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선 비판 어디로…무뎌진 MBC·YTN 시사 프로그램

PD수첩 '성역없는 비판' 말뿐
내부 통제에 제작 자율성 훼손
돌발플러스, 제작만으로도 벅차
인력 부족에 사명감도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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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권력에 대한 날선 비판으로 주목을 받았던 방송사 간판 시사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에게 잊혀져가고 있다.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를 표방하며 권력의 부조리를 파헤쳐온 MBC ‘PD수첩’, 정치권의 순간을 재치 있게 포착해 이면의 모습을 보여준 YTN ‘돌발영상’은 제작 자율성 침해와 회사의 무관심으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최근 화제인 영화 ‘제보자’는 2005년 황우석 줄기세포 조작의 진실로 대한민국을 뒤흔든 PD수첩을 소재로 했다. 실제 제보자가 ‘압력 때문에 비판을 피해간 적은 없었다’는 PD수첩 멘트에 이끌려 제보를 한 것처럼, PD수첩은 ‘성역 없는’ 비판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현 주소는 다르다. 올해로 24년째,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검사와 스폰서 등 각종 이슈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며 ‘PD저널리즘’을 탄생시켰지만 2012년 이후 사실상 무력화됐다. 김재철 사장 체제에서 PD수첩 PD와 작가들이 해고 및 징계되며 11개월간 방송이 중단됐고 이후 날카로움이 무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월 1000회 특집 ‘돈으로 보는 대한민국’과 ‘성형공장의 비밀’ 등 에서 보듯 권력에 민감한 이슈는 비껴가고 있다.


그 원인에는 ‘국장책임제’ 폐지가 크다. MBC는 1990년대 초부터 국장에게 권한을 부여해 프로그램에 대한 외부 간섭을 최소화했다. 하지만 김재철 사장 당시 본부장책임제로 바뀌며 의사결정 구조가 경직됐다. MBC 한 PD는 “국장들은 그간 직책을 내걸고 방송을 끝까지 관철해왔지만 본부장은 임원으로 권력의 입김에 더 영향을 받기에 자율성을 지키기 어렵다”며 “일선 PD들은 똑같지만 과거보다 기획안 통과가 몇 배나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반복될 경우 자기검열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최선이 아닌 차선, 차선이 아닌 차차선을 구현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각 방송사 간판프로그램이던 MBC ‘PD수첩’과 YTN ‘돌발영상’은 권력에 날선 비판으로 수차례 고비를 겪었다. 사진은 MBC ‘PD수첩’(왼쪽)과 돌발영상 중단 후 방영중인 YTN ‘돌발플러스’ 캡처.

최근에는 MBC가 교양제작국 해체를 골자로 한 조직개편을 시행할 것으로 알려지며 시사·교양 축소 논란이 일고 있다. MBC 교양제작국 PD들은 공영성 후퇴를 우려하며 “시사·교양을 초토화시키겠다는 의도”라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YTN 간판 프로그램 돌발영상도 지난해 11월 방송이 중단됐다. 돌발영상을 전담했던 기자에게 뉴스 프로그램 제작 업무가 배정되며 병행이 어렵게 됐기 때문. 사측은 “인력운용을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돌발영상 폐지 수순이라는 비판이 높았다. 1년여가 된 현재 해당 기자가 뉴스 프로그램 제작과 함께 ‘돌발플러스’를 만들고 있지만 맥만 잇는 수준이다. 사회 이슈를 다루지만 턱없이 부족한 인력과 업무 부담에 돌발영상과 같은 날선 비판은 기대하기 어렵다.


YTN 한 기자는 “회사 차원에서 좋은 콘텐츠로 돌발영상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돌발영상으로 표상되는 비판정신을 현재 (회사)상황에서 수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돌발영상이 과거 위상을 찾으려면 전담 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실 2009년 이후 돌발영상은 비정상적이었다는 평가다. 2008년 10월 YTN 사태를 겪으며 전담 기자 3명 중 1명이 해직되고, 1명이 정직 6개월을 받으며 방송이 중단됐다. 같은해 3월 삼성 떡값 로비 명단이 공개되기 전 청와대 해명을 비판한 돌발영상 삭제 파문은 그 서막이었다. YTN 다른 기자는 “한두 명의 노력이 있었지만 제대로 계승되지 못하면서 당초 취지대로 방송되지 못하고 악용된 측면이 있다”며 “제작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심훈 한림대 교수는 “시사고발 프로그램은 시대정신을 상징하며 한국의 민주화를 선도해왔지만 지금은 죽어가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내부적으로 통제하고 재갈을 물리다 보니 사명감을 갖고 만드는 언론인들을 좌절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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