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칫집에 역시나 먹을 것은 없었다. KBS가 17일 개편 설명회를 열고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될 ‘프로그램 대개편’ 방향을 공개했다. 이례적으로 TV 스튜디오에서 설명회를 열어 무대 장치에도 공을 들이고 티저 영상도 제작했다. 설명회에는 조대현 사장이 직접 참석했다. 하지만 “2015년 1월1일 프로그램을 확 바꾸겠다”고 공언했던 조대현 사장의 취임일성이 무색하게 이번 개편이 크게 새로울 것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개편 키워드는 ‘힐링’, ‘소통’, ‘지적 호기심’으로 정했다. 조대현 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유료방송을 포함해 시청률과 영향력 면에서 가치 있다고 생각되는 채널을 선정해 거기서 방송되는 프로그램을 전수조사하고 그 프로그램들이 왜 시청자들에게 소구되고 있는가를 분석해 세 가지 키워드를 뽑았다”고 밝혔다.
이렇게 해서 나온 편성 방향은 ‘편성 대개혁, 진화와 돌연변이의 원년’이다. 구체적으로 1TV는 ‘신뢰도 및 영향력 강화’를 목표로 “모든 프로그램의 수용자 도달률을 높이는 창의적 편성”을 하고 2TV는 “2049시청률, 광고 경쟁력, 멀티플랫폼 소구력을 높이는 편성 개혁”을 통해 ‘전방위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조대현 사장이 공언했던 대로 “엄청나게 바뀐다”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었다. 신설되는 24편의 프로그램들 중 다수는 토크 버라이어티 또는 기존 프로그램의 포맷을 재활용하거나 유료방송의 인기 콘텐츠를 의식했다는 인상을 줬다. 개편 설명회에서 한 기자는 “농촌 드라마 외에는 KBS만의 색깔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종편과 케이블의 영향을 상당히 받은 것 아니냐는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콘텐츠 개발”을 하겠다며 2TV 금요일 밤 9시30분~12시30분을 ‘돌연변이 존(zone)’으로 편성한 점이 그나마 눈에 띄지만, 이미 유료방송 채널이 점유율을 상당 부분 잠식한 시간대에 자칫 ‘실험’이란 이름으로 ‘임시편성’만 반복할 우려도 있다.
권순우 편성본부장은 “1월1일은 완성된 편성표의 시작이 아닌 변화의 출발점이 시작되는 개편날”이라며 “시청자들의 피드백에 귀 기울이고 차근차근 좋은 방송으로 다듬어 가겠다”고 밝혔다. 오진산 콘텐츠창의센터장도 “시사프로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포맷을 개발 중에 있다”며 이번 개편이 아직 덜 여물었음을 시사했다.
조대현 사장은 “관대한 평가보다 KBS가 국민이 원하는 제대로 된 방송이 되도록 격려와 준엄한 비판을 해달라”고 기자들에게 당부했다. 그가 자신했던 KBS 프로그램 대개혁과 이를 통해 “KBS가 왜 필요한지 시청자들이 느끼게 해주겠다”던 약속이 1월1일 이후에도 지켜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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