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처 없는 주간지 기자에겐 한 주 한 주가 '무한도전'

[기자 25시](17) 시사저널 이규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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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세계 궁금해 인턴으로 입사

1년차 찾아온 슬럼프에 그만둘 생각도
시간 관리 못하면 몇 주간 고생

기사 쓰는 틈틈이 사전취재 필수
문체·형식 자유롭게 쓸 수 있어 좋아

김승옥 같은 문장가 되고 싶어


그의 꿈은 작가 내지는 잡지사 에디터였다. 용기가 없어 신춘문예에 도전하지는 못했지만 그는 대학생 시절 문화잡지에서 프리랜서 에디터로 일하며 꿈을 키웠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업계 상황은 열악했고 그의 고민은 늘어만 갔다. 그래도 그는 글을 쓰는 직업을 갖고 싶었다. 그러다 한 번쯤 기자의 세계에 궁금증이 치밀었다. 돈을 받으면서 글을 쓸 수 있는 직업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사저널 인턴기자에 지원한 그는 연이 닿아 시사저널에 입사하게 됐다. 올해로 4년차, 취재1팀의 막내 이규대 시사저널 기자의 얘기다.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5일과 8일 이틀간 그를 만나 주간지 기자의 삶을 들여다봤다.

▲이규대 시사저널 기자가 지난 8일 서울 영등포 여성미래센터 건물 내에 있는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에서 행동가와 얘기를 나눈 뒤 관련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시사저널 편집국 2층에서 그를 만났을 때, 그는 마감을 끝내고 기획안을 작성하고 있었다. 관련 기사를 찾아보며 유치원 대란과 성매매특별법 등 구상을 풀어놓는 중이었다. A4용지 1장 반~2장 사이의 기획서는 주제와 관련된 최근의 이슈, 기사의 방향성에 대한 내용들로 채워졌다. 


“취재 아이템은 주로 2~5개 정도 냅니다. 회의에서는 주로 어떤 방향으로 취재할 것인지 묻기 때문에 어느 정도 사전 취재를 해야 해요. 사전 취재가 부족한 기획안은 팀장이 금방 알아봅니다.” 


기획회의에서는 일간지 기사를 모으는 수준의 기획안이 통과될 수 없다. 주간지의 특성상 기존의 보도와 다른 시각이거나 심층취재를 통해 깊이 있는 기사가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날 오후 6시에 열린 1차 기획회의에서는 그의 기획안을 두고 여러 말이 나왔다. “제목은 섹시한데 조심히 다뤄야 할 것 같다” “주제는 흥미로운데 지엽적인 문제를 너무 크게 다루는 건 아닐까?” “연락처 알고 있으니까 차라리 인터뷰로 확대하는 건 어때?” 여러 조언들을 참고로 기획안을 수정하고 기사의 방향을 가다듬는 시간, 이 과정을 통해 2차 기획회의를 다시금 준비한다. “기획안을 내는 것은 항상 어렵습니다. 아직도 한참 부족하다는 생각만 들어요.” 


선배들은 어미 사자처럼 그를 벼랑 아래로 굴린다. 새끼 사자인 그를 강하게 키우기 위해서다. 주간지 기자들은 알아서 일어나고 스스로 커야 한다. 일간지들처럼 강도 높은 중간보고로 과정을 압박하거나 도제식 교육을 시키지 않는다. 결과물로 판단할 뿐이다. 그래서 기획회의는 더욱 중요하다. 처음부터 방향 설정을 잘 해야 좋은 기사가 나오기 때문이다. “결과에 대한 책임이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그래도 취재 과정 중 선배에게 조언을 구하면 자기 일처럼 답해주세요. 취재원도 소개해주고 연락처도 알려주고 방향도 다시 잡아주죠. 그럴 때 간접적으로 많이 배웁니다.”

리뷰 회의로 새로운 한 주 시작
고민을 안은 주말이 지나가고 월요일 아침, 새로운 시사저널이 나오는 날. 그는 출근하자마자 따끈따끈한 시사저널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곧장 자리에 앉아 읽기 시작했다. 3~4월에 했던 정윤회 인터뷰가 실린 커버스토리에 그의 시선이 머물렀다. 


이윽고 리뷰 회의가 시작됐다. 시사저널은 리뷰회의를 통해 그 주에 나왔던 지면을 평가한다. 취재1팀과 2팀 평기자들이 모여 표지부터 커버스토리, 디자인, 개별기사에 대한 평을 가감 없이 얘기하고 여기에서 나온 의견들을 데스크에 전달한다. 20분 정도 리뷰회의를 한 이후에는 팀별로 2차 기획회의가 시작된다. 2차 기획회의에서는 좀 더 다듬어진 기획안을 토대로 최종적인 취재 지시가 떨어진다. 그는 이번 주 유치원 입소 대란과 별도취재 지시가 내려진 아이템 2개 등 총 3꼭지를 취재하게 됐다. “지금부터는 일주일간의 대략적인 동선 등을 짭니다. 멀티태스킹이 정말 중요한 시점이죠.” 


