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어이 대법원까지 갈텐가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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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MBC 기자에 대한 MBC의 해고가 무효라는 판결이 또 나왔다. 지난해 11월 1심 재판부가 “해고는 부당하다”고 판결한지 1년 도 안 돼 서울고등법원이 또다시 ‘불법 해고’라고 판결한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SNS에 글을 올린 것을 이유로 해고한 것은 징계의 재량권 범위를 벗어난 위법”이라고 밝혔고, “해고사유를 명시하지 않은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못박았다. MBC 사측의 해고 행위가 광범위한 법 위반이라고 판결한 것이다.


MBC 사측은 1심에 이어 사측이 제기한 항소심에서도 패소했지만 여전히 안하무인이다. MBC는 판결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이상호 기자가 반성은커녕 허위주장을 하고있다”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MBC가 지난 대선 직전 김정남 단독 인터뷰를 비밀리에 진행했다”고 이상호 기자가 SNS를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것이다. 재판과정에서 계속됐던 사측의 주장을 패소 직후 보도자료로 다시 내면서 판결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재판에서 진 사측이 되려 재판에서 이긴 기자에게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꾸짖는 황당한 모습이다. 참으로 기가 찬다. 


‘해고는 잘못’이라는 판결에도 불구하고 MBC 사측은 판결문의 일부 문구만을 제멋대로 해석하면서 어처구니 없는 주장을 버젓이 하고 있다. 더구나 MBC는 대선 직전 자사 방콕특파원을 통해 김정남 인터뷰를 시도했고, 실제로 만났다고 스스로 밝히지 않았던가. 불과 2년도 안 된 일이고, 지금도 관련 기사를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오히려 MBC가 김정남을 만났음에도 기사를 쓰지 않은 이유가 아직도 의문으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MBC는 “이상호 기자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법원 판결마저 무시하고 있다.


사법부 위에 군림하려는 듯한 MBC 경영진의 황당한 모습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상호 기자뿐만 아니라 2012년 파업으로 해고됐던 모든 MBC 노조원에 대해 해고무효 판결이 내려졌고, 사측이 이에 불응하자 즉각 직원 신분을 복귀시키라는 가처분 명령까지 내려졌다. 하지만 MBC 경영진은 온갖 꼼수를 써가며 가처분 명령의 온전한 이행마저 거부하고 있다. 파업에 참가했던 자사 기자와 PD를 업무와 무관한 곳으로 쫓아냈다가 법원으로부터 ‘부당인사’라는 판결을 받았고, 수십명에 대한 부당징계가 확인되는 등 최근 MBC가 자사 직원들을 상대로 불법 해고와 부당 징계를 하다 법원에서 패소한 건 지면에 다 쓰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다. 


언론사는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업이다. 당연히 다른 부문보다 더 높은 도덕률과 품위, 상식이 요구된다. 법원 판결은 상식의 하한선을 확인하는 과정일 뿐이다. 하지만 MBC는 그 하한선마저 대놓고 무시하고 있다. 자사 직원들을 불법해고한 방송사가 보도하는 노사문제, 정치문제 등 중요 이슈를 어떤 시청자가 신뢰할 것인가.


MBC는 주식회사이지만 그 주주가 공적법인인 공영방송이다. 방송의 공공성을 감안할 때 주주에 의한 통제보다 공적 영역의 감시가 더 필요하다는 법 정신이 투영된 결과가 MBC이다. MBC 경영진이 법원 판결마저 무시하는 동안 MBC의 경영 감독을 맡고 있는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방송문화진흥회는 지금이라도 MBC 경영진에게 법원 판결을 존중하라고 지시하기 바란다. 혹시라도 대법원까지 재판을 끌고 가면서 시간을 벌겠다는 MBC 경영진이 있으면 지금이라도 이성을 찾기 바란다. 자신의 임기동안 ‘안보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모든 것은 기록으로 남고 있다. 언론계의 수치로 기록될 것인지, 당당한 선배로 남을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는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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