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3.0시대의 1.0언론관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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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언론사와 기자를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현재까지 청와대 관계자의 언론사·기자 민형사 소송은 알려진 것만 12건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소송이 더 집중되고 있다. 박 대통령을 보좌하는 대통령비서실이 적극 소송에 가담해 명예훼손은 물론 손해배상 청구까지 전방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언론보도에 의해 부당한 피해를 입었을 경우 법에 호소하는 것은 자유롭게 선택할 일이다. 하지만 현재 청와대의 대응은 소송으로 재갈을 물려 언론을 압박하고 통제하려는 의도가 짙다. 특히 청와대 비서관의 인사외압 소문을 취재하는 기자를 고소까지 한 것은 언론의 취재활동을 봉쇄하는 명백한 탄압이다. 어느 기자는 휴대전화 통화와 문자 메시지, 카카오톡, 편집국 직통전화까지 털렸다.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관한 산케이 신문의 기사를 번역한 한 매체기자는 집까지 압수수색을 당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7시간’ 행적 보도만 해도 그렇다. 청와대 비서실이 논란을 확산시킨 측면이 크다. 언론과 국회의 의혹제기에 김기춘 비서실장이 “계신 곳이 곧 집무실이다”라는 해괴한 답변이 되레 ‘뭔가 켕기는 게 있는게 아니냐’는 세간의 풍문을 퍼뜨렸다. 원래 소문이란 게 처음에 무성했다가 진실이 드러나면 자연스레 사라지기 마련이다. 자꾸 숨기려들수록 소문은 빠르게 널리 퍼진다. 언론이란 그런 소문이나 의혹에 대해 취재해 진실을 드러나게 하는 일을 한다. 그런데도 청와대 참모진이 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언론을 옥죄는 것은 여론에 귀 기울이기보다 대통령의 심기만 귀 기울이기 때문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잘못된 기사엔 정정보도를 통해 사실을 바로잡을 수 있다. 그런 일을 마다하고 소송이란 칼부터 빼드는 것은 치졸한 느낌마저 든다. 더구나 “대통령 모독이 도를 넘었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 뒤 검찰이 곧바로 사이버 유언비어 전담수사팀을 꾸린 현실엔 박정희 대통령 시절 유언비어 단속을 핑계로 정부 비판을 억눌렀던 암울한 그림자가 겹쳐진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는 기본권이다. 특히 언론의 자유는 국가권력의 탄압이 없는 상태가 핵심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의 자유는 통제받지 않는 권력을 감시할 도구이기 때문이다. 40년 전 독재정권에 맞서 언론의 자유를 찾고자 했던 ‘자유언론실천선언’의 정신이 이 시대에 다시 회자되는 현실이 씁쓸할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초기 ‘정부 3.0’을 정부운영의 새 패러다임으로 제시했다. 그 핵심은 공공정보를 적극적으로 개방해, 공유·소통·협력함으로써 국민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투명한 정부를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소송을 남발하는 작금의 언론상황을 보면, 정보의 개방을 요구하는 쪽에 채찍을 들고 달려드는 꼴이다. 청와대는 세간에서 왜 ‘불통정부’라고 하는지 돌아볼 일이다.


불법도청사건인 ‘워터게이트’ 사건을 진두지휘해 결국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끌어낸 워싱턴포스트 브래들리 전 편집인의 말이다. “언론과 정부가 너무 사이가 좋으면 뭔가 크게 잘못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의 사망 소식을 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애도성명은 이랬다. “브래들리에게 저널리즘은 우리 민주주의에 필수적인 공공선을 의미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소송을 남발하는 참모진에게 들려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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