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한학수ㆍ조능희ㆍ이근행 PD 쫓아내고 기자 등 12명 교육발령

MBC 기자협회 "참혹한 인사 발령"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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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최근 조직개편으로 해체된 교양제작국 소속 시사교양 PD 상당수를 업무에서 배제하고 기자, PD 등 12명을 교육 발령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2012년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파업 직후의 ‘부당 인사’ 그림자가 다시 드리워지는 모양새다. MBC 기자협회는 즉각 성명을 내고 “참담함과 분노를 느끼는 참혹한 인사 발령”이라며 “‘최적의 인력 재배치’라는 회사의 자화자찬 앞에서 말문이 막힐 따름”이라고 밝혔다.

 

사측은 31일 교양제작국 소속이었던 시사교양 PD들을 업무와 무관한 부서로 발령 냈다. 특히 2012년 파업 직후 권력 비판에 앞장섰던 PD들이 대부분이다. 2009년 노조위원장으로 김재철 사장 임명 반대에 앞장서다 해고됐던 이근행 PD, ‘PD수첩 광우병 편’을 제작한 조능희 PD(대법원 무죄에도 올해 사측으로부터 정직을 받았다), 현재 MBC본부 민실위 간사인 김재영 PD 등은 본 업무와 무관한 편성국 MD로 발령이 났다. 편성국 MD는 프로그램 제작이 아닌 방송 송출에 대한 편성 업무를 한다.

 

영화 ‘제보자’의 실제 주인공으로 ‘PD수첩 황우석 편’을 제작했던 한학수 PD는 신사업개발센터로, PD수첩 팀장을 했던 김환균 전 한국PD연합회장은 경인지사로 발령이 났다. 한학수 PD, 김환균 PD, 조능희 PD는 방송 예정인 다큐프로그램을 제작하던 중이었다.

 

▲MBC가 지난 27일 교양제작국을 해체하며 공영성 후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지난 23일 MBC 상암 사옥에서 조직개편안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하는 모습이다. (사진=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또 사측은 기자, PD 등 12명을 교육 발령 냈다. 지난 2012년 파업 이후 사측이 강제 교육명령으로 기자, PD 등 100여명에 달하는 인원을 MBC아카데미에 보낸 것처럼, ‘신천교육대’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사측은 수시평가와 인사고과 등에서 업무실적이 미흡한 저성과자들 중 일부를 발령 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 대상자 중 면면을 살펴보면 파업 이후 보도ㆍ제작 업무에서 배제된 이들이 상당수다. 파업 이후 미래방송연구실과 통일방송연구소, 뉴미디어국, 시사제작1부에 배치된 기자 5명이 포함됐으며, 교양제작국에서 불만제로를 제작했던 시사교양 PD 2명도 있다. 사측은 이들을 교육 발령 이후 직무 배치를 할 예정이다.

 

최근 ‘수익’성을 내세우며 신설한 부서 등 사업 관련 부서에도 기자들을 배치했다. 사측은 지난 조직개편에서 보도본부 산하 뉴스사업부 등 각 본부별로 사업, 마케팅부를 신설했다. SNS와 온라인 뉴스 등을 담당해온 뉴미디어뉴스국 기자들이 사업 및 기획 관련 부서로 전출됐고, 시사프로그램을 제작해온 기자들도 신설 사업부서와 드라마, 예능 부문에 발령이 났다.

 

이번 인사는 지난 27일 MBC 조직개편에 따른 후속 조치다. 지난 28일 국부장단 인사에 이어 130여명 규모의 직원 인사다. MBC 한 기자는 “파업 이후 인사고과에 대한 불이익을 계속 받아온 이들이 또다시 교육 발령을 받았다. 능력이 입증된 이들에 대해 인사평가가 낮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며 “결국 교양제작국 폐지 이후 밀실 개편과 밀실 인사로 사측에 반발하는 인사들을 탄압, 보복하려는 의도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MBC 기자협회는 31일 성명을 통해 “‘저성과자’, ‘배치 부적합 대상’이라는 회사 설명은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다. 교육발령을 받은 이들 가운데에는 새로운 포맷의 인터넷 뉴스 프로그램을 제작해 사내외에서 호평을 받은 기자도 있고, 30년 가까운 기자 생활 동안 후배들의 귀감이 된 고참 선배도 있다”며 “‘미운 사람 찍어내 손보기 위해’ 기준과 원칙도 불분명한 수시평가 등을 들먹이며 사실상 ‘징계성 교육 발령’을 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보도국에서는 ‘일할 사람 없다’며 계속 경력기자를 뽑는 상황에서, 기자로서 누구보다 일 잘할 수 있는 인력을 갈기갈기 찢어 전출시키는 것이 과연 ‘적재적소 인력 배치’이며 ‘벽을 허문 융복합 인사’인가. 단지 궤변일 뿐”이라며 “훈련과 교육, 경험을 통해 능력이 검증된 기자들을 뉴스 제작 업무에서 내쫓고 무슨 프로그램 경쟁력을 운운하는가”라고 비판했다.

 

MBC기자협회는 “이대로라면 공정성과 신뢰도가 이미 무너질 대로 무너진 MBC 뉴스 프로그램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게 영영 불가능할 수도 있다”며 “비상식적이고 납득하기 힘든 이런 인사발령은 MBC 뉴스, 나아가 MBC 전체의 몰락을 앞당기게 할 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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