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밀실공간' 공영방송 이사회

이사회 공개 의무화에 꼼수
방통위, 시정 않고 뒷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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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공개를 의무화한 방송법 개정안이 공포·시행된 지 두 달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공영방송 이사회들이 이에 역행하는 운영규정을 잇따라 내놓아 비판 여론이 높다. 하지만 공영방송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는 물론, 방송법 개정안을 직접 의결한 국회에서도 이를 시정하려는 노력 없이 사실상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는 공영방송 이사회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5월 방송법을 개정, KBS와 EBS,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 공개를 의무화 했다. 그러나 이들 공영방송 이사회는 공개 대상과 범위를 제한하는 ‘꼼수’를 뒀다. 회의 방청은 허용하되 별도의 방청공간에서만 가능하도록 하고, 회의 속기록은 공개하지 않거나 아예 작성하지 않기로 했다. KBS 이사회는 지난 1일 직접 방청 불가와 속기록 비공개 원칙을 골자로 한 ‘이사회 회의공개 등에 관한 규칙 제정(안)’을 의결했으며, 방문진도 지난 16일 이사회 회의부터 개정된 운영세칙을 적용하고 있다.


회의 속기록을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에 공영방송 이사회들은 “공개 의무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법 해석은 다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이사회의 의사록은 물론이고 만일 속기록이 있다면 속기록까지 공개의 대상에 해당된다고 보는 것이 이사회 회의의 공개규정에 합치한다”는 판단을 내놨다. 방통위 역시 이사회 공개에 관한 방문진의 유권해석 요구에 “문서공개로 갈음할 수 없고 공영방송 이사회 공개가 절차적 투명성을 담보로 한다는 전체 법률 취지에 비춰볼 때 현장 공개가 원칙이며 회의록 공개로 축소 해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간접 방청’ 방식도 논란이다.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회의실 공간 부족을 이유로 별도의 방청실에서 모니터로 회의를 방청하도록 하고 있는데, 음향장비 문제로 정확한 청취가 어렵다. 이 때문에 방통심의위는 직접 방청 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예산을 신청해둔 상황이다. 그런데 공영방송 이사회가 거꾸로 시설공사 비용을 들여가며 방청실을 만들기로 한 것은 방청권을 의도적으로 제한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상황이 이런데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국회는 사실상 뒷짐만 지고 있다. 지난주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도 야당 일부 의원들만이 방송법 개정 취지에 맞는 이사회 공개를 촉구했을 뿐, 여당에선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이인호 KBS 이사장이 지난 22일 국회 미방위 KBS 국정감사에서 “이사회 속기록을 공개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일부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KBS 이사회는 29일 운영세칙 개정 이후 첫 정기 이사회를 연다. “방통위 수준으로 공개하겠다”는 이인호 이사장의 약속이 ‘실언’인지 ‘위증’인지 가려질 수 있는 시험 무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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