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핀테크(Fin Tech)에 주목하라

[언론 다시보기] 예병일 플루토미디어대표

▲예병일 플루토미디어대표

요즘 들어 테크놀로지가 가져오는 ‘변화’의 파고가 점점 더 높아지는 걸 느낀다. 그로 인해 무너지는 ‘장벽’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핀테크(Fin Tech)’도 그 한 사례다.


얼마 전 금융위원회 신제윤 위원장이 판교의 다음카카오 본사를 방문해 카카오페이 시연을 보며 직원들과 간담회를 갖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됐다. 보수적인 금융당국의 수장이 금융기관이 아닌, 생긴 지 몇 년 안 된 인터넷 기업을 찾아가 그 기업이 만든 모바일 결제 서비스의 시연을 지켜본 것이다. 사실 대표적인 규제산업인 금융분야의 서비스를 ‘일반 회사’가 주도적으로 한다는 건 한국에서 과거에는 쉽게 상상이 안 되던 그림이었다.


1990년대 중반 재정경제부를 출입할 때 과장으로 만났던 한 지인은 최근 사석에서 내게 “언젠가 될거라 생각하긴 했지만, 요즘 국내외에서 핀테크가 주목받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 정보통신부를 출입할 때 사무관으로 처음 만났던 지인도 비슷한 말을 했다. 모두 빠르게 발전하는 테크놀로지가 규제라는 기존 장벽에 구멍을 내고 있는 현실에 대한 ‘관료의 놀라움’이었다. 


과거 신문사에 몸담고 있을 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기획재정부를 꽤 오래 출입했었다. 금융은 그때 역시 무엇 하나를 하려 해도 금융당국의 허가나 ‘지도’를 받아야 하는 꽉 조여져 있는 규제 산업이었다. 그 후 정보통신부를 출입해보니 통신산업은 규제가 금융과 비슷했지만, 새로 등장한 인터넷 서비스 분야는 ‘자유’ 그 자체였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지금, 아이폰이 촉발한 스마트 혁명과 모바일 혁명을 기반으로 국내외에서 핀테크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졌다. 핀테크는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모바일 결제, 송금, 자산관리 등 금융관련 기술과 서비스를 의미한다. 대표적인 규제 산업인 금융의 장벽이 자유를 상징하는 인터넷IT 기술과 결합하며 무너지는 모습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애플페이, 알리페이 등이 주목받고 있고, 한국에서도 카카오페이(결제), 뱅크월렛카카오(송금)에 이어 삼성전자가 연내에 모바일 송금 서비스를 시작한다.


물론 한국의 핀테크는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고 지금도 규제 때문에 답답해하는 업계 사람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지만, 장벽은 이미 흔들리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몇 년 내에 기존 금융권 시장의 30% 정도를 비금융 회사가 잠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터넷 기업이나 이런 변화 트렌드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나서는 일부 금융사들에게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기회’다.


며칠 전 모바일 앱을 통한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가 미국 워싱턴D.C.에서 시의회의 법안 통과로 합법화 됐다. 파리와 베를린 등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는 영업금지 처분이 내려진 바 있지만, 워싱턴D.C.의 이번 결정은 테크놀로지에 의한 운송업계 장벽 붕괴의 서막이 될 가능성이 있다.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느린 공룡이 되어버린 기존 기득권 기업들에게 불리하고, 빠르고 과감한 조직에게 유리하다. 그들은 기술로 인해 작은 구멍이 생긴 ‘장벽’을 적극적으로 넘나들며 혁신을 통해 자신의 영역을 늘려간다.


신 금융위원장이 카카오페이 시연을 지켜보는 모습을 신문 사진과 방송 영상에서 접하면서 필자는 ‘견고함’의 대명사였던 금융 서비스의 ‘장벽’이 테크놀로지로 인해 흔들리기 시작했음을 느꼈고, 이어 생각은 신문과 방송의 경우는 어떨까로 미쳤다. 핀테크라는 변화를 능동적으로 기회로 만들어 가고 있는 서구의 몇몇 금융회사들의 모습, 그리고 수동적으로 대응하며 위기속으로 빠져 들고 있는 다른 금융회사들의 모습은 우리 언론에게는 생생한 교육 자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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