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이스라엘이 IS를 공격한다면?

[글로벌 리포트 | 중동] 박국희 조선일보 이스라엘 특파원

▲박국희 조선일보 이스라엘 특파원

국내 독자들에게 아직까지 IS(이슬람 국가·Islamic State) 문제는 그저 먼 나라 이야기 정도로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물리적 거리뿐만 아니라 수니파니 시아파니 하는 이슬람교의 종교적 분파 갈등으로 인한 문화적 괴리 또한 상당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피부로 와닿지 않는 복잡한 시리아 내전 상황까지 겹치다 보면 웬만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서는 관심을 갖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국제 사회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미국 오바마 정권은 명운(命運)을 걸고 IS 격퇴 작전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의 동맹국들은 물론 저마다의 이해관계에 따라 중동의 아랍 20여개 국가들까지 국제 연합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에는 IS 세력의 근거지인 이라크·시리아 양쪽과 모두 국경을 맞대고 있는 유일한 국가인 터키가 군사 작전에 참여할지 여부가 주목됐다. 


공공의 적(敵) IS에 맞서 국제 연합군이 연일 벌이고 있는 공습 작전을 보고 있노라면 문득 한 가지 궁금증이 떠오른다. IS 근거지 중 한 축인 시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스라엘은 왜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연합군에 참여하지 않는 걸까? 그보다도 왜 미국은 존 케리 국무장관이 유럽과 중동을 순방하며 숱한 동맹국들에게 IS 격퇴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으면서, 정작 중동의 핵심 전략국으로 수십년간 특수 관계를 맺어오던 이스라엘에는 입도 뻥끗하지 않은 걸까?(케리 장관은 이스라엘을 방문하지도 않았다)


국내 여론의 악화 속에 지상군을 파병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힘겹게 전투를 이끌어 가고 있는 오바마 정권에게 이스라엘의 빈자리는 더욱 커보인다. 이스라엘 군은 미군과 함께 현존하는 군대 중 실전 경험이 가장 많은 군대로 꼽힌다. 1948년 건국 당시부터 치렀던 독립 전쟁을 포함해 4차례의 중동 전쟁에서 혁혁한 전과(戰果)를 올렸고,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가자지구의 하마스와 교전을 벌여 67명의 아군 전사자가 생기기도 했다. 정보기관 모사드를 통해 주변 중동 정세에 관한 정보를 누구보다 꿰뚫고 있는 나라 또한 이스라엘이다. 


실전(實戰)에서 가공할 만한 화력을 뽐냈던 이스라엘의 전략 무기들을 떠올려 보면 민간인 인질들을 참수하며 국제적 공분을 사고 있는 IS를 이스라엘이 앞장서 격퇴하는 만화적 상상력을 하게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IS를 공격하게 되면 득(得)보다는 실(失)이 많다는 것을 미국과 이스라엘 모두 알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선 이스라엘이 국제 연합 전선에 참여함과 동시에 이스라엘과 적대 관계를 맺고 있는 사우디나 카타르 같은 아랍 국가들이 빠질 우려가 있다. 아무리 IS 격퇴 국면에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된다고 하지만 여전히 아랍 국가들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요원하다. 일반 관광객조차 이스라엘을 방문했던 기록이 여권에 남아 있으면 아랍국 입국이 거절되는 게 현실이다.


또한 이스라엘이 전면에 나서게 되면 IS로 하여금 아랍 세계의 거악(巨惡)인 이스라엘과 성전(聖戰)을 펼치고 있다는 대내외적 명분을 주게 되면서 오히려 IS의 위상을 높여주는 꼴이 된다. 그렇지 않아도 IS에 동참하는 외국인 조직원들이 국제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반(反)이스라엘 성향의 조직원들이 더욱 IS로 몰리게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스라엘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아랍 국가들의 혼돈 상황이 이스라엘 안보에 그다지 나쁜 것만도 아니다. 이스라엘은 이집트 시위나 시리아 내전 사태 때도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았는데, 주변 아랍국들이 합심하는 것보다는 분열된 상황을 오히려 즐기고 있는 측면이 있다. 가까운 예로 지난 여름 이스라엘과 교전을 벌인 팔레스타인 하마스는 내심 아랍 세계의 도움을 기대했지만 이미 그때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IS 문제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던 아랍 국가들은 누구 하나 먼저 지원 사격을 해줄 수가 없었다. 


이스라엘 외교부 관계자는 최근 통화에서 “우리는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만 가능하면 멀리 떨어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스라엘은 각종 정보를 미국에 건네주는 상황에서 협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다시 말하면 IS가 이스라엘 국경을 넘거나 유대인을 공격하기 전까지는 이스라엘 쪽에서 먼저 나서지는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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