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여명 인생 희노애락, 200자 원고지 1만장에 담아"

'김문이 만난 사람' 10년, 김문 서울신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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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 서울신문 선임기자

연탄배달부·복서출신 등 다양한 사람들의 삶 주목
인터뷰이 연구 또 연구…스토리 나오도록 기사화


2004년 12월4일부터 연재를 시작했던 ‘김문이 만난사람’이 지난 12일 끝났다. 높은 사람, 낮은 사람. 잘 사는 사람, 못 사는 사람. 젊은 사람, 노쇠한 사람. 성공한 사람, 성공할 사람. 우리 사회 여러 분야에서 열정과 헌신을 바쳐 자기만의 영역을 쌓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만났던 그가 이달 말 퇴임을 앞두고 기록의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햇수로 10년이 됐고 400여명을 인터뷰했으며 그들의 삶을 200자 원고지 만 장에 기록했던 김문 서울신문 선임기자. 그의 인터뷰 여정을 따라가 봤다. 


2004년 서울신문에서 인터뷰 코너를 만들자는 얘기가 나왔을 때 그는 단번에 적임자로 지목됐다. 독자담당부서에 있으며 ‘사람과 일’이라는 코너에서 메인 인터뷰를 계속 도맡았던 그가 매주 ‘김문기자가 만난사람’이라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를 쓰게 된 것이다. 한편으로는 사람 좋아하고 술을 좋아하는 그의 성미가 적임자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그는 코너를 맡은 이후 매일 생각했다. 산책할 때도, 모임에 나가서도, 신문을 읽으면서도, TV를 보면서도 어떤 사람을 인터뷰이로 고를 것인지 생각했다. 내리는 비를 보다가 빗물을 주목하고 빗물박사가 있을까 생각하다 진짜로 빗물박사를 찾아내 인터뷰하는 식이었다. 


그가 주로 고른 인터뷰이는 시의성이 있으면서도 인간 냄새가 나는 사람들이었다. 연탄배달부 할아버지, 외국인 국문학자, 복서출신 성악가 등 삶의 흔적이 유별나거나 고생스러운 사람을 그는 좋아했다. “돈이나 정치 냄새는 별로라” 정치인과 경제인들은 자연스레 배제됐다. 


인터뷰이를 정하면 그는 굉장히 공손하게 전화를 걸었다. “많이 바쁘시죠? 좋은 일 하는데 시간을 조금만 내주신다면 고맙겠습니다.” 상대방을 올리고 공손하게 대하면 인터뷰를 거절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인터뷰 일정이 성사되면 그 다음은 공부였다. 최대한 상대방에 대해 많이 알고 가고자 했다. 인터뷰는 결국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과정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 것까지 아세요?” 이 말을 들으면 그는 인터뷰가 성공했다고 확신했다. 


인터뷰를 마치면 기사를 쓰는 과정이 남았다. 김 기자는 자신의 느낌과 그 사람의 느낌을 버무려서 기사를 썼다. 독자들이 직접 인터뷰이를 만난 것처럼, 지루하지 않게 쓰고자 했다. 형식도 다양화했다. 선문답이 나오기도 하고 기사 중간에 대화가 이어지는가 하면 농담들이 튀어나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상대방의 스토리가 잘 드러나도록 쓰기 위해 노력했다. “어렵게 말고 쉽게, 어떻게 잘 풀어줄 것인지” 많은 고민을 했다. 


많은 사람을 만나다보면 인생을 바라보는 마음가짐도 사뭇 달라질 것 같았다. 김 기자는 “자극은 한 번이면 되는데 계속 여러 자극을 받으니 어느 걸 따라가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좋은 말을 많이 듣다보니 글을 쓸 때 큰 도움이 된단다. 또 술자리에서 좌절하는 친구들에게 여러 사람을 예로 들며 힘을 북돋워주는 것도 수월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인생에 여유가 생긴다는 점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바라보며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피천득 선생이 말한 ‘비오니까 맞으며 가자’는 그래서 그의 기억에 가장 남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연재를 끝낸 소회를 물었다. 그러자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인터뷰한 사람 중 몇 명의 글을 재구성해 책으로 낼 생각이란다. 내년 봄을 목표로 독자들이 꼭 알아야 할 사람들을 선별해 진지하게 글을 쓰고 근황도 추가할 계획이다. “인생의 자산이 되었던 사람들이에요. 마침표를 찍는다는 느낌으로 쓸 겁니다.” 연재 종료는 아직 그에게 쉼표에 불과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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