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취당하고 내버려진 인턴기자들

[인턴기자들의 하소연]
50만원 주며 야근 종용
청년인턴제 끝나자 해고
종일 검색어 기사 생산
무급인턴으로 부려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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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씨는 지난 4월 한 종합편성채널의 인턴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당시 언론인을 지망했던 그는 세월호 침몰사고와 6·4 지방선거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제작현장에서 성심성의껏 일했다. 9시에 출근해 밤 9~10시에 퇴근하는 것은 일상이었고 진도로 출장을 갔을 때는 다른 인턴기자들과 교대로 근무하며 쪽잠을 자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고 그의 수중에 떨어진 돈은 단돈 50만원. 월급이 아닌 활동비 명목으로 지급된 돈이었다. 그는 인턴 모집 공고에 ‘24시간 풀타임 근무가 가능한 자’라고 명시했으면서 최저 임금에도 한참 못 미치는 돈을 주는 것은 일종의 노동 착취라고 항변했지만 그와 생각을 함께 하는 다른 인턴은 없었다. 회사에서 그런 얘기를 했다간 밉보일 수 있고 혹시나 차후 채용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할까 우려해서였다. 심지어 불만을 제기하기는커녕 인턴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해하는 동기들도 있었다. “열정페이는 사실 수요가 있으니까 공급이 있는 겁니다. 그들은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들어간 것에 일종의 자부심을 느끼는 동시에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쓸 수 있는 기회에 감사했어요. 이들을 고용하는 언론사는 자사의 처우가 싫은 사람은 지원하지 말라고 명령할 수 있는 갑의 위치에 있었던 거죠.”


#2. 1년 반 전, 한 통신사에서 인턴기자를 했던 B씨는 일을 시작하고 나서야 급여에 관한 사항을 들을 수 있었다. 한 달 급여는 교통비 등이 모두 포함되고도 약 100만원. 자취생활을 청산하고 수원에서 출퇴근을 했던 그는 자취를 계속했더라면 생활하기 힘들었을 거라고 말했다. 그는 일주일에 일요일을 포함해 6일을 근무했다. B씨는 열심히 일했다. 오전 9시가 출근 시간이었지만 선배들이 8시 즈음 회사에 나오니 7시30분까지 출근했고, 집회와 압수수색이 빈번하자 야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고된 노동이 계속되자 그의 불만은 점차 쌓여갔다. 일의 질로는 따질 수 없지만 시간으로 볼 때 정규직보다 훨씬 많이 일했음에도 너무나 적은 돈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그나마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다는 공고에 기대를 걸었지만 인턴 시작 3개월 후, 그는 함께 일하던 동료 인턴기자와 함께 급작스러운 해고 통보를 받았다. 알고 보니 계약서는 6개월이었지만 그가 근무하던 3개월은 중소기업 청년인턴제 기간, 나머지 3개월은 회사 재량 기간이었던 것이다. 회사는 청년인턴제 기간이 끝나자 더 이상 고용하지 않겠다며 당일 해고 사실을 통보했다. 


▲언론인 지망생들을 위한 다음 카페 ‘아랑’의 채용정보방에는 인턴기자 모집 공고가 자주 올라온다. 언론인 지망생들은 급여 등 처우에 관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한 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인턴기자에 지원한다.

#3. 주말 온라인 기사 편집 및 관리 인원을 모집한다는 공고에 C씨는 가벼운 마음으로 한 종합일간지 닷컴사에 지원했다. 급여도 괜찮았고 주말에만 일하니 다른 공부나 일과 병행할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출근 첫날 그는 간단한 교육을 받고 바로 검색어 기사를 쓰는 일에 투입됐다. 말이 편집 및 관리 아르바이트생이지 다른 닷컴사 인턴기자들과 똑같이 트래픽 기사를 양산하는 업무였다. 그는 ‘이건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당장 돈이 급해 매일같이 검색어 기사를 썼다. 그러나 하루 20~30개의 검색어 기사를 쓰면서 그는 심란함과 자괴감을 느꼈다. 언론인 지망생이었기에 착잡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C씨는 “주위 사람들에게 어디서 일한다는 말도 못하고 광화문에서 일한다고만 말했다”면서 “업무내용이 이런 식이니 이력서에 한 줄조차 쓰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4. 몇 달 전 한 방송사에서 일했던 D씨는 가장 경악했던 일로 무급인턴 제도를 꼽았다. 그는 그 방송사에서는 공식 인턴보다 비공식 인턴이 더 많았고, 부서마다 인력이 필요할 경우 수시로 인턴들을 뽑고는 했다고 전했다. 심지어 모 대학의 대학원과 연계해 1~2달 기간의 무급인턴들이 빈번하게 왔다고 말했다. D씨는 “인력이 부족한 회사는 무급인턴을 고용해 노동을 착취하고, 언론인을 꿈꾸는 학생들은 무급임에도 열심히 일했다”면서 “야근까지 불사하는 그들을 보며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인턴기자는 언론사들에게 고품질의 값싼 노동력에 불과하다. 언론인을 지망하는 그들에게 회사는 ‘열정이 있으면 돈은 필요 없지 않은가’라며 일한 만큼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그저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쓸 수 있는 기회라도 건지라고 강요한다. 다행히 기자 업무를 체험하고 배우는 경험이라도 쌓을 수 있다면 성공한 케이스이지만 기자들의 잡무 처리를 하거나 검색어 기사만 양산하는 인턴기자들은 기자직에 회의감을 느끼며 노동착취만 당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6월호에서 언론사들의 인턴제도와 관련한 글을 기고한 손정빈 뉴시스 기자는 “애초에 언론사는 인턴을 정식 기자로 전환할 생각이 없다”면서 “인턴 제도를 ‘대학생들에게 언론사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식의 자사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거나, 필요할 때 잠깐 단순 업무를 할 수 있는 인력을 충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론사는 이러한 시스템을 이용해 청춘의 노동을 착취하고 더 쉽게 내친다”면서 “언론사의 이런 의도를 아는 지망생들 또한 언론사 인턴 제도를 스펙 쌓기 정도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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