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벗고 2030 세대 껴안기 나선 종이신문

중앙·한국, 젊은 독자층 주목
'청춘리포트' 등 매주 기획기사
취업부터 사회 이슈까지 다뤄
경제지는 직장인 애환에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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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이 젊어지고 있다. 최근 중앙일보 등 일부 신문에서 20~30대 대학생과 직장인의 세태·신풍속 등을 다룬 기획기사가 눈길을 끌고 있다.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콘텐츠로 포털 사이트 인기 기사 상위권에 노출되는 기사가 다수다. 페이스북 등 SNS 유통도 활발하다. 네티즌들은 공감과 지지를 표하기도 하고, 민감한 사안의 경우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2030에 주목하고 있는 ‘올드 미디어’가 스스로 낡은 이미지를 벗어나 젊은 독자층을 끌어들일 수 있을까.


20~30대 기자 14명으로 구성된 중앙일보의 청춘리포트팀은 지난 4월부터 매주 수요일 ‘2030 청춘리포트’를 연재 중이다. 젊은 세대의 연애, 취업 등 일상적 이슈부터 세월호 참사, 군 가혹행위, 청년 노숙인 등 굵직한 사회 이슈까지 주제는 다양하다. 지난 6월 ‘힙합 탐구생활’에서는 기사를 랩으로 각색해 QR코드를 함께 표시했다. ‘들을 수 있는 기사’라는 새로운 형식을 시도한 것이다. 이외에 새내기 성직자를 인터뷰한 ‘거룩한 소개팅’, 최악의 취업 세태를 반영한 ‘증명사진도 취업 스펙’ 등의 기사는 특히 호응이 컸다. 화제가 되자 대학 강연은 물론 출판사로부터 출간 제의도 들어왔다. 


지난달 22일에는 젊은 기자와 20~30대 독자가 만나는 ‘신문 콘서트’를 열었다. 칭찬은 보람됐고, 질책은 따가웠다는 전언이다. 정강현 청춘리포트팀장은 “신문 매체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 미래 독자인 이들의 관심사와 이야기를 찾아나가자는 의도”라며 “읽을 때는 재미있지만, 읽고 나서는 생각하게 만드는 기사 톤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부 신문들이 20~30대 대학생·직장인의 고민과 세태를 들여다보는 기획기사를 연재하고 있다. (왼쪽부터)동아일보 ‘직장인 공감백서’, 중앙일보 ‘청춘리포트’, 한국경제 ‘金과장&李대리’, 한국일보 ‘까톡2030’.

젊은 독자와의 접점이 마련된다는 차원에서 온라인 전략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한국일보의 ‘까톡2030’이 대표적이다. 지난 7월 지면개편 때부터 ‘젊은 세대의 삶과 고민을 엿본다’는 취지로 매주 목요일마다 연재됐다. 사회부 데스크가 전반을 지휘하지만 편집국의 모든 젊은 기자들이 발제와 취재에 참여한다. 혼전 동거, 불금(불타는 금요일) 문화, 월급 관리, 신(新)계급도 등 가볍지만 젊은 층의 공감을 살만한 주제가 주로 다뤄진다. 신문 기사에서는 ‘금기시’됐던 구어체, 은어, 줄임말도 서슴없이 등장한다. 한국일보의 이미지와 틀을 깨는 시도다. 고재학 편집국장은 “기사는 모바일 등 온라인을 통해서도 소비되는 만큼 주 사용자인 젊은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종합지가 젊은 세대의 실생활 이슈나 정치·사회적 측면에 주목했다면, 경제지는 ‘직장인의 애환’에 눈을 돌렸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2008년부터 연재한 화요기획 ‘金과장&李대리’는 한경의 대표적 인기 콘텐츠다. 기사는 팀원들이 적절한 사례를 취합하고 대표 집필자가 의도에 맞게 스토리텔링하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지난 2010년에는 기사 내용을 토대로 한경TV에서 동명의 시트콤을 제작하기도 했다. 박수진 산업부 차장은 “한경은 중간관리급 이상이 주 독자층이기 때문에 20~30대 직장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코너를 만들자는 취지였다”며 “사내 연애, 상사와의 관계, 자기계발 등 본인이 겪고 있는 이야기다보니 열독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최근 동아일보 경제섹션도 매주 월요일 ‘직장인 공감백서 맞아, 맞아!’라는 제목의 기획기사를 연재 중이다. 최근 다뤄진 주제는 이직, 월급 고개, 지켜지지 않는 정시퇴근과 휴가보장, 직장 내 뒷담화 등이다. 적절한 이미지와 인포그래픽의 활용은 눈에 띄는 부분이다. 


그러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기사를 지나치게 연성화 하거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피상적 현상보도에 그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비판도 있다. 임종수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2014년은 젊은 세대에 영향을 주는 사건들이 어느 해보다 많았지만 세월호 참사부터 청년실업까지 이들에게 희망적인 이슈는 전혀 없었다”며 “단순히 현황을 묘사하는 기사는 의미가 없다. 의제를 설정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매체의 가장 기본적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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