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기능장 부정비리

제289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 1부문 / JTBC 윤샘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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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윤샘이나 기자

늘 그렇듯 취재의 시작은 미약했다. 솜씨가 훌륭하기로 소문나 종종 들르는 동네 빵집에 걸린 ‘제과제빵 기능장의 집’이라는 현수막을 보곤 “기능장은 정말 대단한 분이군”이라고 생각했던 것 외에 기능장이라는 단어 자체는 나 같은 ‘기술 문외한’에게는 낯선 단어일 수밖에 없었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기초 취재를 시작했다. 국내 최고의 숙련 기술자에게 주는 기능장 자격이 그 권위에 맞지 않게 부정행위가 난무한다는 증언들이 속속 들려왔다. 기능장 과정을 운영하는 한국 폴리텍 대학의 일부 교수들과 관계자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감독관-수험생’으로 이어지는 카르텔을 구축하고 있었고, 자격을 관리하는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무턱대고 “그럴 리 없다”며 발뺌했다.


그렇다면 현장을 잡기로 했다. 문 안쪽 시험장에서 이뤄지는 합격 청탁과 문제 유출, 장비 조작 등을 직접 들여다봐야 했다. 사실상 ‘금녀의 장소’라는 기능장 시험장(그만큼 여성 지원자가 없기 때문이다)에 우여곡절 끝에 몰래카메라를 집어넣었다. 카메라가 잡아낸 사실 그대로의 현장, 전·현직 감독관 및 수험생들의 증언, 입수한 유출 시험지와 청탁의 증거인 쪽지까지. 사실의 조각들이 모여 실체가 됐고, 그것들을 가감 없이 기사에 담았다. 


시험 부정에 직접 연루된 폴리텍 대학 관계자들이 직장을 떠났고, 고용부의 특별감사와 시험지 유출 등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연루자들에 대한 확실한 징계와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이 나올 때까지 취재는 계속 진행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십 년 동안 ‘그들만의 리그’ 속에서 철저하게 비밀로 공유돼왔던 국가기술자격 시험의 부정행위와 부실운영이라는 맨 얼굴을 가감 없이 들려주었던 내부 고발자 분들과 산업 현장에 계신 기술자 분들께 이 공간을 빌어 다시 한 번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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