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소재라도 관심 가지면 좋은 이야기 만들 수 있죠"

콘텐츠 대상 국무총리상 수상한 충주MBC 허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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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MBC 허지희 기자

충주MBC 허지희 기자가 지난 9일 ‘2014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에서 방송영상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다큐멘터리 부문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11월 방영한 다큐멘터리 ‘생물로열티, 공짜는 없다’ 2부작으로 안은 영예다. “투박하지만 다큐멘터리에 담긴 메시지를 높이 평가해준 것 같다”는 허 기자.


시작은 작은 단서였다. 2012년 10월 충주에 위치한 산림청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에 취재를 갔다가 한 박사에게 우연히 들은 얘기였다. 의약품이나 약재에 쓰이는 생물에 대해 제공국이나 원주민에게 사전 승인을 받고 이익을 공유하도록 하는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되면 한국은 로열티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걱정이었다. 호기심에 찾아보니 참신하면서도 무거운 주제였다. 평소 언젠가 도전하리라 생각했던 다큐멘터리 주제로 낙점한 허 기자는 바로 행동에 옮겼다.


페루, 인도, 중국, 일본, 한국 5개국을 취재하며 사례를 모았다. 1부 ‘숲을 빼앗긴 자들’에 나온 페루 후닌 지역의 특산품인 ‘마카’는 유독 기억에 남는다. 페루까지 30여시간, 긴 여정에 취재에서 제외할까 고민도 했지만 잉카시대의 유산이자 안데스의 산삼으로 불리는 마카에 대한 취재 욕심은 버리지 못했다. 해발 3000m 고지대에 있는 후닌시는 체력적인 한계를 시험했다. “마카 재배지는 해발 4000m 이상에 있어요. 고산병에 대비했지만 움직일 때마다 숨이 가빠지고 머리가 지끈거렸죠. 하루에 다 촬영하려고 새벽에 갔는데 오후 3~4시쯤 도저히 이겨낼 수 없더라고요.” 사차인치라는 열매를 찾아 간 페루 찬차마요시에서는 페루 최초의 한인 시장인 정흥원씨와 인연을 맺어 큰 도움을 받았다.


2부 ‘식물쟁탈전’에서는 중국에 주목했다. 국가산업으로 일찌감치 한의학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중국이 한방지식과 작물에 대한 막대한 로열티를 요구한다면 한국은 속수무책이다. “한·중FTA는 체결됐지만 (한국은) 준비된 것이 없죠. 국내도 고유의 생물자원을 발굴해야 해요. 외국에 의존하다보면 나중에 자원국의 권리 주장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우려돼요.”


1분30초 데일리 뉴스를 만들던 그에게 50분짜리 다큐멘터리는 크나큰 도전이었다. 기획부터 섭외, 연출까지 도맡았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영상 표현도 달랐다. 촬영을 담당한 김병수 기자가 많은 도움을 줬고, 고생한 만큼 더 고마웠다. “호흡이 긴 다큐를 만들어보면서 시야가 넓어졌죠. 끈질기게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다큐에 특유의 기자적 특성은 숨겨지지 않았다. 2013년 11월 방통심의위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을 탔을 때도 다큐를 본 한 심사위원이 ‘기자’냐고 물었단다. “티가 좀 났나 봐요. 아무래도 상상력이 부족해서인지 CG도 없고 현장 취재만 있죠.(웃음) 하지만 누가 만드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주제가 명확하고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방대한 취재량에 당초 1부작이었던 다큐는 2부작이 됐다.


지난 9년간 앞만 보고 달려온 허 기자. 다큐 신고식을 치르며 힘들었지만 주변을 돌아볼 수 있게 됐단다. 주위의 응원 덕에 자신감도 생겼다. “지난 다큐는 식물에 초점을 맞췄지만 동물, 곤충 등 얼마든지 확장시킬 수 있죠.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주변의 작은 소재라도 관심을 기울이면 얼마든지 심층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요. 정형화된 기사가 아니라 소소한 주제이지만 감동적인 방송뉴스를 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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