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조만간 입사 예정인 3명을 포함해 올 들어 10~20년차 경력기자 8명을 채용했다. 반면 지난 2월 안광한 사장 취임 이후 3개월 간 15년차 중견급 2명을 포함해 기자 8명을 비제작부서로 내보냈다. 비판적인 성향의 기자들을 몰아내고 외부 기자들로 보도국을 물갈이하려 한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경력 채용은 올해 초 진행된 경영진 첫 워크샵에서 이진숙 보도본부장이 발의하며 시작됐다. 헤드헌팅으로 15년차 전후 데스크급 10여명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27일 이후 출근이 예상되는 경력기자 3명 중 2명은 20년차, 1명은 10여년차 기자다. 상반기 입사한 5명도 20여년차가 1명, 12~14년차가 4명이다.
당장 경력직들이 기존 데스크를 대체하고 있지는 않지만 부장ㆍ차장급 경력을 감안하면 데스크 ‘물갈이’를 위한 포석일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높다.
헤드헌팅이라는 ‘밀실’ 성격의 채용과 함께 ‘사상검증’ 역시 뜨거운 감자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복수의 제보자에 근거해 지난 5월 경력기자 면접에서 ‘보수냐 진보냐’, ‘누가 차기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등의 사상검증 질문이 오갔다고 6월 공개했다. MBC본부는 지난 5월20일 열린 노사협의회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사측 위원이 “질문의 적절성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며 “충격적 실무면접이 진행된 사실을 회사가 사실상 시인했다”고 밝혔다. 최근 채용된 입사 예정자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이명박 정부 시절 5년 내내 청와대 출입으로 ‘친여’ 성향을 드러낸 기자를 포함해 이미 사측에 ‘검증’된 인력이라는 의견이다.
실제 2012년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파업 당시와 이후 채용된 ‘시용ㆍ경력’ 기자 수는 상당하다. 경력 채용이 이대로 계속될 경우 몇 년 후에는 기존 기자들과 숫자가 비슷할 수 있다는 소리도 나온다. 10월 현재 기준으로 2012년 파업 기간 대체 인력으로 채용된 시용기자(정규직 전환)는 25명이다. 파업 이후 입사한 경력기자는 지난해까지 29명이며, 올해 채용자 및 채용예정자 8명을 더하면 37명이다. 시용 및 경력 인력은 총 62명에 달한다.
MBC 한 기자는 “1년 내 채용을 많이 할 때도 통상 신입 3~5명에 경력 2~3명 등 10명을 넘은 적이 없었다”며 “그런데 최근 3년 사이 기자가 60명이 넘게 뽑혔다”고 말했다.
보도국에 소속된 기자만 분리해보면 더 노골적이다. 현재 보도국에 있는 기자 174명 중 파업 이전 입사자가 122명, 파업 이후 입사자가 52명으로 42.6%에 육박한다. 시용 17명, 경력 33명, 사내 전직 2명이다. 현장기자로 압축하면 보도국 취재부서와 스포츠국 스포츠취재부에 한해 120여명 중 특파원을 제외하면, 55명 내외로 기존 인력과 파업 이후 인력이 거의 일대일 수준이다.
MBC 한 중견기자는 “위에서 지시를 내리면 그대로 움직여줄 기자가 워낙 부족하니까 채용하는 것”이라며 “시키면 시키는 대로 말 잘 듣는 방송을 만들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의 화룡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참 슬픈 현실”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인력 관리나 인건비 부담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신사옥 이전과 광고 매출 하락 등으로 경영 적자가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에서 인건비가 높은 중견급 기자들의 대거 채용은 비용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MBC 기자회ㆍ기술인협회ㆍ방송경영인협회ㆍPD협회 등 7개 직능단체들도 지난 5월 “창사 이래 전례 없는 채용”이라며 “경영진은 경영 악화를 운운하면서 밀실 채용을 강행하고 있다. MBC의 앞날은 책임지지 않겠다는 무책임한 ‘해사행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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