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박대통령 세월호 유족 외면 기사 빼고 영상도 안내

YTN 노조 공방위 성명

지난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과 여야 지도부 회담을 하는 도중 세월호 유가족들은 본청 앞에서 대통령과 면담을 요청하며 피켓시위를 벌였다. 유가족들은 대통령과 만남을 기대하며 전날 밤부터 국회 앞에서 밤새 기다렸지만 박 대통령은 국회를 오가면서 유가족들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YTN은 이날 박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중계하며 현장에 있는 취재기자를 연결해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 해당 기자는 중계 원고에 마지막 질문 답변으로 세월호 유가족들이 국회 본회의장 주변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상황을 넣은 기사를 작성했다. 하지만 해당 질문은 데스킹 과정에서 빠졌고 결국 세월호 유족 관련 부분은 방송되지 못했다.   

 

YTN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에 따르면 국회팀 담당 데스크는 “현장 기자에게 강압적으로 삭제를 지시한 적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데스크는 “다만 세월호 유족과 관련한 부분을 별도 질문으로 다루는 것이 부적절해 본회의장 내부 등 시정연설과 관련된 다른 ‘스케치’ 거리를 함께 다룰 것을 권유했을 뿐”이라며 “세월호 유족 시위와 마주한 대통령 모습은 지엽적일 수 있어 별도 질문으로 다뤄질 만큼의 기사가치는 없는 사안이라고 판단했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29일 YTN ‘뉴스10’ 리포트에는 “대통령이 국회에 도착하고 떠날 때 세월호 유가족들은 피켓시위를 벌였지만 돌발 상황은 없었다”며 박 대통령이 본회의장을 떠나는 영상을 짧게 내보냈다. 하지만 유가족의 모습은 나오지 않았다. (사진=YTN 뉴스10)

 

YTN은 당시 현장중계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세월호 유가족을 지나치는 영상도 사용하지 않았다. 노조 공방위에 따르면 영상편집부 데스크가 청와대 풀 기자단의 요청을 받고 쓰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 해당 데스크는 “잠시 보류하라는 취지의 지시였을 뿐 사용하지 말라고 한 적은 없다”며 “청와대 풀 기자단에서 관련 화면 사용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 잠시 기다려달라는 연락을 받았고 사용해도 된다는 추가 연락에 따라 화면을 썼다”고 밝혔다. YTN ‘뉴스10’ 리포트에는 박 대통령이 유가족을 지나쳐 본회의장을 떠나는 모습이 나왔지만 유가족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YTN노조는 31일 성명을 내고 “‘국민의 알권리’에서 대통령이 예외가 될 수 없으며 ‘사실에 근거한 권력 비판’에서 대통령도 성역이 될 수 없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대통령과 관련된 ‘민감한’ 내용이 움츠러들지 않고 활짝 필 때 공정성과 신뢰도가 확보되며 시청률도 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MBC뉴스데스크는 대통령 시정연설을 보도하며 세월호 유가족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MBC뉴스데스크는 29일 시정연설 내용과 여야 태도 및 반응, 여야 지도부 회담으로 나눠 톱뉴스부터 연달아 3꼭지를 보도했다. 하지만 세월호 유가족들이 국회 앞 피켓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이나 그 앞을 지나치는 박 대통령 모습은 방송되지 않았다.

 

▲JTBC '뉴스룸'은 29일 세월호 유가족 60여명이 국회를 찾은 박 대통령에 면담을 요청했지만 불발됐다고 보도했다. (사진=JTBC 뉴스룸)

 

이와 대조적으로 JTBC ‘뉴스룸’은 ‘‘밤새 기다렸는데’…세월호 유족-박 대통령 면담 불발’ 기사에서 “세월호 유가족 60여명은 29일 국회를 찾은 박 대통령과 면담을 요청하면서 28일 밤부터 국회 앞에서 밤새 기다렸지만 만남은 없었다”며 “유가족들은 박 대통령이 나올 때까지 1시간 넘게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외쳤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과 세월호 유가족의 간극의 원인도 짚었다.

 

KBS와 SBS는 다른 내용의 리포트 속에 유가족의 모습을 포함시켰다. KBS ‘뉴스9’는 “연설에 앞서 세월호 유족 60여명은 국회 현관 앞에서 면담을 요구하며 오열하기도 했다”며 ‘대통령님, 약속하셨잖아요’라는 유가족의 외침을 전했다. SBS는 유가족에 대한 직접 언급은 없이 박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 배웅을 받으며 국회를 떠났다며 ‘세월호 유가족 국회 본관 앞 시위’ 자막과 유가족 육성을 넣었다.

 

뉴스Y는 시정연설 중계에서 박 대통령과 유가족의 만남이 주목받았지만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채널A는 별도의 리포트로 박 대통령이 유가족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는 야당의 비판에 세월호법 논의에 영향을 주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청와대가 반박했다고 전했다. TV조선은 유가족 모습만 짧게 비추며 박 대통령이 유가족을 만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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