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복지 '포퓰리즘' 덧씌우기

일부 언론 이념대결 내세워
여당 '선별적 복지' 힘 실어
신혼부부 임대주택 지원정책
분석 없이 '공짜집' 몰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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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정국이 ‘복지 대란’으로 들썩이고 있다. 무상급식, 무상보육 재원 부담 주체를 놓고 시작된 여야 간의 공방은 파탄 위기에 몰린 복지재정의 책임을 상대에게 묻기 급급하다. 복지 논쟁에 관한 한, 대다수 언론은 공정한 심판자도, 생산적인 공론장도 아니다. 위기의 본질에 실체적이고 분석적으로 접근하는 대신 복지정책을 ‘포퓰리즘’으로 매도하거나 이념대결로 몰아가며 ‘보편적 복지’에서 ‘선별적 복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여당의 논리를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하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은 사실상 ‘허언’으로 판명 났다. 박 대통령은 기초연금, 고교 무상교육 등 자신의 대선 공약은 물론 기존에 시행하던 복지정책들마저도 대폭 후퇴시킬 태세다. 그런데 다수의 언론은 박근혜 정부에 책임을 묻기보다 경쟁적으로 ‘복지 포퓰리즘’ 공약을 남발해온 정치권을 탓하고, 증세 대신 ‘복지 구조조정’만이 답이라고 외치고 있다. ‘무차별 복지’로는 더 이상 답이 없다는 결론이다. 조선일보는 아예 지난 7일 ‘무상 복지 앞장섰던 야당이 먼저 복지 해결책 내놓아야’란 사설에서 “책임을 가장 뼈저리게 느껴야 할 곳은 야권(野圈)”이라며 화살을 야당으로 돌리기도 했다. 


▲(위부터) 조선일보 11월14일자 5면 머리기사, 중앙일보 11월15일자 사설, 문화일보 11월14일자 사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이 신혼부부 임대주택 공급 정책을 제안하자 파상공세가 쏟아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13일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를’ 포럼을 출범시키며 내년부터 신혼부부 5만 쌍을 대상으로 공공 임대주택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한 주거대책 일환으로 저렴한 가격에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이었지만, 공은 엉뚱하게 ‘무상주택’ 공방으로 튀었다. 조선일보는 14일자 1면과 5면에서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3무(無) 1반(半)’(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 반값 등록금)을 공약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번에는 신혼부부에게 ‘공짜 집’을 주자는 정책을 내세웠다”고 보도했다. 임대주택 지원 정책을 ‘공짜 집’ 정책으로 명명한 것이다. 


새누리당도 야당의 정책을 ‘무상주택’으로 규정하며 “마구잡이로 터져나오는 보편적 무상복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공세를 가했다. 대다수 일간지들의 논조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허경영 식 공약”, “철없는 무상복지 경쟁”이라며 야당을 몰아세우기 급급했다. 매일경제도 15일자 사설에서 “아예 배급제로 가자는 건가”라고 비판했고, 한국경제는 “나중에는 결혼도 대신해주고 인생도 공짜로 살아주겠다고 하지 않을는지”라며 혀를 찼다. 종합편성채널에서도 비슷한 보도가 쏟아졌다.


그러나 야당의 임대주택 정책이 저출산 극복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 재원 조달의 현실성은 있는지, 국민주택기금을 활용할 경우 다른 주거취약계층과의 형평성 문제는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등에 대한 진지한 분석이나 토론은 없었다. 그나마 국민일보가 18일자 5면에서 여야와 정부의 찬반 논리를 분석해서 싣고, 한겨레가 18일 3면 머리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행복주택 20만호’ 공약 및 이행 상황과 비교해 야당의 신혼부부 임대주택 정책의 효과와 현실성을 살핀 것이 눈에 띄는 정도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에서 “건강하고 생산적인 정책 경쟁은 실종되고 정치 공세와 말꼬리 잡기만이 난무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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