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주석의 소통,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

[글로벌 리포트 | 중국] 박일근 한국일보 베이징특파원

▲박일근 한국일보 베이징특파원

“2년 만에 14억명 중국 인민들의 마음과 권력을 확실하게 장악했다.”
중국공산당 총서기로 선출되며 최고 지도자가 된 지 15일로 2주년을 맞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에 대해 나오는 평가다. 그는 출발부터 심상치 않았다. 총서기로 취임한 날 전 세계를 향해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다. 1840년 아편전쟁 이후 이어졌던 굴욕과 수모의 역사를 뒤로 하고 이제 중국이 떨쳐 있어났다는 것을 만천하에 공식화한 것이었다.


총서기 취임과 동시에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 오른 것도 눈길을 끌었다. 전임자인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의 경우 2002년 11월 총서기로 선출된 후 1년10개월이 지난 2004년 9월에야 당 중앙군사위 주석에 오를 수 있었다. 전전임자인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은 후 전 주석에게 공식적 권력을 물려준 후에도 상왕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시 주석은 당권과 군권을 동시에 장악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3월 국가주석으로 등극하며 당정군을 모두 접수했다. 


시 주석의 권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주요 경제정책 등을 지휘하는 중앙재경영도소조 조장직도 맡고 있다. 이는 1998년 당시 장쩌민 주석이 주룽지(朱鎔基) 총리에게 넘겨준 뒤 줄곧 총리가 역임한 자리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상대적으로 작아 보일 수밖에 없다. 시 주석은 이에 앞서 중앙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2013년 12월) 중앙인터넷안전정보화영도소조(2014년 2월) 중앙군사위국방군대개혁심화영도소조(2014년 3월)의 조장도 맡았다. 지난 1월에는 새로 생긴 중앙국가안전위원회의 주석도 꿰찼다. 이러한 행보에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鄧小平)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도자가 탄생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시 주석이 15일 총서기 2주년을 맞는 것처럼 박근혜 대통령도 내달 19일이면 당선 2주년을 맞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권력 장악은 시 주석만큼 강력해 보이진 않는다. 임기가 아직 3년도 더 남은 상황에도 잠룡들은 이미 활개치기 시작했다. 개헌 이야기는 꺼내지도 말란 대통령 지시를 여당 대표 스스로가 깨는 판국이니 다른 건 말할 것도 없다. 일각에선 일부 인사들의 대망론도 제기되고 있다. 차기 인사들이 거론되면 권력을 장악하긴커녕 벌써 권력누수를 우려해야 할 판이다.


두 지도자의 권력 장악력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일일 것이다. 자유와 비판이 넘치는 한국과 감시와 통제가 여전한 중국은 전혀 다른 사회이다. 5년에 한 번씩 대통령을 바꿔야만 하는 나라와 10년을 보장하는 국가의 지도자가 갖는 권력의 크기와 성격은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 주석의 권력이 인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그가 중국 사회의 고질병인 부패를 척결하겠다며 고강도 전방위 사정을 벌이며 고위 관료들을 잇따라 낙마시키고 있는 데에 기인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주목되는 게 친서민 행보다. 지난해 12월28일 시 주석은 베이징(北京)의 한 만두집을 예고없이 방문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줄을 서서 기다린 뒤 직접 주문을 하고 만두가 든 쟁반을 들고 탁자로 가 간단히 점심을 때우는 장면은 중국 인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가 당시 지불한 금액은 21위안(약 3800원)이었다. 지난 2월25일에도 그는 베이징의 전통 주택가 골목길인 ‘난뤄구샹’을 찾아 시민들과 대화를 나눴다. 당시 베이징엔 잿빛 독성 스모그가 일주일 가까이 지속되던 때였다. 시 주석의 등장에 지도자들은 아마 구중궁궐에서 공기청정기만 돌리고 있을 것이란 비판의 목소리는 쑥 들어갔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박 대통령에게서 이러한 감동을 받은 적이 없다. 선거로 뽑힌 건 시 주석이 아니라 박 대통령이다. 그러나 최고 지도자가 된 지 2년 가까이 지난 지금 국민들의 지지도는 두 사람 중 시 주석이 훨씬 더 높아 보인다. 지도자가 국민들과 소통하면 국민들은 지도자에게 더 강한 권력을 준다. 박 대통령이 비서실 뒤에 숨지 않고 직접 국민들과 적극 소통할 때, 이를 통해 국민들이 박 대통령에 대한 괴리감을 느끼지 않을 때, 박 대통령의 권력은 더 강해질 것이란 걸 이웃 나라 최고 지도자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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