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사장 내정자 '광장'으로 나와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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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YTN은 2014년 1년 동안 260억원의 적자를 냈다고 공시했다. 매출도 1063억원으로 3% 이상 줄어들었다. MBC와 SBS 등 지상파 방송사도 1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지만 매출 규모가 YTN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만큼 YTN의 적자 규모는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같은 날 YTN은 정통 금융인 출신을 사장으로 내정했다. 1980년 기업은행에 입사한 이후 30년 넘게 은행에서 근무한 조준희 전 IBK기업은행장을 차기 사장으로 내정한 것이다. “방송이나 언론은 잘 모른다”며 스스로 인정한 전임 은행장의 보도 전문 채널 사장 내정은 뜻밖이다. YTN의 심각한 경영난이 은행장 출신 사장 내정의 배경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YTN의 위기가 회사채 발행이나 증자 같은 금융기법상의 문제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신임 사장의 선택이 주목된다.


YTN은 MB정부 초기 구본홍 사장을 필두로 배석규 사장까지 이른바 ‘낙하산 사장’ 논쟁이 계속되면서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스타기자들이 무더기로 해고를 당하거나 취재 일선에서 물러나야 했다. 해직기자 문제는 6년이 넘도록 계속됐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좋아하는 기자들이 돌아오지 못하고 편파 보도 논란이 계속되면서 시청자들은 하나 둘씩 YTN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신규 보도전문채널의 출범과 종합편성채널의 보도채널화가 진행되면서 YTN은 국내 유일의 보도전문채널에서 여러 보도채널 중 하나로 전락했고, 그것이 위기의 원인이 됐다.


신임 사장 내정자도 밀실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갑자기 선임됐다는 점에서 ‘낙하산 사장’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사회는 장소와 일시마저 비밀에 부친 채 진행됐다고 한다. 사장 후보가 누구인지조차 보안이었다니 제대로 된 검증이 됐을 리 없다.


조준희 사장 내정자가 ‘낙하산’ 논란으로부터 벗어날 방법은 의외로 어렵지 않다. 본인이 방송과 뉴스에 문외한인 만큼 기자들을 믿고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면 된다. 마침 젊은 기자 100여 명이 위기 극복을 위해 직능과 연차를 떠나 대토론회을 열자고 제안하지 않았는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다양한 아이디어와 애사심으로 뭉친 기자들과 밤샘 토론을 하다보면 위기의 YTN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해법이 나오지 않겠는가. 이 자리에 해직기자들도 함께 부른다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해직기자의 복직은 YTN의 경쟁력 회복에 필수적이다. 그들이 마이크를 잡고 뉴스를 해야만 공정성 시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고객에게 신뢰를 잃은 은행이 뱅크런(Bank Run·대규모 예금인출사태)으로 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평생 은행원이었던 조준희 내정자가 잘 알 것이다. 신뢰받지 못하는 뉴스도 마찬가지다.


조준희 전 행장이 사장으로 내정되자 YTN 내부에서 “최악은 피했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한다. 정치권의 힘을 빌린 자사 출신 선배보다 방송을 아예 모르는 은행장이 더 낫다는 것이다. 존경할만한 선배 대신 경계해야 할 선배의 모습이 먼저 보이는 YTN의 현실이 씁쓸하다. 위기일수록 믿을만한 선배 아래 똘똘 뭉쳐 해법을 찾는 언론계 전통이 무색해졌다. 


조준희 사장 내정자는 ‘밀실’에서 ‘광장’으로 나와 구성원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소통하라. 그것이 위기에 빠진 YTN을 살리고 본인에게 낙인찍힌 낙하산 논란을 불식시키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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