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케이신문과 일본 언론의 오해

[글로벌 리포트 | 일본] 이홍천 게이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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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천 게이오대 교수

산케이신문 기소문제로 지난달 일본 방송에 출연했다. 아사히신문 계열의 텔레비전 아사히다. 한국 언론의 도쿄 특파원들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인데 공교롭게 돌고 돌아서 필자에게 섭외가 들어왔다. 목요일 저녁 3시간에 걸친 녹화 도중 똑같은 질문을 몇번이나 받았다. 지난 8월부터 일본 방송사들이 내보낸 150회에 달하는 산케이신문 관련 보도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먼저 왜 조선일보를 그대로 인용한 것 뿐인데 조선일보는 문제삼지 않고(기소당하지 않고) 산케이신문만 문제삼느냐(기소하느냐)는 논조가 대표적이다. 일본의 주요 방송들은 산케이신문 칼럼이 조선일보를 그대로 인용한 것 뿐이라고 되풀이하고 있다. 내용에는 차이가 없는데 산케이신문이 한국에 대해 비판적이기 때문에 기소당했다는 뉘앙스다. 이런 태도는 ‘산케이신문=(한국에)비판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지만 다른 언론들은 비판적이지 않다는 것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 


정말 산케이신문은 조선일보 칼럼을 인용만 한 것인가. 가토 전 지국장의 칼럼과 조선일보 칼럼에 대해 일본 독자들은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일까. 재직중인 대학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일본 학생들에게 두 칼럼을 비교하는 과제를 냈다. 산케이신문과 조선일보의 칼럼을 읽고 두 칼럼의 취지가 같은지 다른지를 판단한 다음 이유를 제시하라는 내용이다. 학생들의 판단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과제를 제시하면서 예비지식을 제공하지 않았고, 각 칼럼이 산케이신문과 조선일보 칼럼이라는 것도 밝히지 않았다. 


결과부터 말하면 과제를 제출한 52명의 학생 중 74%의 학생이 두 칼럼은 전혀 다르다고 판단했다. 다르지 않다는 대답은 21%에 불과했다. 한 학생은 “사용한 재료는 같을지 몰라도 두 칼럼이 전달하려는 의도는 전혀 다르다”고 판단했다. 조선일보 칼럼은 “풍문이 나돌게 된 배경을 전달하려는 것인 반면에 산케이신문 칼럼은 풍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차이로 들었다. 언론자유가 침해받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면서도, 가토 전 지국장의 칼럼은 미혼의 여성대통령을 모독한 것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적고 있다. 


다른 학생은 “두 칼럼은 중간 부분까지 거의 비슷한 내용이지만 마지막 부분이 정반대”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칼럼은 “풍문은 햇빛을 받으면 없어진다”고 적고 있다면서 이런 문장이라면 “지금까지 비판한 내용이 풍문이고 진실은 다른 곳에 있다고 이해할 수 있다”고 적고 있다. 


또 다른 학생은 “조선일보는 떠돌고 있는 풍문을 가지고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를 비판한 것”이라면서 인사문제로 인한 불신이 풍문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반면에 “산케이신문 칼럼은 스캔들에 초점을 맞추면서 풍문이 발생한 경위에 대해서는 기술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이 학생은 산케이신문 칼럼이 “박근혜 정권의 레임덕이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부정적으로 끝맺고 있는 반면 조선일보는 “신뢰를 회복하면 지지율이 회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반대의 논조라는 것이다. 산케이신문이 인용했다는 조선일보 칼럼 내용에 대해서도 “조선일보가 남녀관계를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산케이신문은 이를 스캔들로 해석, 정권의 지지율과 권위하락이 스캔들의 원인이라고 해석될 수 있도록 적고 있다”며, 두 칼럼은 취지가 전혀 다른 내용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다른 한 학생은 산케이신문의 칼럼은 조선일보의 칼럼에서 소문과 관련된 부분만 발췌해서 이를 ‘밀회’라는 것으로 구체화 했다는 인상을 준다고 밝혔다. 


녹화에 참석한 일본인 코멘테이터도 두 칼럼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정작 방송된 내용에서 이런 언급은 없었다. 일본 미디어의 독해수준이 대학생보다 못하다는 것일까. 8월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 있었고, 풍문의 인물과 만나지 않았다는 점을 검찰이 확인했지만 일본 언론 어디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의 언론자유를 걱정하면서도 ‘국경없는 기자회’와 ‘프리덤 하우스’가 발표하는 언론자유 순위에서 일본이 한국보다 뒤지고 있다는 사실도 언급하지 않았다. 


산케이신문은 “한국 언론자유도 197개국 중 68위, 대통령 비판 사이트 방해나 삭제”(10월 12일자)로 ‘프리덤하우스’의 언론자유 순위를 언급하면서 한국의 언론자유가 악화됐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국경없는 기자회’의 언론자유 지수는 한국이 57위로 일본의 59위보다 높다는 점은 밝히지 않았다.  기소사실 이외는 관심이 없는 일부 일본 언론들의 선택적 보도태도가 한일 양국의 상호이해를 어렵게 하는 장애물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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