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공운법 개정안…"정부, KBS·EBS 통제 속셈"

KBS새노조ㆍEBS노조 "국영방송 전락, 방송장악 기도"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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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소속 155명의 국회의원들이 KBS와 EBS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해 논란이 되고 있다. KBS새노조와 EBS노동조합은 “공영방송 KBS와 EBS를 국영방송으로 만들어 정부의 통제 아래 두려는 속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현재 의원 등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 155명은 지난 13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논란이 되는 것은 ‘KBS와 EBS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없다’고 명시한 4조 2항을 삭제했다는 점이다. 해당 법률 4조 1항에는 정부가 일정 비율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거나, 정부 지원액이 총수입의 절반을 넘는 기관의 경우 기획재정부 장관이 해당 기관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개정안 발의 이유로 “공공기관 부채가 국가채무를 역전하고 있다”며 “재정건전성이 취약한 공공기관을 퇴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발의안에는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도 이름을 올렸다. 

 

개정안이 통과될 시 KBS와 EBS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사장 선임 등에 정부 입김은 더 강해진다. 공공기관 기관장은 공공기관혁신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사람 중 한 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으며, 혁신위원회는 대통령과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천한 공동위원장과 위원들로 구성하도록 돼 있다. 또 공공기관 경영실적에 따라 기관의 해산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기획재정부 장관에 부여하도록 돼 있다.

 

▲지난 2007년 2월 7일 전국언론노조와 KBS, EBS노조 조합원들이 기획예산처 앞에서 '공공기관운영에관한법률' 개정을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과거에도 KBS와 EBS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려고 시도하면서 크게 논란이 됐다. 지난 2006년 12월 국회에서 KBS와 EBS를 포함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 통과됐고, 당시 언론계가 4개월여간 반대 투쟁을 이어간 끝에 2007년 4월 KBS와 EBS는 공공기관 지정에서 유보됐다. 2008년에는 공공기관 지정에서 제외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KBS새노조와 EBS노조는 개정안이 공영방송을 정부가 통제하는 국영방송으로 전락시키려는 의도라며 비판했다. KBS새노조는 18일 성명을 내고 “개정안이 통과되면 예산통제는 물론 보도ㆍ프로그램 통제, 이사장ㆍ사장 선출 개입까지 청와대와 기획재정부에 의해 무방비상태로 유린당할 수 있는 완전한 국영방송으로 전락한다”며 “이미 KBS와 EBS는 국회, 방송통신위원회, 감사원 및 각종 위원회로부터의 중층적인 규제와 외부감시의 틀 속에 들어가 있다”고 밝혔다.

 

EBS노조도 “한마디로 대통령이 추천한 인사가 모여 방송사 사장 후보를 뽑고, 그 후보를 대통령이 임명하겠다는 것”이라며 “국민을 위한 방송이든, 언론의 자율성이든 상관 없이 돈 안 되면 공영방송사도 한순간에 없애버리게겠다는 무섭고도 위험한 도발”이라고 19일 주장했다.

 

또 개정안대로라면, EBS의 경우 일산 통합 사옥 이전으로 적자 우려가 큰 상황에서 강제 해산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BS노조는 “방통위의 무책임한 정책으로 추진된 일산 통합 사옥 신축으로 2018년 이후 매년 100억원 이상의 당기 순손실이 발생한다”며 “정부의 무능과 개정안의 독소조항 때문에 EBS는 한 순간에 공중분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공영방송사의 ‘경영진 길들이기’를 위한 개정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KBS새노조는 “20대 총선이 치러지는 2016년까지 공공기관 지정여부를 놓고 KBS와 국회가 지루한 줄다리기를 할 것이고 KBS 경영진은 정권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KBS를 정권연장의 불쏘시개로 삼으려는 야욕을 드러내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KBS새노조와 EBS노조는 공운법 개정안 폐기를 촉구했다. KBS새노조는 “공영방송을 국영방송화하고 정권의 발 아래 두려는 음모에 맞서 공영방송 KBS의 독립성을 지켜내고 언론자유 가치를 지켜내는데 총력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EBS노조도 “국민의 이름으로 세운 공영방송을 자신들의 정권 유지를 위해 국영방송으로 전락시키려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전국언론노조도 19일 성명을 통해 “방송 장악이 가능하도록 법적인 장치를 마련해, KBS와 EBS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놓은 뒤 예산과 인사를 통제하고 정권 입맛에 맞는 보도와 프로그램만을 편성하도록 감시하겠다는 마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새누리당이 현재 자행하고 있는 ‘공운법 개정안 기도’를 ‘언론자유의 근간을 흔드는 반민주적 폭거’로 규정하고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방송인총연합회와 전국언론노조 등 언론인단체들은 2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 발의 철회를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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