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서실은 지금 언론과 소송중

언론사·기자 상대 소송 12건
취재활동 문제 삼아 고소까지
세월호 관련 보도 집중 소송
비판보도 함부로 하면 누구나
소송당할 수 있다는 메시지
"소송 남발로 공론장 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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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동철 대통령정무비서관이 조선일보 최우석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석채 KT 사장과 임영록 KB금융지주회장 등에게 인사 압력을 행사했다는 허위 사실을 최 기자가 주변에 퍼뜨린 혐의가 있다는 게 신 비서관의 고소 내용이다. 기사화한 것도 아니고 여러 경로를 통해 인사외압 소문을 확인하려 한 기자에게 고소까지 한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학 박사인 심석태 SBS 뉴미디어부장은 “기자가 취재하는 통상의 방법을 두고 고소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기자의 취재행위는 형법 20조가 규정한 업무상 정당행위로 가장 포괄적 면책사유에 해당한다. 취재의 자유 없이는 언론 자유도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언론사와 기자를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현재까지 청와대 관계자와 언론사·기자 간 민·형사 소송은 언론에 알려진 것만 해도 12건에 달한다. 청와대가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언론사에 조정을 청구한 건수도 9월 말 현재 5건이다. 청와대 관계자와 소송을 진행 중인 김지영 시사저널 기자는 “언론이 가지는 비판이나 감시·견제 기능에 대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은 세월호 참사 이후 관련 보도에 집중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CBS는 박 대통령의 세월호 희생자 조문 연출 의혹 보도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소송을 당해 11월 중 공판이 시작된다. 한겨레신문도 박 대통령이 진도체육관을 방문했을 당시 참사 현장에서 구조된 아이를 위로하는 장면을 두고 ‘연출 의혹’을 제기한 네티즌 반응을 기사화했다. 이에 대통령비서실이 정정보도 소송을 제기해 다음달 5일 선고기일을 앞두고 있다. 동아일보의 한 기자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법무부 장관 시절 ‘오대양 사건’의 재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전 부산고검장의 발언을 보도했다가 민·형사 소송을 당했다. 


▲최근 청와대가 언론사와 기자를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 이를 두고 언론의 문제제기 자체를 봉쇄하는 ‘위축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뉴시스)

청와대는 국가기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민사 소송은 물론 형사 고소까지 불사하고, 수사당국은 재빨리 수사에 착수해 언론사와 기자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말 신 비서관의 인사외압설을 기사화한 시사저널 기자는 휴대전화 통화,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편집국 직통전화까지 조회 당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모독발언이 도를 넘었다”고 발언한 이후 검찰은 인터넷 감시 전담반 설치 등 ‘사이버 검열 강화방침’을 밝혔다. 또 언론자유 침해라는 국내외 반발에도 불구하고 산케이 신문의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을 무리하게 기소했다. 


청와대의 대언론 소송전은 비판적 보도를 하면 누구든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이른바 ‘위축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정민영 변호사는 “소송 자체도 문제지만 소송이라는 액션을 취함으로써 공론장을 위축시키는 측면이 있다”며 “이른바 ‘전략적 봉쇄소송’으로 언론의 문제제기 자체를 틀어막는 소송”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를 포함해 공직자의 공무수행이 정당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는 항상 언론의 감시 대상이다. 법원의 판례도 이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06년 대법원은 “언론보도의 내용이 객관적 자료에 의하여 최종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공직자의 공직수행과 관련한 중요한 사항에 관해 어떤 의혹을 품을 만한 충분하고 합리적 이유가 있고 그 사항의 공개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의문을 제기하고 조사를 촉구하는 등의 감시·비판 행위는 보도의 자유에 속하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판결했다. 정민영 변호사는 “청와대의 명예훼손 소송은 대법원 판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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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했다고 고소하면 기사 어떻게 쓰나”
청와대 비서관에게 고소당한 최우석 조선일보 기자


최우석 조선일보 기자는 최근 신동철 대통령정무비서관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당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 기자가 신 비서관이 인사 압력을 행사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것이다.
최 기자는 “어이없고 답답하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최 기자와의 일문일답. 


-검찰이 최 기자를 허위정보의 진원지로 지목했다.
“저는 정당한 취재활동을 했다. 당시 (인사외압설) 소문이 많이 돌았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을 만나 확인 작업을 했다. 소문의 진위 여부에 대한 취재활동을 고소한다면 앞으로 누가 취재를 하겠나.” 


-검찰 주장대로 허위 사실을 유포했나?
“판사는 판결로 말을 하고 기자는 기사로 말을 한다. 정당한 취재과정을 가지고 고소를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국 언론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까 우려스럽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기자의 통화내역과 SNS 경로도 추적했다.
“저는 SNS상에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개인 간 주고받은 대화내용을 문제 삼기 시작하면 또 다른 차원의 문제가 된다. 누가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겠나.”


-최 기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고 최필립 전 정수장학회 이사장의 장남이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저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다.”


-앞으로 사안이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나.
“저는 조사에 성실히 응할 것이고, 사법부는 현명하게 판단하리라 기대한다. 취재원은 당연히 밝힐 수 없다. 기자의 본연의 임무는 권력자들을 감시·비판하고 토론의 장을 만드는 것이다. 이 과정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한겨레와 문제가 있었을 때도(최성진 한겨레 기자는 최 기자의 아버지인 최필립 전 이사장과 이진숙 MBC 당시 기획홍보본부장의 대화를 녹취, 보도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법정에 섰다) 아버지 앞에서 해당 기자에 대한 처벌을 반대했었다. 제가 만약 그 상황이었다면, 그리고 보도가치가 있었다면, 저라도 기사를 썼을 거라고 했다. 언론자유는 진보와 보수를 떠나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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