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방문·토론…베트남 이해의 폭 넓혀

[기협 대표단 베트남 방문기] 문승진 TV조선 지회장·기자연대 특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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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1.5배, 인구 9000만명(세계14위). 1인당 국민소득 2000달러. 후추 수출량 세계 1위. 커피 수출량 2위.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통해 공산화를 이룬 나라. 그렇다. 바로 베트남이다.


도착 첫날부터 베트남 기협 관계자들과의 회의를 시작으로 매일 베트남 언론사와의 간담회가 이어졌다. 역시 베트남 기자들도 우리와 비슷한 DNA를 지니고 있었다. 식사와 함께 반주를 즐겼으며 술잔을 거부하거나 회피하지 않았다. 


인민군 신문, 호치민TV, 베트남 투자신문, 베트남 산업·무역 신문, 꽝빈TV, 호치민 TV 등 베트남의 유수 언론사를 방문하면서 베트남의 언론 시스템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베트남 기자들은 대부분 공무원 신분이다. 보통 베트남에서 기자가 되는 방법은 대학을 졸업한 뒤 언론사에서 인턴 과정(보통 1~2년 정도)을 거친 뒤 시험을 통과해야 정식 기자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유수 언론사들이 대부분 정부 산하에 속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인민군 신문은 우리로 치면 국방부 소속으로 기자들이 모두 군인 신분이다. 베트남 투자신문 역시 기획재정부 산하에 속해 있다. 그래서 정부로부터 일정 부분 재정 지원을 받고 있다.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과연 정부를 제대로 비판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 질문에 대해 투자신문의 맹부사장은 “예전에는 솔직히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정부의 정책에 대해 문제가 있으면 비판하기도 한다.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을 방문한 한국기자협회 대표단이 지난 17일 베트남기자협회에서 간담회를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호치민에서 자동차로 1시간 정도 떨어진 박닌성 옌퐁에 있는 삼성전자 공단을 방문해서는 ‘외국에 나가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는 말을 실감했다. 이곳에서 전 세계 삼성전자 휴대폰의 30%가, 태블릿 70%가 생산되고 있다. 수출액만 239억 달러로 베트남 수출액 전체의 18%를 차지하고 있다. 50년 전 월남전 파병을 통해 ‘한강의 기적’의 토대를 만들었던 우리가 이제는 이곳에서 ‘베트남의 기적’에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했다. 


귀국 전날, 호치민에서 북서쪽으로 40km 떨어진 ‘구치(古芝)’라는 농촌마을에 게릴라 진지로 사용된 지하땅굴인 ‘구치터널’에 갔었다. 지상에 연결된 땅굴 입구는 노트북 크기로 터널 전체 길이가 250km나 된다고 한다. 일부 터널은 지하 4층으로 작전본부, 우물, 부엌, 병원 시설 등이 갖춰져 있다. 맨 손으로 만든 어둡고 좁은 땅굴 속에서 고엽제, 미국의 B52기의 융단 폭격 등을 견디며 10년 넘게 저항했다고 하니 베트남 사람들에 대해 경외감마저 들었다. 


7박8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베트남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 호치민 공항 면세점에서 가장 비싼 베트남 보드카 한 병을 샀다.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면 이번 기자협회 대표단과 함께 따뜻한 쌀국수 국물에 베트남의 추억을 안주 삼아 한잔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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