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비어 보도? 그래도 처벌이 답은 아니다

[언론다시보기] 김서중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검찰은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세간의 의혹을 보도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을 기소했다. 산케이신문의 보도가 근거 없는 의혹보도, 유언비어 보도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뜻일 거다. 하지만 공적 인물의 공적 활동에 대한 보도를 기소 처벌하려는 것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경 없는 기자회’가 지적한 것처럼 국가적 비극이 발생한 가운데 대통령의 행적은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9·11 사태 당시 부시 대통령의 행적이 공공의 쟁점이 됐던 것과 마찬가지다. 산케이신문의 보도에 포함된 세간의 의혹이 진실이냐 여부를 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세간에 의혹이 있고 이러한 의혹에 대해 보도하는 것 자체를 기소하는 것이 저널리즘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사실 이 논란은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정부의 대응의 오류로부터 비롯한 측면이 있다. 국가적 비극이 발생한 상황에서 몇 시간에 걸친 대통령의 행적을 모른다고 한 비서실장, 일과 시간의 대통령의 행적을 사생활이라고 표현한 여당 국회의원, 대통령의 행적 자체가 안보 문제라고 주장하는 청와대, 정부 등의 미숙한 대응이 세간의 의혹을 야기하고 부추긴 측면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또 대통령을 비롯한 공적인 인물에 대해서는 언론의 정당한 비판은 물론 심지어 명예훼손까지도 처벌하지 않는 것이 서구 국가들의 일반적인 관행이다. 공적인 인물에 대한 언론보도가 처벌의 위험에 처하게 됐을 때 민주주의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위의 문제를 떠나 공인은, 특히 대통령이나 장관 같은 고위급 인사는 법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있다는 현실을 고려한 판단 때문이기도 하다. 언론은 이들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하는 발언과 행동조차도 보도할 준비가 돼 있기 때문이다. 그게 공적 인물이다.


하지만 일단 형성된 세간의 의혹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고 그 당사자는 아플 것이다. 대통령의 ‘대통령 모독이 도를 넘고 있다’는 발언도 그래서 나온 것일 게다. 대통령은 작년 철도노조 파업 당시 유언비어라는 말도 썼다. 아마도 유언비어에 의해 피해를 입고 있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유언비어는 자구적으로만 보면 없어져야 할 존재다. 하지만 유언비어가 사라지기를 원한다면 유언비어를 공격할 문제가 아니다. 유언비어는 제 역할을 못하는 언론 현실의 파생물인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유언비어는 제도권 언론을 통하지 않은 정보의 유통이라는 측면을 지니고 있다. 유언비어가 그 속에 진실을 담고 있기도 하다는 학자들의 분석은 이에 근거한다. 언론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유언비어에 대한 공격은 유언비어를 키울 뿐이다. 따라서 유언비어를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언론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언론이 자유롭다는 수용자의 믿음이 커질수록 유언비어는 약해지고 사라질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에 비공식 경로를 통한 소문이 무성한 이유는 한 언론단체의 발표이기는 하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서 언론자유도 순위가 하락하고 있다는 결과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가토 다쓰야 전 지국장에 대한 기소는 언론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세간의 인식을 강화할 것이며 유언비어는 더욱 무성해질 것이다. 유신정권과 5공 정권 시절 유언비어가 가장 왕성했다는 역사적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유언비어는 피해자(?)에게만 힘든 일일까? 그렇지 않다. 제도권 언론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제도권 언론에 대한 불신을 해결해야 하는 가장 주요한 이해당사자는 누구? 언론인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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