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곽성문 코바코 사장의 '국감 쇼'

"친박 의원들과 상의해 코바코 지원" "박근혜 정권 성공 위해 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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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미방위 방문진·코바코 국감>
야당 의원들 사퇴 촉구, 여당 “부적절 발언” 제지
MBC 임원실 가구 구입에 임원 1인당 2500만원 지출


“최악의 국감이다.”
21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방송문화진흥회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국정감사에 대한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촌평이다. 자신이 ‘친박’ 인사임을 서슴없이 고백하며 “박근혜 정권의 성공을 위해 일하겠다”는 코바코 사장과 MBC의 공정성·신뢰도 추락에 대해 무책임한 답변만 늘어놓는 방문진 이사장. 이날 미방위 국감은 ‘낙하산’ 또는 함량미달 기관장 손에 맡겨진 우리 방송계의 불안한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이날 국감의 하이라이트는 곽성문 코바코 사장의 ‘충성서약’ 파문이었다. ‘낙하산’ 논란 속에 지난달 26일 임명된 곽 사장은 사장 공모 당시 지원서에서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작은 노력이라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코바코 사장에 지원한 것도 “주변의 친박 의원들과 상의해서 결정했다”고 실토했다. 또 “육영수 여사 서거 20주년에 인연을 맺어 박근혜 대표의 측근이 되었다”, “친박 그룹의 일원으로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다”고 자랑처럼 늘어놓기도 했다. 공영미디어렙의 수장으로서 정치적 편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발언들이었지만 그는 거리낄 것이 없었다. 오히려 “솔직하게 정치적 견해를 밝힌 것”이라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 중인 곽성문 코바코 사장을 김문환 방문진 이사장(왼쪽)이 쳐다보고 있다. (뉴시스)

야당 의원들은 크게 반발했다. 전병헌 새정치연합 의원은 “‘친박정권’에 대한 충성서약서와 다름없다”며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같은 당 문병호 의원은 “코바코 사장 지원서인지 새누리당 공천 신청서인지 모르겠다”고 일갈했고, 최원식 의원도 “경악스럽다”며 미방위 차원에서 사퇴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할 것을 주장했다. 새누리당 의원들 역시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신중하게 생각해서 답변해야 한다”고 나무랐다.


곽 사장의 자격 시비와 거취 문제가 쟁점이 되며 감사는 한동안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결국 20분간 정회 뒤 여야 간사들이 곽 사장의 사퇴 문제에 대해 논의했으나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 곽 사장이 “개인의 정치적 의견이 공적 활동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이 문제로 또 지적받을 경우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사퇴하겠다”고 사과하며 회의는 속개됐지만 논란은 계속 되고 있다. 당장 언론개혁시민연대가 논평을 내어 곽 사장 사퇴와 그를 임명한 방통위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고, 정의당도 사장 사퇴와 함께 대통령의 해명을 촉구했다.


김문환 방문진 이사장의 불성실한 태도도 2년 연속 집중 질타의 대상이 됐다. 방문진과 MBC는 의원들의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해 ‘영업비밀’과 ‘개인정보’를 이유로 성실히 응하지 않아 비난을 샀다. 특히 MBC는 상암동 신사옥으로 이전하면서 임원실 가구 등을 구입하는 데 임원 1인당 2500만원이란 거금을 사용하고도 세부 지출 내역은 숨겼다. 방문진도 이사장 전용차량 운행일지와 유류비 지출 내역 등에 대해 일부만 임의로 제출했다. 김 이사장은 이 같은 불성실한 자료 제출을 “자신이 지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률검토에 따른 판단”이라며 “저도 신용카드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라 알만큼 안다”고 주장했다가 핀잔을 듣기도 했다. 


또 김 이사장은 의원들의 질의에 웃거나 농담을 하는가 하면 “MBC가 방문진 말을 전혀 듣지 않는다는 소문이 있다”는 지적에는 “간혹 안 듣는 때도 있다”거나 “(업무보고 가서) MBC를 많이 꾸짖어 달라”는 등 무책임한 답변을 하기도 했다. 우상호 새정치연합 의원은 “코바코 사장과 방문진 이사장의 답변 수준이 정말 심각하다”며 “국감이 장난이냐”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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