전문가들과 지혜를 모아가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직자 문제와 관련해선 “하루아침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취임 후 지혜를 모아 하나하나 풀어가겠다”고 했다.


YTN은 조 전 은행장을 내정한 이유로 경영 안정화를 꼽고 있다. 종편 등장 이후 방송 환경이 재편되면서 매년 광고 매출은 하락하고 시청률은 추락하면서 YTN은 고전을 면치 못해왔다. 지난해 260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12년 만에 적자로 전환한 것이 극명하게 보여준다. 전문경영인 출신인 조준희 카드로 YTN의 경영위기를 타개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YTN 이사회가 지난 2일 조준희 전 IBK기업은행장을 차기 사장으로 내정했다. YTN은 오는 20일 오전 상암동 YTN뉴스퀘어 1층 YTN홀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사장 선임안건을 의결한다. (뉴시스)

하지만 이사회 개최 날짜와 장소, 사장 후보까지 베일에 가려진 데다 후보군에 없던 조 내정자가 깜짝 등장하면서 권력의 낙하산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YTN노조가 “어떤 경로로, 누구의 추천을 받아, 어떤 검증 과정을 거쳤는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권력과 연관 있는 낙하산’일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사회에 참석한 한 이사는 “대주주의 추천이 있었다”며 “언론계 인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일부 논의가 있었다”고 했다. YTN 주요주주는 한전KDN(21.43%), 한국인삼공사(19.95%), 미래에셋생명(14.98%), 한국마사회(9.52%), 우리은행(7.40%)이다.


조 내정자가 풀어야 1순위는 ‘소통’이다. 수년째 회사 경쟁력 하락에 내부 위기감은 최고조다. 입사 14년차 공채 7기부터 3년차 14기까지 106명의 ‘젊은 사원들의 모임’이 지난달 사원총회를 제안한 것도 허심탄회한 대화로 위기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회사는 ‘실체가 모호한 임의 단체’라며 장소 제공을 2차례 거부했다. 사측은 지난달 26일 “차기 경영진 구성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과거처럼 부당한 경영권 간섭과 인사권 침해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사규를 신설해 친목 도모 등을 위한 사내 단체 외에는 시설물 사용을 불허한다고 못 박았다.


‘불통’에 뿔난 젊은 사원들은 사내 게시판에 잇따라 성토 글을 올렸다. 한 기자는 “이번 모임은 생존을 논하기 위한 자리”라며 “회사 걱정하는 후배들이 기피 대상인 이유가 무엇인가. 제발 YTN부터 살리자”고 호소했다. YTN 기협 등 직능 4단체와 선배 기자들도 지지의 뜻을 밝혔다. 13기 한 기자는 ‘더 젊은 사원들의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순수한 친목 목적”이라며 다시 자리를 제안했다. 


젊은 사원들의 모임은 “모임의 본질은 ‘대화와 소통’이며 정치적 ‘곡해’는 사양한다”며 “YTN의 ‘운명 공동체’로서 우리 모두의 문제를 함께 나누고 풀어보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소통의 장’은 오는 5일 밤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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