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남수북조와 5년 4대강

[글로벌 리포트 | 중국] 박일근 한국일보 베이징특파원

▲박일근 한국일보 베이징특파원

지난 12일 오후 2시32분(현지시각) 중국 허난(河南)성 시촨(淅川)현 단장커우(丹江口) 저수지 댐의 수문이 열리며 지축을 흔드는 소리와 함께 물이 인공 수로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저수지에 모여 있던 창장(長江)의 지류 한장(漢江)의 물은 수로를 따라 허베이(河北)성 스자좡(石家庄) 등 17개 시와 100개 현을 거친 뒤 베이징(北京)과 톈진(天津)으로 흘러갔다. 중국 남쪽의 물을 북쪽으로 끌어다 쓰겠다는 남수북조(南水北調) 사업의 3개 수로 중 1432㎞의 중선(中線)이 통수(通水)됐다. 만성 물 부족에 시달려온 2000여만명의 베이징 시민들에게는 창장의 물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기쁜 소식이다. 


남수북조 사업은 진시황의 만리장성이나 수나라의 대운하를 능가하는 사상 최대 토목공사로 불린다. 처음 아이디어를 낸 건 마오쩌둥(毛澤東)이다. 1952년 그는 “남쪽은 물이 풍부한데 북쪽은 물이 부족하니 수로를 연결해 이를 해결”할 것을 제안했다. 실제로 중국의 수자원은 80%가 창장 이남의 남부에 몰려 있다. 이후 오랜 검토를 거쳐 동선 중선 서선 등 세 노선이 확정됐다. 이중 창장 하류 장쑤(江蘇)성 장두(江都)시의 물을 산둥(山東)성의 둥핑후(東平湖)로 옮긴 뒤 다시 산둥반도 웨이하이(威海)까지 공급하는 1467㎞의 동선(東線) 1기 공정이 지난해 12월 완공됐다. 이번엔 중선이 통수됐다. 창장 상류의 물을 칭하이(靑海)성과 간쑤(甘肅)성,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등으로 옮기는 서선(西線)은 아직 공사가 시작되지 못했다. 중국은 2050년까지 남수북조 사업을 마무리해 연 448억㎥의 물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업비는 총 3600억위안(약 65조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남수북조 사업을 보면 우린 너무 생각이나 시각이 짧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남수북조 사업은 100년에 걸친 공사, 100년 사업이다. 그러나 우린 이런 큰 그림을 그려 본 적이 없다. 100년 공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나 있는지 자문하게 된다. 남수북조뿐 아니라 중국은 ‘두 개의 100년’이란 목표도 설정해 둔 상태다. 중국공산당 출범 100주년이 되는 2021년까지 샤오캉(小康)사회(일반 백성도 모든 방면에서 만족하며 사는 풍요로운 사회)를 실현하고 신중국 성립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부강하고 민주적인 문명 조화의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만든다는 목표다. 1840년 아편전쟁 이후 제국주의 침략에 굴욕의 100년을 겪은 중국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100년의 국가 시간표를 세웠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외치는 역사 배경이다. 반면 우린 이러한 장기 국정 과제나 시간표가 없다. 


멀리 보는 안목이 없으니 5년마다 바뀌는 정권은 5년이란 짧은 시간 동안 뭔가 보여주기 위해 무리를 할 수 밖에 없다. 4대강 사업도 이러한 경우다. 남수북조 사업이 처음 기획된 것은 1952년이지만 실제로 공사가 시작된 것은 2002년이다. 무려 50년간 검토와 연구가 이뤄진 뒤 첫 삽을 뜬 셈이다. 대자연의 흐름을 거슬러 치수를 한다는 게 결코 함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당독재 사회주의 국가에서 절대 권력자의 지시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간이 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검토 없이 공사가 너무 성급하게 시작됐다는 지적이 적잖다. 이로 인한 환경 파괴 우려 목소리도 높다. 실제로 이번에 통수가 된 중선 공사는 이미 지난 7월 마무리가 됐다. 그럼에도 5개월이 지나서야 물을 흘려 보내게 된 건 단장커우의 저수량이 부족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설계부터 잘못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50년간 검토된 후 시작된 남수북조 사업이 이 정도이니 4대강 사업의 부작용이 이어지는 것은 필연이다. 


멀리 내다보고 길게 생각하는 큰 안목의 중국을 보면 두려움이 엄습할 때가 많다. 5년 임기가 아닌 5000년 역사를 생각하는 지도자, 38선 이남이 아닌 한반도 전체 나아가 아시아를 모두 볼 줄 아는 지도자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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