주간지 기자는 자신이 맡은 기사 외에도 필요할 경우 전문가에게 해당 주제와 관련된 외고까지 청탁해야 한다. 또 전문적인 조사 등을 의뢰하는 일도 맡는다. “추가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하다 보면 다 되더라고요.” 그 주의 아이템뿐만 아니라 평소에 관심 있던 분야의 사전 취재도 수행한다. “시간관리가 정말 중요합니다. 한 번 스텝이 꼬이면 매주 기사 내는 데만 허덕일 수 있습니다.” 


사전취재 못하면 모든게 뒤죽박죽
주간지는 한 번 일정이 어그러지면 몇 주 동안 고생할 수 있다. 미리 사전취재를 해놓지 않으면 한 주 안에 모든 취재를 마쳐야 하고 그러다보면 또다시 사전취재를 못해 부족한 기획안을 내게 된다. 때로는 시간이 모자라 충분한 취재를 하지 못하고 미진한 기사가 나갈 수도 있다. “한 주 한 주 허덕이는 상황에서는 내 일을 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 휩쓸리는 느낌이 들죠. 그럴 때는 뭐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요즘에는 많이 나아졌지만 1년차 때는 사이클이 어그러진 탓에 슬럼프까지 오기도 했다. “어떻게 해야 될 지도 모르겠고 내려온 지시를 숨 가쁘게 따라가는 느낌만 들었어요. 정신적으로도 방향을 못 잡고 헤맸죠. 상태가 심각해져 팀장님과 가까운 선배들에게 그만두겠다고 말하기까지 했습니다.” 선배들은 조금만 더 생각해보라고 다독였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면서. 당시에는 이왕 뽑은 칼이니 죽이 되든 밥이 되든 3년만 채우자 결심하고 이를 악물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정말 저절로 나아졌다.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가닥이 잡혔다. 


그래도 그 때의 아픔은 그에게 뼈저린 경험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할당된 아이템 취재를 하면서도 틈틈이 사전취재에 열을 올렸다. 메일을 보면서 새로운 아이템을 찾는가 하면 보도 자료를 보면서 수시로 수첩에 메모했다. 


특히 이 기자는 성매매 특별법과 관련된 기사를 취재하는 데 열을 올렸다. 이번 주 아이템은 아니지만 꼭 다뤄보고 싶은 주제라고 했다. “올해가 성매매 특별법 10주년인데 관심은 있었지만 그동안 들여다볼 여력이 없었어요. 연말이 되다보니 그동안 언론에서 다뤘던 성매매 특별법 관련 기사를 보게 됐는데 피해자 여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더라고요. 업주들에 대한 깊이 있는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어서 성매매 업주들은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하고 성산업을 움직이는지 그 흐름을 추적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통영 티켓다방 여성 사망 기사 등 최근 자료들을 출력해 읽는 한편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등을 검색하며 조언을 구할 곳들을 찾았다. 긴급토론회 자료, 성명서, 보도자료 등도 빼놓지 않고 읽었다. 이윽고 그가 말했다. “오늘은 활동가를 만나서 기사 가이드라인을 잡고 어떻게 기사에 접근할 것인지 자문을 구해야겠어요.” 시민단체는 취재처가 없는 주간지 기자에게 큰 도움이 되는 곳이다. 가서 자문을 구할 수 있는 동시에 많은 공부를 할 수 있다. 


사전 약속을 하고 영등포에 위치한 여성미래센터에서 행동가를 만난 그는 40분 동안 얘기를 나눴다. 업주의 형태, 성매매산업의 규모, 성구매자와 성매매여성만 책임을 지게 되는 구조 등 관련 내용을 쉴 새 없이 질문한 그는 수요일 성매매 특별법 관련 토론회도 참석하겠다고 약속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오는 그에게 기사의 틀이 잡혔는지 물어봤다. “틀이 잡혔다기보다 잘 써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정적 속에 그가 치열하게 생각하는 것이 느껴졌다. 


사실 주간지 기자의 가장 핵심적인 고민은 출입처 없는 기자가 무엇을 할 것인가이다. 이 기자처럼 젊은 기자일 경우 인맥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아직 답이 나오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고 말했다. 먼저 관련 기관에 자료를 요청해 그것을 바탕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기획기사의 방향대로 무작정 부딪쳐보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논문들 같은 학계의 논의들 중 주제가 재밌고 충실한 연구들을 저널리즘 언어로 번역해 소개하는 방법이다. 그래도 역시 선배들이 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을 사귀는 것이다. 특히 정보를 가진 사람, 권력의 내부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을 많이 만나라고 조언한다. “힘들기도 하고 때로는 고통스럽지만 그럼에도 해야만 하는 거겠죠. 너무 전문적인 분야의 경우 기자 개인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면 핵심 취재원에게 모든 자문을 구해야 합니다. 그럴 때는 인간적인 교류가 정말 중요해요.”

