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들지 않는다고"…MBC 경영진의 밀실·보복인사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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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2012년 파업에 참가했던 기자와 시사교양 PD를 교육 발령 내고 본 업무와 무관한 부서에 배치하며 ‘보복 인사’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원칙과 기준을 알 수 없는 인력 배치”라며 “‘교양 없는 MBC’ 조직개편의 후속인사는 끝내 ‘밀실 보복인사’로 현실화됐다”고 비판했다.

 

MBC본부는 “가장 두드러진 것은 교양제작국 조직 해체 이유를 짐작케 하는 PD들에 대한 명백한 보복 인사”라며 “스스로 공영방송 포기선언을 하며 내세웠던 ‘수익성’과 ‘경쟁력’이란 구호조차도 결국 허울뿐인 것을 만천하에 알린 셈”이라고 비판했다.

 

MBC는 지난달 27일 교양제작국을 해체하고 다큐프로그램은 외주 제작물을 관리하는 편성제작본부 산하 콘텐츠제작국으로, 교양프로그램은 예능본부 산하 예능1국으로 이관하는 조직개편을 했다. 콘텐츠 핵심 역량 집중과 확대를 내세우며 기능조정에 따른 조직 효율화로 부서를 통합, 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인사에서 교양제작국 PD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PD수첩 제작PD로 영화 ‘제보자’의 모델인 한학수 PD는 신사업개발센터로 발령 났고, 과거 PD수첩 팀장을 지낸 김환균 PD도 사업부서인 경인지사로 보내졌다. 노조위원장을 지낸 이근행 PD와 현 MBC본부 민실위 간사인 김재영 PD, ‘PD수첩 광우병편’을 제작한 조능희 PD도 비제작부서로 발령 났다. MBC본부는 “한학수 PD는 올해 프란체스코 교황 방한 관련 2부작 다큐로 좋은 평가를 받았고, 최근에도 인기그룹 GOD의 다큐를 위해 야간촬영을 해오고 있었다”며 “김환균 PD도 지난 9월 다큐멘터리 ‘안중근’으로 한국PD연합회가 주는 ‘이달의 PD상’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MBC가 조직개편에 따른 후속인사를 지난달 31일 단행했다. 하지만 교양제작국 시사교양PD와 기자들을 비제작부서로 상당수 발령내며 '보복인사'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MBC 상암 사옥 전경.(뉴시스)

 

신사업개발센터나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 등 신설 조직의 정체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2012년 파업 이후 만들어졌던 ‘미래방송연구실’이나 ‘보도전략부’처럼 기자, PD들을 내쫓는 또다른 ‘유배지’가 될 수 있다는 의구심이다. 더욱이 회사가 신사업개발센터를 상암 본사가 아닌 제3의 장소에 둘 방침이라고 전했다. MBC본부는 “이름도 생소하고 업무가 무엇인지 알기 어려운 신설 조직들이 과연 무엇을 위해 만들어졌는지 깨닫게 된다”며 “그들의 마음에 들지 않은 기자들과 PD들을 솎아내고 배제하기 위한 도구인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발령의 기준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회사는 인사평가에서 실적이 미흡한 저성과자라는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교육발령을 받은 이들 중 대표적 사례만 봐도 타당하지 않다. 이우환 PD는 지난 3월 ‘불만제로-잇몸약의 비밀’편으로 한국PD연합회에서 작품상을 받았고, 이춘근 PD는 지난 6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을 수상했다. MBC본부는 “기자회장을 역임했던 고참기자와 ‘숫자데스크’ 등 색다른 뉴스 포맷을 시도하던 기자 등 상당수가 ‘영문도 모른 채’ 교육발령을 받았다”며 “‘170일 파업’ 직후 파업 참가자들을 대거 ‘신천 교육대’에 몰아넣고 ‘브런치’를 만들게 했던 김재철 시절의 ‘부당전보’와 무엇이 다른가”라고 반문했다.

 

절차적 문제도 제기했다. 인사 당사자는 물론 해당 부서 부장도 당일에 인사를 통보받았다. 보도와 무관한 예능과 드라마 마케팅부에 기자들을 보내면서 개개인에게 사전 협의를 하거나 조율하는 절차도 없었다. MBC본부는 “회사는 권재홍 부사장을 위원장으로 세 차례에 걸쳐 인력배치를 놓고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한다”며 “하지만 모든 것이 밀실에서 논의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직원에 대한 교육발령은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노사협의회’를 거쳐 의결을 거쳐야 하는 사안임에도 일방적으로 강행했고, 현직 노조 집행부에 대한 사전 협의도 무시했다”며 “내용과 형식 모두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인사 폭거”라고 지적했다.

 

MBC본부는 “사측의 이번 교육 인사 발령은 ‘배제’와 ‘탄압’의 의도가 명백하게 드러난 ‘부당 전보’라고 판단한다”며 “인사를 주도한 사람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다. ‘신천교육대’가 결국 법의 심판을 받았던 것처럼, 현 경영진의 독선과 아집 역시 결국 준엄한 법과 상식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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