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자기검열에 개그 프로까지 내려

외압 논란 올해만 3번째
노사 공정방송협약 무색
"알아서 거르는 현상" 반복
보도국 불통도 수면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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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가 잇단 ‘외압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위쪽부터) 지난 6월12일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의 교회 강연 발언을 보도한 나이트라인, 6월7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싶다-세월호 참사의 불편한 진실 2부’, ‘웃찾사-LTE뉴스’의 지난 10일 방송분.

SBS의 보도·교양·예능 프로그램에서 최근 6개월 사이 연달아 ‘외압 논란’이 터져 나왔다.
공영방송 KBS, MBC가 무너진 사이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누리던 SBS가 그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구성원들은 ‘외압’보다는 사실상의 ‘자기검열’이 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최근 불거진 논란은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의 ‘LTE 뉴스’ 코너 삭제. ‘LTE 뉴스’는 정치·사회·경제 등 현안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로 주목받은 웃찾사의 인기 코너다. 지난 3일(68회) 방송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문제를 지적하며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대통령은 해외 순방 중이었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외에도 상가권리금 과세논란, 복지수준·소득분배율 등이 OECD 국가 중 꼴찌라는 점을 풍자했다. 이후 제작진은 유료VOD서비스, 유튜브 등에서 이날 방송분을 삭제했고, 이를 발견한 네티즌들은 박 대통령을 풍자한 데 대한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웃찾사 제작진은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OECD 통계 자료를 인용하는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 해당 내용이 반복 전달되지 않도록 삭제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지난 15일 열린 노사 편성위원회에서도 제작진은 외압 논란을 부인했으나 다시보기 서비스에서 해당 코너를 복구하지는 않았다.


앞서 지난 5월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도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5월31일 방송을 앞둔 세월호 참사 관련 아이템이 제작본부장의 지시로 돌연 제작이 중단되면서 외압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KBS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청와대로부터 보도·인사 개입을 받고 있다는 논란이 일어난 시점이라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당시 SBS PD협회는 긴급총회를 개최하고 성명을 발표하며 명확한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제작본부장은 윗선의 개입은 전혀 없었다며 방송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방송은 예정보다 일주일 늦춰진 6월7일에 방송됐다.


이어 보도국에서는 ‘문창극 보도 누락’ 파문이 이어졌다. 지난 6월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의 교회 강연 동영상을 입수하고도 데스킹 과정에서 결국 보도하지 않은 것이다. 사내 게시판에는 비판 글이 잇따랐고 SBS 기자협회는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해 책임자 문책, 재발방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논란이 채 가시기 전,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아들 취업 특혜 의혹에 대해 아이템을 발제하고도 ‘신중’을 이유로 보도되지 못해 기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기도 했다. 결국 SBS는 KBS와 경향신문에 각각 ‘단독’을 빼앗겼다. 


이 같은 내홍을 겪은 뒤 SBS 노사는 ‘공정방송 실천을 위한 공동협약식’을 가졌으며, SBS 기협 비대위는 재발방지와 시스템 개선에 의견을 모으고 권력 감시 상설 탐사보도팀 구성, 투명한 편집회의 운영 등 구체적 방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외압 논란이 계속되는 데 대해 ‘공정방송 협약’이 무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협약에는 △SBS의 제작·보도 책임자와 실무자는 사내·외의 부당한 압력과 간섭, 청탁을 배격한다는 원칙을 견지하며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 △SBS는 권력과 자본 등 특정 집단에 좌우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진실을 추구하며 이념적 편향을 거부한다 등이 명시돼 있다. SBS 한 기자는 모든 사안을 ‘정치적 압력’으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하면서도 “SBS에서 정치 관련 보도가 잘 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자기검열이 있다”고 말했다. 보도국 데스크나 PD가 자신의 기사 혹은 프로그램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알아서 거르는’ 현상이 반복된다는 말도 나온다. 


특히 보도국의 경우 데스크와 일선 기자 간 누적된 불신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문창극 보도 누락 사태 이후 구성된 뉴스발전방향TF에서는 기자 선후배 간 의견을 취합하면서 그동안의 ‘불통’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 기자의 판단과 해석이 데스킹 과정에서 곡해되는 일이 반복되며 일선 기자의 불만이 가중됐다는 것이다. SBS의 또 다른 기자는 “문창극 보도 누락 이후 서로 불신이 심해졌다”며 “재발방지 대책은 세웠지만 앙금은 여전히 쌓여있다. 자포자기 심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기계적 중립을 떠나 습관적 중립이 돼 버렸다”며 “정작 길게 다뤄야 할 것들은 안 나오고, 지상파 방송이 깊이를 잃으면서 종편에 시선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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