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친박정권’의 성공을 위해 일하겠다.”
곽성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장 입에서 나온 뜻밖의 ‘고백’에 국정감사장이 술렁였다. 21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곽성문 사장은 자신이 ‘친박’ 인사라는 것을 숨기지 않은 채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힘쓰겠다며 정권 편향적인 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곽 사장의 발언은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최 의원은 코바코가 3년 연속 적자인 점을 지적하며 경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광고를 잘 아는 전문가가 필요한데 곽성문 사장은 부적절한 인사라며 코바코 사장에 누가 지원하라고 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곽 사장은 “주변에서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받았다”며 “친박 의원이라 불리는 분들”이라고 답했다. 예상 밖의 답변에 국감장에선 실소가 터져 나왔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물론 홍문종 미방위원장과 새누리당 의원들, 함께 증인으로 출석한 김문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도 웃음을 터트렸다.
곽 사장은 이어 지난 1994년 고 육영수 여사 서거 20주년 특집 방송을 기획하며 박근혜 대통령과 인터뷰를 한 인연을 바탕으로 자연스레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이 됐으며, 친박 그룹의 일원으로 17대 국회의원 재직 시 의정활동 4년 내내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곽 사장은 코바코 사장 지원 당시 자기소개서에도 “(코바코 사장이) 마지막 공직이며,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한 작은 노력이라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 하겠다”고 쓴 것으로 밝혀졌다. 최 의원은 “예전에 방송위원회에서 인사를 많이 해봤지만, 이렇게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하는 경우는 처음 봤다”며 “이래야 정권 실세들이 뽑아줄 거라고 생각했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곽 사장은 “지원하면 (면접 과정에서) 친박 의원 아니냐고 물어볼 것 같아서 나름대로 과정을 설명하게 된 것”이라며 “지금 친박 정권이 들어서 있고, 3년 동안 내 인맥과 경험을 활용해 코바코를 위해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솔직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권을 ‘친박정권’이라며 정치적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데 대해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전병헌 새정치연합 의원은 “친박 정권에 잘 협조해서 일하겠다며 노골적으로 정파성을 드러내는 분이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수호해야 할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번지수가 잘못된 인사”라며 “국감이 끝나는 대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MBC 기자 출신인 곽성문 사장은 17대 국회에서 일하며 친박계 의원으로 활동했다. 서울대 문리대 재학 시절 중앙정보부 프락치로 활동하며 민청학련 사건 증언 조작에 적극 협력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곽 사장 임기는 3년으로 2017년 9월25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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