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을 앞둔 지난 주말, 그는 팽목항을 찾았다. 흐린 하늘이 가끔씩 뿌려대는 빗방울 속에서 방파제에 매단 노란 리본이 파들파들 떨리는 모습을 보며 가슴 먹먹함을 견딜 수 없었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었던 곳.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취임 전에 와보길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론노조가 뭘 해야 하는지 분명해졌다. 스스로 침묵했건 침묵하도록 강요당했건 언론이 침묵하면 참사가 일어난다. 80년 5월이 그랬고 2014년 4월이 그랬다.”
김 위원장은 “80년 5월의 언론 상황보다 지금이 훨씬 안 좋다”고 말했다. “그때의 언론이 침묵을 했다면 2014년의 언론은 일부러 외면하고 권력과 야합하고 공모했다. 만약 이런 야합과 공모가 계속되면 더 끔찍한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언론이 장악될수록 민주주의는 위태로워진다. 그래서 언론을 제대로 돌려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짓수는 많아 보인다. 해직자 복직, 부당징계 언론인 원상회복 등. 하나하나만 생각해도 엄청난 문제고 과연 할 수 있을까 생각도 든다. 해법은 하나, 언론을 제대로 되돌리는 것이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느냐. 우리나라 공영방송이 언론 상황을 이렇게까지 만드는 데 굉장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공영방송의 문제, 집약하면 공영방송사 사장을 어떻게 뽑을 거냐 하는 문제가 해결되면 다른 문제들은 쉽게 풀릴 수 있다.”
그래서 언론노조 8대 집행부는 올해 예정된 KBS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 구성과 KBS 사장 선임 과정에 투쟁의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거기서 어떻게든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 우리나라 언론 상황이 이 상태로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지적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임계점에 이르면 끓어 넘치게 돼 있다. 그런 점에서 낙관하기는 어렵지만 비관할 필요도 없다.”
언론인의 헌법이라 할 수 있는 ‘언론장전’ 제정도 그의 공약 중 하나다. 김 위원장은 “2015년 지금 대한민국의 언론은 어떠해야 되는가에 대해 광범위한 토론을 거쳐서 바람직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라며 “보수언론과 진보언론이 만장일치로 합의할 수 있는 언론의 모습을 담아내 그것을 언론의 교과서로 삼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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