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3개국 대선…볼리비아에 주목하는 이유

[글로벌 리포트 | 남미] 김재순 연합뉴스 상파울루 특파원

▲김재순 연합뉴스 상파울루 특파원

남미는 지금 선거철이다. 브라질과 볼리비아, 우루과이 등 남미 3개국이 대선을 치렀거나 진행 중이다. 브라질에서는 지난 5일 대선 1차 투표가 시행됐다. 중도좌파 후보인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과 중도우파 아에시우 네비스 후보가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두 사람은 오는 26일 결선투표에서 만나 최종 승부를 겨룬다.


1차 투표 득표율은 호세프 41.59%, 네비스 33.55%였다. 브라질 사상 최초의 흑인 여성대통령을 꿈꿨던 마리나 시우바 후보는 21.32%를 얻으며 3위에 그쳐 결선투표 진출이 좌절됐다. 1차 투표가 끝난 직후 나온 여론조사에서 무효표와 기권표를 뺀 결선투표 유효득표율은 네비스 51%, 호세프 49%로 나왔다. 오차범위(±2%포인트)를 넘는 것은 아니지만, 네비스가 근소하게 앞서며 이변을 예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우바가 결선투표에서 네비스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대선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1차 투표에서 시우바가 얻은 2217만여 표가 모두 네비스에게 쏠리지는 않겠지만, 결선투표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가 치러지는 26일 우루과이에서는 대선 1차 투표가 시행된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상위 득표자 2명이 11월30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우루과이 대선도 브라질과 마찬가지로 중도좌파와 중도우파 후보의 맞대결 양상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유력 후보는 여당인 중도좌파연합의 타바레 바스케스 후보와 중도우파 야당 소속 루이스 라칼레 포우 후보, 우파 야당의 페드로 보르다베리 후보 등 3명이다.


바스케스는 지난 2004년 대선에서 승리해 우루과이 사상 첫 중도좌파 정권을 탄생시킨 인물이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집권하고 나서 역시 중도좌파 인사인 호세 무히카 현 대통령에게 정권을 넘겼다. 현역 하원의원인 라칼레 포우와 상원의원인 보르다베리는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여론조사에서 1차 투표 예상득표율은 바스케스 42%, 라칼레 포우 32%, 보르다베리 15%로 나왔다. 전문가들은 바스케스와 라칼레 포우가 결선투표에서 만나 중도좌파-중도우파의 맞대결로 승부를 가릴 것으로 보고 있다. 결선투표 예상득표율은 바스케스 48%, 라칼레 포우 47%로 나와 결과를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볼리비아의 대선은 브라질이나 우루과이와는 완전히 사정이 달랐다.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은 지난 12일 대선 1차 투표에서 60%를 웃도는 득표율로 완승했다. 중도우파 야권의 유력 후보는 20%대 중반에 그쳤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번 대선 승리로 임기를 2020년까지 늘리는 데 성공했다. 처음 집권한 2006년부터 따지면 14년간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된 것이다. 모랄레스의 3선 성공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강경좌파로 분류되는 모랄레스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부정적인 평가에 시달렸다. 대외적으로는 반미(反美)·반(反) 제국주의 노선으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번번이 갈등을 빚었다. 미국과 외교관계를 중단했고, 코카인의 원료가 되는 코카잎 재배를 양성화하면서 유엔과 충돌했다. 에너지 등 주요 산업의 국유화 조치는 다국적 기업의 강한 반발을 샀다. 강력한 물가 통제 정책에 서민들은 환호했으나 기업들은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모랄레스는 지속적인 성장과 물가 안정, 빈곤층 감소, 인프라 확충 등 경제·사회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이뤄내며 우려를 씻어냈다.


브라질의 한 신문은 세계은행(WB) 등의 자료를 기준으로 모랄레스가 처음 집권한 2006년과 2013년 말 현재 볼리비아의 상황을 비교했다. 국내총생산(GDP)은 114억 달러에서 306억 달러, 1인당 GDP는 1203달러에서 2868달러로 늘었다. 2006년 성장률은 4.8%였으나 2013년은 중남미에서 가장 높은 6.8%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율은 4.3%에서 5.7%로 높아졌지만, 실업률은 5.3%에서 3.2%로 낮아졌다. 빈곤율은 38%에서 20% 수준으로 내려갔다.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남미의 대표적인 빈곤국 볼리비아에서 모랄레스가 이룬 지난 9년간의 성과를 ‘안데스의 기적’으로 표현했다. 모랄레스가 이끄는 볼리비아를 좌파 포퓰리즘의 성공 모델로 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모랄레스의 대선 승리가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와 우루과이 대선 1차 투표 및 결선투표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남미에서 이른바 ‘좌파 대세론’이 앞으로도 계속 유효할 것인지에 대한 해답을 이들 세 나라의 대선에서 찾으려는 것이다.


남미 대륙 12개국 가운데 콜롬비아와 파라과이를 제외한 10개국에서 현재 좌파 또는 중도좌파가 집권하고 있다. 남미의 좌파는 지난 2010년을 전후해 세력이 급속하게 위축되면서 한 차례 고비를 맞았다. 그러나 2010년 10월 브라질 대선에서 호세프 대통령이 승리하며 세를 회복한 데 이어 2011년 6월 페루, 2012년 10월 베네수엘라, 2013년 2월 에콰도르, 2013년 12월 칠레 대선에서 (중도)좌파 후보가 잇따라 승리했다.


남미의 대선 분위기는 내년 말 아르헨티나로 이어진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최근 대통령 연임 제한 폐지를 위한 개헌 주장이 흘러나오고 있다. 중도좌파 정권 재창출을 염두에 둔 것이다. 브라질과 볼리비아, 우루과이에서 아르헨티나로 이어지는 대선 릴레이를 통해 남미 정치 지형에 변화가 나타날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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