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기사 베껴쓰기' 도 넘어

출처 표기 않고 인용…저작권 침해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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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출판미디어국장은 지난 4일 태국에서 김해공항으로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이색적인 기내방송을 들었다. 김 국장은 스마트폰으로 기내방송을 녹화(녹음)하고 해당 승무원을 인터뷰한 뒤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다음날 ‘제주항공 승무원의 재치발랄 코믹 기내방송’이란 글을 블로그에 올리고 6일자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넷판에도 기사를 전송했다.


6일 오후 위키트리를 시작으로 유사한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많은 매체들이 김 국장이 올린 유튜브 동영상을 인용해 보도했고,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도 올랐다. 쿠키뉴스의 기사는 포털 사이트 다음 메인에도 노출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사에서 출처는 찾을 수 없었다. 자체 분석 결과 8일 오후 3시까지 약 48시간 동안 77건의 관련 기사가 쏟아졌는데, 이 중 57건은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주완 국장은 “저작권 침해에다 기사 도둑질”이라고 힐난했다. 경남도민일보도 10일자 4면 기사 등을 통해 “기본적인 출처 표기도 없이 대놓고 기사를 베껴 포털에 반복 전송하는 어뷰징이 도를 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주항공의 ‘코믹 기내방송’ 관련 승무원 인터뷰와 함께 경남도민일보가 지난 6일 최초로 보도한 기사(아래)와 언론들의 기사 베껴쓰기 행태를 비판한 지난 10일자 4면 기사.

‘기사 베껴쓰기’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신문윤리위원회 신문윤리실천요강은 “출처를 명시하지 않고 실체적 내용을 인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에선 이른바 ‘우라까이’로 통하는 베껴쓰기, 돌려쓰기가 횡행한다. 출처 표기에도 인색해 타 언론사의 특종 보도를 ‘한 인터넷 매체에 따르면’, ‘보도에 따르면’ 식으로 뭉뚱그리곤 한다. 종합일간지 디지털뉴스팀 한 기자는 “애써 공들여 쓴 기사를 출처도 없이 가져가고 어뷰징까지 하는 걸 보면 화가 난다”며 “법적 책임을 물어 언론계 전반에 경각심을 줘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미디어가 다양해지고 이른바 ‘큐레이션 저널리즘’이 부상하면서 기사 저작권을 둘러싼 논쟁은 한층 더 가열되는 추세다. 뉴욕타임스는 혁신보고서에서 자사 기사를 인용해 더 많은 트래픽을 올리는 경쟁 매체들에 대해 ‘디지털 소매치기’라는 표현을 써가며 경계심을 나타냈다. 


국내에서도 최근 1~2년 사이 다양한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간혹 잡음을 빚고 있다. 이들 매체는 대부분 출처를 명시하거나 아웃링크를 걸어주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껴쓰기’와 저작권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 연구위원은 “2차 취재를 하더라도 원소스는 분명히 밝혀줘야 하고 링크를 걸 때도 제휴를 맺거나 사전에 연락해주는 신사협정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원론적이지만 기자 윤리 강화가 우선이고, 자율 규제 측면에서 협회 등이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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