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 색깔 입혀 이념 대립 부추긴 언론

신은미 토크콘서트 종북 규정…가족까지 끌어들여 여론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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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교포 신은미씨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의 전국 순회 토크콘서트의 ‘종북’ 논란이 한 달가량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전북 익산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한 고등학생이 인화성 발화 물질을 투척하는 소동이 일며 부상자까지 발생했다. ‘종북콘서트’로 명명한 일부 보수 언론 보도가 쏟아지며 색깔론이 재등장했고 이념 대립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언론이 부르는 이름에는 힘이 작용한다. ‘종북’ 논란이 촉발된 것은 지난달 21일 조선일보 보도였다. 조선일보는 북한에 대한 유엔 결의안이 채택된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신은미씨와 황선씨가 방북 경험을 말하면서 북한 칭찬만 늘어놓았다며 서울한복판에 ‘從北 토크쇼’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이후 검찰과 경찰은 이들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 내사에 착수했다.


몇몇 보수 일간지와 종편이 가세하며 콘서트는 ‘종북’으로 사실상 규정지어졌다. 먼저 이들에 대한 과거 ‘행적’이 도마에 올려졌다. 동아일보는 지난달 25일 신 씨가 지난해 통일부 홍보영상에 등장했다며 검증 과정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가족에 대한 구설수도 나왔다. 신 씨의 외조부가 국가보안법 제정에 힘쓴 사실이 거론되며 이를 사과한 신 씨를 집안의 ‘역설’로 표현했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 변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황선씨가 2005년 만삭의 몸으로 평양 원정 출산을 갔고, 지난 2011년부터 인터넷 방송을 통해 북한 체제를 찬양했다는 등의 보도도 이어졌다. 4일 예정돼 있던 야당 의원의 신씨 초청 토론회도 뭇매를 맞았다. 


▲재미교포 신은미씨가 14일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지방경찰청에 출두해 기자들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TV조선과 채널A 등 종편은 발언 수위를 높였다. 뉴스와 낮 시간대 시사 프로그램에서 ‘종북’ 프레임을 반복하며 이슈를 키웠다. 시사 대담 프로그램에서는 탈북자 출신 또는 보수 색채가 강한 인사들을 주로 출연시켜 비난했다. “두 여자의 종북 궤변쇼, 서울 한복판이 뚫렸다”, “북한에서 지령을 받은 간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에서 선전선동 역할을 하라고 한 것”, “종북 세력들은 새로운 진지를 구축했다고 생각할 것”, “종북의 뜻도 모른다며 연일 언론 탓을 한다” 등의 발언이 쏟아졌다.


언론 보도로 가열된 ‘종북’ 논란은 지난 10일 고3 학생의 폭발물 투척으로 사회의 극단적인 이념 갈등 조짐으로 나타나고 있다. 보수우익단체들은 구속된 해당 학생을 종북세력에 항거한 ‘투사’라고 지칭하며 석방을 주장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모금운동까지 등장했다. 대다수 언론들이 ‘인화물질’로 보도한 데 반해 일부 매체는 ‘폭죽 연료’로 보도했다.


14일과 15일 신씨가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종북콘서트’를 비난해 또다시 수사 지침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최근 소위 ‘종북 콘서트’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우려스러운 수준”이라며 “자신의 일부 편향된 경험을 북한의 실상인 양 왜곡, 과장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의 종북 논란은 보수 언론들의 이해관계에 전략적으로 활용되는 것이 문제”라며 “일반인들의 정서와 달리 언론에 의해 극단적인 생각이 다수처럼 포장돼 이념 갈등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종합일간지 한 논설위원은 “언론의 종북몰이는 문제가 있지만 (북에 대한)일방적인 주장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소모적인 종북 논란으로 확대시키지 않기 위해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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