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이사회, 거수기 노릇 언제까지

이사진 친정부 인사로 채워
사장 정치권 눈치보기 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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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연합뉴스 사장 추천권을 쥔 뉴스통신진흥회 이사교체(임기 내달 22일)를 앞두고, 차기 이사진의 역할이 또다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KBS MBC 연합뉴스 등 공적 성격을 띤 언론사 사장을 선임할 때 이사진들이 제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대부분 추천을 받은 정부나 정치권의 거수기 역할에만 그치기 때문이다.


KBS이사회는 7대4, 방송문화진흥회는 6대3으로 여당 추천이사들의 입김이 강할 수밖에 없다. 뉴스통신진흥회 역시 국회의장 1명, 여야 각 1명, 대통령 2명, 신문협회·방송협회 각 1명 등을 추천할 수 있는데, 현재 3기 이사회는 여야가 6대1 구도다. 이사진들이 거수기 역할만 할 경우 정부에서 낙점한 인사가 뽑힐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이사진 구성부터 여권 진영으로 꾸려지기 때문에 사장 역시 친정부적인 인사로 채워 진데다가 이렇게 뽑힌 사장 대부분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뉴스통신진흥회 이사 교체를 앞둔 가운데 언론사 이사회의 역할이 또다시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뉴스통신진흥회가 지난달 10일 정기이사회를 열고 연합뉴스 업무현황을 보고 받고 있다. (뉴스통신진흥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 등은 올해 공영방송지배구조개선법을 제안했다. 공영방송 사장 등 임원을 뽑을 때 이사회 과반수 동의에서 3분의 2이상 동의로 개선하자는 게 주된 내용(‘특별다수제’)이다. 현재 KBS와 MBC 사장은 KBS 이사회나 방문진 이사회 과반수 의결방식으로, 연합뉴스 사장은 뉴스통신진흥회 이사회의 3분의 2이상 추천받아야 한다.


하지만 정치권의 기득권 유지와 맞물려 현 이사회 구성에 대한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소신 있는 이사들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게 언론계 안팎의 지적이다.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정권 교체기 때 한쪽에서 기득권을 놓지 않는 한 이런 구도를 개선하기 힘들다”며 “다만 정당에서 추천하는 이사들에 대해 공개 검증만 해도 이런 문제들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임명 방식을 떠나 언론사 수장으로 제 역할을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에 의해 낙점됐더라도 임기동안 언론인으로서 최소 소신을 지켜야 한다는 것.


한 중견 언론인은 “세계적인 공영방송인 영국 BBC 역시 정부에 의해 사장이 사실상 낙점되지만 정부 비판마저 손 놓지는 않는다”면서 “반면 우리 언론의 경우 정부에 의해 낙점된 사장이 무조건 정부를 옹호하는 목소리를 내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노동당 블레어 정부에 의해 임명된 그렉 다이크 BBC 사장은 지난 2004년 이라크에 대량살상 무기가 있다는 영국 정부의 자료가 잘못됐다는 보도로 정부와 갈등을 겪었다. BBC 사장도 ‘BBC트러스트’란 감독기구에서 선임되는데, 트러스트 위원들은 정부의 추천에 의해 왕이 임명한다. 반면 KBS는 올해 청와대 보도 통제의 통로로 길환영 KBS사장의 이름이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성신여대 김정섭 미디어영상연기학과 교수(방송영상저널리즘스쿨 원장)는 “사장을 추천하는 이사들이 자신의 이름이나 명성에 부끄럽지 않게 권한을 행사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게 중요하다”며 “특히 사장으로 선임된 인사들이 사장 이후 자리까지 생각하다보니 언론사 사장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정부 역시 이런 무리수를 둔 인사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KBS이사 출신 한 언론인은 “정부가 정치권에 줄 대면서 맹종을 하는 언론인들을 중용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 같은 인사가 정부의 권위를 스스로 갉아먹고, 불신을 받는 원인을 제공한다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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