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의 매향리' 직도의 불기둥

제290회 이달의 기자상 전문보도 사진 / 경향신문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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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상훈 기자

매향리 미군 사격장이 폐쇄되고 직도로 옮겨간 이후로 한동안 직도에 대한 관심이 있기는 하였으나, 정부가 3000억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어 군산 지역 여론을 잠재우면서부터 직도는 우리 국민에게 잊혀진 섬이 되었다.


지난 2월5일 미군의 핵전략폭격기인 B-52가 괌에서 발진해 서해 군산 앞바다에 있는 직도에서 사격 훈련을 하고 돌아가고, 이 훈련으로 북한이 대남 성명을 발표해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무산될 뻔했을 때 잠시 직도라는 섬이 우리에게 회자되기도 했지만, 서해의 조그만 섬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국민들의 관심 밖이었다. 


그러는 사이 직도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반경 18㎞를 접근 금지구역으로 정해 놓고 한국과 미국공군의 전투기와 폭격기들이 수시로 사격 연습을 하는 무시무시한 섬으로 변했다. 


미군의 핵전략폭격기가 폭격연습을 하고 난 뒤 직도에 가보고 싶었다. 하지만 여러 경로로 알아보니 취재여건이 거의 불가능이었다. 취재를 포기하고 나의 뇌리 속에서도 서서히 직도에 대한 생각이 잊혀져가던 10월, 군산 앞바다 불법조업 중국어선 단속 현장을 경찰 경비함을 타고 나가게 되었다.


군산항을 출발해 근해로 나오던 중 불현듯 직도 생각이 났다. 이 근처 어딘가에 그 섬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후배와 함께 조타실에 들어가 선장에게 물어보니 바로 옆 섬을 가리켰다. 우리가 탄 경비함이 막 직도를 지나려는 시점이었다.


후다닥 선실로 내려가 망원렌즈를 챙겨 갑판에서 소직도와 대직도를 한 프레임에 넣고 몇 장을 찍던 중 갑자기 ‘쿵’하는 소리와 함께 섬광과 검은 연기가 소직도 위로 피어올랐다. 올해 초에 하려고 했던 취재가 우연히 이루어진 운 좋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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