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길들이기' 미련 못 버렸나

새누리 155명 공운법 개정안 발의
KBS·EBS 정권 통제 두려는 속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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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공영방송 KBS와 EBS를 정권의 직접 통제가 가능한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법 개정을 추진해 현업 언론인들과 시민사회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언론노조는 해당 법안이 국회 상임위에 상정될 경우 공영방송 사수 총파업 등 총력 투쟁에 나설 것을 결의했다.


지난 13일 새누리당 의원 155명의 공동 서명으로 발의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안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KBS와 EBS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없도록 규정한 4조2항의 삭제다. 대표 발의자인 이현재 의원은 “재정 건전성이 취약한 공공기관을 퇴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적극적인 제도 개선을 위해서”라고 개정 이유를 댔다.


KBS와 EBS가 공공기관에 지정되면 예산과 인사는 물론 보도와 편성 등에 대해 기획재정부, 즉 정부가 광범위하게 개입할 수 있게 된다. 공영방송의 생명인 정치적 독립이 뿌리째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런 우려 때문에 KBS와 EBS를 공공기관에 지정하려는 시도는 번번이 거센 저항을 받았다. 앞서 지난 2006년 12월에도 국회는 KBS와 EBS를 공공기관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공운법을 통과시켰다가 여론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이듬해 4월 KBS와 EBS가 공공기관 지정에서 유보됐고 2008년 이 같은 예외 규정을 명시한 4조2항이 신설됐다. 그런데 새누리당이 6년 만에 다시 해당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시계를 거꾸로 돌린 셈이다.


▲방송인총연합회, 언론노조 등 현업 언론인단체와 언론시민단체들이 지난 20일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 발의 철회를 촉구했다.

왜 지금일까.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는 이번 공운법 개정 배경에는 2016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KBS를 길들이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지적한다. 공공기관 지정여부를 놓고 KBS와 국회가 줄다리기를 하는 동안 KBS 경영진이 정권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내년까지 각종 선거가 없어 여론의 눈치를 살필 이유가 없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로 지적된다. 새노조는 “158명 새누리당 전체 의원 중 155명이 이번 ‘공운법’ 발의에 참여했다는 것은 새누리당 김무성 지도부의 조직적 작업 하에 남은 19대 국회 임기 내내 KBS를 괴롭혀 정치적인 이득을 얻고자 하는 고도의 정치술수에 다름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EBS 역시 전사적인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공운법 개정안은 5년간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는 공공기관에 대해선 해산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EBS의 경우 일산 사옥 건립으로 향후 4년 동안 매년 100억 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한송희 전국언론노조 EBS지부장은 “법안이 통과되면 EBS는 공중 분해될 가능성에 처해 있다”며 “공운법 개정을 고집한다면 EBS는 이를 생존권의 문제로 보고 적극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계와 야당의 거센 반발로 공운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4일 KBS 새노조와 EBS 노조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공운법 개정안에 대한 문제제기에 공감을 나타내 법안 상정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KBS, EBS 양 노조는 지난 20일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공운법 개정안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24일부터 28일까지 국회 앞에서 ‘박근혜 정권의 방송 장악 야욕 분쇄 및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1인 시위’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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