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봉 등탑 43년 만에 철거

제290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1 / 한국일보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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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김광수 기자

2010년 12월21일의 난리법석이 기억에 선명하다. 최전방 애기봉 등탑 점등행사를 북측이 조준사격으로 위협하자 진돗개 하나가 발령되는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그 해에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겪었던 터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온 국민이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애기봉을 지켜보며 가슴을 졸였다. 


다행히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갔다. 하지만 씁쓸했다. 뒷맛은 더 개운치 않았다. 매년 이런 소동을 벌여야 하나. 그 후로 스산한 바람이 부는 계절이면 습관처럼 애기봉에서 점등행사를 하는지 묻는 버릇이 생겼다. 그렇게 4년이 흘렀다. 올해도 대답은 비슷했다. “확정된 게 없다”, “확인해 줄 수 없다”가 전부였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다. 그때 귀를 잡아채는 한마디를 들었다. “애기봉이 이상한데.”


취재의 시작이었다. 늘 그렇듯 아는 사람은 극히 적고, 대부분 뚱딴지같다는 반응이었다. “내가 담당자인데 나도 금시초문”이라는 핀잔도 들었다. 


그러면서 퍼즐을 맞춰 나갔다. 애기봉 등탑 철거 기사를 내보낸 뒤 박근혜 대통령이 호통을 쳤다는 청와대 반응도 운 좋게 접할 수 있었다. 사회적 파장은 이때부터 커졌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등탑 졸속 철거’를 사과하고 일부 종교단체는 등탑을 다시 세우겠다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정작 애기봉에 가보지 않고 기사를 쓴 점은 못내 아쉽다. 당시 전작권 전환 재연기 문제로 정신없기는 했지만 학창시절과 군 복무 때 안보현장 견학코스로 들렀던 애기봉을 대면하지 못하고 자판만 두드렸다. 날이 좀 풀리면 아내와 두 아들을 데리고 현장을 찾아 나만의 기억을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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