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견딘 복직싸움…대법원에 달렸다

YTN 해직자 6인 27일 선고
노사간 대화로 풀 기회 놓치고
해고의 비수 꽂아 사지로 몰아
법원, 언론자유 지켜줄 것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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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덕수 YTN 해직기자는 해고무효소송 대법원 선고 기일이 27일로 잡혔다는 소식을 고향 제주도에서 들었다. 3년 7개월 전 항소심에서 노종면, 조승호 기자와 함께 ‘해고 판결’을 받았던 그는 “어떤 결과든 동요하지 않겠다”고 했다. 동료들도 “흔들리지 않고 할 일하며(권석재 기자)”, “담대하면서도 의연하게 기다리고(우장균 기자)”, “어떤 결과든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정유신 기자)”이라고 했다.


YTN 해직기자 6명의 해고무효소송 대법원 판결이 27일 선고된다. 2008년 10월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캠프에서 언론특보를 지낸 구본홍 전 사장의 사장 선임에 반발해 싸우다 해직된 지 2244일째, 2심 판결로부터 3년7개월 만이다. 6년간의 힘겨운 복직싸움에 종지부를 찍을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면서 해직자들은 반문한다. 과연 대법원까지 와야만 했나. 


2011년 4월 항소심 이후 4년에 가까운 시간은 해직 문제를 노사가 자율적으로 해결하라는 메시지였다. 하지만 배석규 사장은 ‘해직자 문제는 법원 결정에 따른다’는 2009년 ‘4·1 노사합의’를 일방 파기했다. 그해 11월 1심에서 6명 전원 해고 ‘무효’ 판결이 났지만 “법원 결정은 ‘대법원’ 판결을 의미 한다”며 회사는 항소했다. 그리고 항소심은 권석재·우장균·정유신 기자에 해고 ‘무효’, 노종면·조승호·현덕수 기자에 해고 ‘유효’를 선고했다.


▲과연 대법원까지 와야 했나. YTN 해고무효소송 최종 선고를 앞두고 우리에게 되묻는다.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을 수는 없다. YTN 해직기자들이 27일 대법 선고 뒤 법정을 나서면서 사진처럼 환하게 웃기를 기대한다. 사진은 2009년 1심에서 부당해고 판결을 받고 법원을 나서는 YTN 해직기자들의 모습. 왼쪽부터 권석재, 우장균, 노종면, 정유신, 현덕수, 조승호 기자. (YTN 노조 제공)

당시 구 사장과 합의했던 현덕수 기자는 “합의 내용은 1심 판결이 당연했고, 구본홍씨도 이의가 없었다”며 “사측의 억지 주장으로 대법원 선고까지 왔다. 소송이 계속된 5년여간 해직자는 물론 YTN 구성원들은 크나큰 슬픔과 어려움에 봉착했고, 회사 경쟁력은 계속 추락했다”고 말했다. 실제 구 전 사장은 2012년 8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1심 결과를 수용하려 했다”고 밝혔다.


노종면 기자도 “의지를 갖고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인데 계속 방치됐다. 대법원이 노사가 자체 해결하라고 여지를 줬지만 2009년 합의정신에 따라 풀지 못하고 결국 선고가 잡혔다”며 “(예측 불가능한)제비뽑기를 앞두고 있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우장균 기자는 “‘송사에 집안 망한다’고 했다. 회사가 노사 간 대화로 풀 기회를 놓치고, 선배 기자들이 일신의 영달을 위해 후배 기자들을 사지로 내몰았다”며 “어떤 판결이 나도 사측은 잃을 것이 없다. 하지만 우리는 단두대 위에 서 있다.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판결 결과와 상관없이 ‘공정보도’를 외쳤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정유신 기자는 “언론인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일을 한 것뿐인데 해직되고, 사찰당하고 결국 대법원까지 서게 됐다”며 “낙하산 사장부터 민간인 사찰까지 해직사태는 단순히 YTN만의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승호 기자도 “언론의 공정성은 교과서적인 명제인데 그 판단을 언론이 아닌 사법부가 한다는 것이 서글프다. 독립성 측면에서 외부 평가로 좌우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항소심은 해직기자들에게 절망을 안겼지만, 대법원은 현명하게 판결을 내릴 것이라는 기대도 적잖다. 권석재 기자는 “사법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양심적인 판결을 내리길 바란다”며 “해직 문제를 해결하고 YTN이 언론사로서 제 기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 기자도 “사법부가 ‘사필귀정(事必歸正)’으로 언론자유 정신을 지켜줄 판단을 하리라 믿는다”며 “전원 해고무효 판결이 나면 회사는 해직자와 구성원들이 겪은 지난 6년간의 고통을 책임져야 할 것이며, 한 명이라도 해직된다면 영원히 역사에 낙인찍힐 것”이라고 말했다. 정 기자는 “대법원 판결로 모든 것이 끝나지는 않는다”며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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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해직기자 사태 여기까지 올 일이 아니었다


YTN 해직기자 사태는 여기까지 올 일이 아니었다. 2009년 11월 1심에서 ‘전원 복직’ 판결이 나왔을 때 “법원 판결에 따른다”는 노사합의만 지켰어도 6년을 허송세월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배석규 사장 등 경영진은 노사합의를 일방 파기하고 항소하면서 해직기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이제 권석재, 노종면, 우장균, 정유신, 조승호, 현덕수 등 YTN 해직기자 6명은 ‘해직’의 굴레를 벗고 ‘기자’로 돌아와야 한다. 해직 당시 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던 아들이 중학교 3학년으로 훌쩍 커버린 세월이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6년간의 힘겨운 복직싸움에 대한 종지부는 27일 해고무효소송 대법원 선고에 달렸다. 


한국기자협회는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상식을 다시금 생각한다. 보도전문채널의 사장으로 대통령의 선거운동참모를 임명한다면 정부가 언론을 장악하려 한다고 보는 것은 상식이다. 정부의 언론 장악을 의심하고 낙하산 사장에 반대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런데 돌아온 것은 해고라는 비수였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면서 우려가 적잖은 것이 사실이다. 철도노조 파업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고, 쌍용자동차 노동자 153명의 정리해고도 유효하다고 선고한 최근 대법원의 잇단 서글픈 판결 때문이다. 27일은 대한민국에 법치주의가 살아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날이다. 다만 거듭 강조하거니와 YTN 해직기자 사태는 법원 판결이 아닌 노사 자율에 따라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이 한국기자협회의 변함없는 입장이다. 


2014년 11월25일 한국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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