▲이규대 기자가 지난 5일 취재1팀 팀원 및 팀장과 함께 1차 기획회의를 하고 있다. 기획회의에서는 여러 조언들을 참고로 기획안을 수정하고 기사의 방향을 가다듬는다.

“책 쓰는 저널리스트 되고 싶어”
취재원만이 문제가 아니다. 매주 다루는 사안들에 대한 착실한 공부도 필요하다. 그래서 그는 관련 책을 직접 사보기도 하고 연구결과도 최대한 조사해 흐름과 맥락을 파악하려 노력한다. 주말에도 인문사회 서적을 보며 큰 줄기를 짚어내려고 한다. “기자는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도 해야 하지만 지식의 형태로 가공해 한 발 더 나아가는 기사를 쓰는 역할도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매주가 무한도전인 주간지 기자. 맨 땅에 헤딩해야 하고 비빌 언덕도 없지만 그는 주간지 기자라 행복하다고 말했다. “주간지는 글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요. 문체도 형식도 자유롭죠. 또 편집국 분위기도 굉장히 탈권위적입니다. 실시간 보고보다는 결과물로 말하기에 서로 신뢰와 책임감을 바탕으로 일할 수밖에 없죠. 평기자가 편집국장에게 자신의 생각과 부당한 부분들을 가감 없이 말할 수 있는 조직은 별로 없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꿈을 물어봤다. 그는 김승옥, 고종석같은 문장가들처럼 ‘눈에 콱 박히는’ 문장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주간지 기사는 흐름이 긴 만큼 문장이 수월해야 좋습니다. 누가 봐도 눈에 박히는 문장을 써서 독자들을 끌어당기고 싶어요.” 그러나 무엇보다 궁극적인 그의 꿈은 주간지 기자의 경험을 살려 책을 쓰는 저널리스트가 되는 것이다. “성실한 현장 취재와 정밀한 분석, 아름다운 한국어가 함께 있는 논픽션을 쓰고 싶습니다.” 작가를 꿈꾸다 기자가 됐지만 그의 꿈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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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에 가장 바빠…주말도 아이템 고민
주간지 취재 시스템


시사저널의 일주일은 쉴 틈 없이 돌아간다. 기사의 밑그림을 그리는 시간인 월요일, 기자들은 틈틈이 메일을 보면서 사전 취재 아이템을 찾는다. 주로 하고 싶었던 기획을 취재하는 시간이다. 전문가를 만나 자문을 구하고 기사의 방향을 설정한다. 화요일은 대략적인 취재를 수행한다. 이날 저녁 팀장과 상의 하에 확실한 아이템을 정한다. 시의성을 살려야 하는 것들, 그 주의 이슈가 되는 아이템들이 우선적으로 확정된다. 방향을 검토하고 최근 보도의 흐름을 보며 기사를 조율한다. 수요일은 집중적으로 기획취재를 하는 날이다. 일주일 중 취재로 가장 바쁜 날이다. 


수요일에 취재가 부족했다면 목요일 오전까지 취재를 진행하기도 한다. 목요일은 마감일로 대부분의 기사를 마무리하는 날이다. 미처 마감을 못했다면 금요일 오전까지 기사를 마무리 짓는다. 최종적으로 기사를 넘기면 금요일 오후부터 교열에 들어간다. 팀장과 편집국장이 1차 교열을 보고 편집위원과 교열 담당 기자가 2차 교열을 본 후 해당 기자가 최종적으로 기사 분량과 오탈자 등을 체크한다. 제목이나 디자인 등에도 기자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다. 교열까지 끝나면 1차 기획회의가 시작된다. 준비한 기획안을 바탕으로 여러 의견이 오가고 내용과 방향을 다듬는다. 이 때 정보보고도 함께 올라간다. 


주말이 됐다고 주간지 기자가 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끝없이 아이템을 고민해야 한다. 휴식을 통해서나, 공부를 통해서 사회를 다각도로 바라보기 위해 노력한다. 월요일, 따끈따끈한 시사저널이 발행되면 취재1팀과 2팀의 평기자들이 모여 리뷰회의를 갖는다. 이 자리에서는 표지부터 개별 기사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그 내용이 데스크에 보고된다. 이후에는 팀별로 2차 기획회의가 시작된다. 여기서 그 주에 수행할 대략적인 취재 지시가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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