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퍼스트' 좀 더 과감하게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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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변화의 파고가 거세다. 언론사들이 위기를 이겨내야 한다며 ‘디지털 퍼스트’ 깃발을 꺼내들었다. 불을 당긴 건 지난해 공개된 뉴욕타임스 ‘혁신 보고서’였다. 외국에서 건너온 보고서는 들불처럼 번졌다. 모두가 ‘변화만이 곧 살 길이다’라며 혁신을 부르짖고 있다. 하지만 관행이 뿌리 깊어 변화는 더디다.


사실 언론이 독자나 시청자 이탈을 예견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 포털의 뉴스서비스 이후 어느 때보다 위기감이 팽배했다. 그런데도 변화를 능동적으로 사고하지 않고 ‘설마 종이신문이, 지상파가 없어지겠어’하며 현실에 안주했다. 대부분 언론이 포털과 콘텐츠 이용료 줄다리기에만 매달렸지, 수용자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는 둔감했다. 그 결과 페이지뷰를 늘리기 위해 어뷰징하는 악순환의 반복을 상당수 언론이 해오고 있다. 


따져보면 뉴욕타임스의 변화는 내부가 아닌 외부의 환경이 촉발시켰다. 경쟁업체였던 워싱턴포스트가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에게 넘어간 것은 작은 시작이었다. 더 큰 위기는 버즈피드와 허핑턴포스트, 복스닷컴 같은 업체들이 콘텐츠를 재가공하고, 새로운 CMS(콘텐츠관리시스템)로 무장해 독자를 빼앗아간 데서 왔다. 처음엔 콘텐츠를 도둑질해가는 ‘디지털 소매치기’라며 폄하했지만, 결국엔 독자들이 왜 새 업체로 이동해갔는지 분석할 수밖에 없었다. 소수의 기자와 블로거 등이 모여 뉴스를 제공하는 ‘저널리즘 스타트업’의 성공 요인은 독자들의 관심있는 콘텐츠를 추적해서 발빠르게 재가공한 맞춤형 서비스에 있었다. 특히 웹을 넘어서 모바일에 최적화되고,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와 결합된 콘텐츠로 새로운 시장을 연 것이다.


우리 현실은 어떤가. 입으론 ‘디지털 퍼스트’를 말하지만 발은 ‘페이지 퍼스트’에 묶여 있다. 디지털 뉴스서비스는 온라인 부서의 일로 한정하고, 다른 부서 기자들은 팔짱을 끼고 있다. 또 뚜렷한 목표와 비전이 부재해 온라인 기사를 많이 쓰는 것이 곧 디지털 퍼스트라고 착각,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 뿌리 깊은 제작 관행에 젖어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태도 또한 강하다.


최근 긍정적 변화의 모습이 조금씩 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SBS ‘취재파일’과 한겨레신문 ‘뉴스AS’, 국민일보 ‘친절한 쿡기자’ 등 뉴스의 이면과 배경을 분석하는 콘텐츠가 독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낸 것은 좋은 신호다. 이외에도 뉴스의 이해를 돕는 카드뉴스와 다양한 시각 요소에 심층성을 결합한 인터랙티브 콘텐츠도 젊은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변화로 위기를 벗어나기에 부족하다. 조금 더 과감하고 혁신적인 개혁이 있어야 한다. 먼저 페이지뷰 확대에만 매달려서는 뉴스 수용자들을 붙잡기 힘들다. 저널리즘의 신뢰를 훼손하는 트래픽 중심 사고로부터 결별해야 한다.


둘째, 디지털 퍼스트는 기술적 뒷받침이 없이는 반쪽이다. 뉴스를 찾는 독자의 특성을 파악해 최적화된 서비스를 할 선진적인 CMS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소셜미디어가 발달한 지금은 독자들의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곳이 뉴스생산의 한 축이 되었다. 정부기관이나 기업체에서의 뉴스 생산을 넘어 온라인 영역 뉴스발굴 비중을 늘려야 한다.


넷째, 독자와 호흡해야 한다. 공급자 위주의 제작방식을 탈피해 뉴스 수용자와 협업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기자들이 오프라인에서 수용자를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그곳에서 독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진짜 위기는 실패가 두려워 도전을 하지 않는 것이다. 작은 도전과 실패의 경험이 생존의 길을 넓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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