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은 맞지만 수익은 글쎄…"'티핑포인트' 왔다"

(2)디지털퍼스트 수익모델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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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가 페이스북에서 세브란스병원과 함께 진행 중인 ‘15초 건강’ 캠페인(사진 위). 허핑턴포스트코리아가 지난 8월 SK텔레콤의 스폰서로 제작해 선보인 네이티브 광고 콘텐츠.

온라인 매출점유율 10% 미만
트래픽 통한 광고 수익 대부분
일부 언론 네이티브광고 실험


디지털 퍼스트는 대세이자 당위다. 뉴욕타임스의 혁신보고서가 역설하듯 “종이신문이면서도 풍성하고 뛰어난 디지털 기사를 생산하는 곳에서, 디지털 신문이면서도 풍성하고 뛰어난 종이신문을 발행하는 곳으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가파른 구독자 감소와 광고 매출 하락으로 위기에 처한 종이신문 산업에 디지털은 새로운 기회의 장이다.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로서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종합 일간지의 한 경영 담당자는 “신문 구독률이 낮아지고 독자들이 디지털로 뉴스를 소비하는 만큼 콘텐츠적으로 디지털 퍼스트로 가는 것은 당연하지만, 비즈니스적인 수익 모델로서의 가능성은 여전히 고민스러운 지점”이라고 말했다. 


뉴스 소비는 디지털, 모바일 중심으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지만, 매체 수익의 대부분은 여전히 종이신문에서 나온다. 신문 구독료와 광고 수입은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온라인 매출 규모와는 비교도 안 된다.
한겨레의 경우 지난해 디지털 부문 매출이 약 42억 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5%에 불과했다. 올해는 전체 매출 대비 약 6%를 목표치로 잡고 있다. 올 1월부터 8월까지 온라인 광고 매출과 콘텐츠 판매를 포함한 한겨레 디지털미디어국 수익은 28억3000만원으로 당초 목표치(26억7000만원)를 약간 상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교적 사정이 나은 경향신문도 온라인 매출 점유율이 약 10% 정도다. 그나마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월별 온라인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5000만원에서 1억 원씩 늘어나는 등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고무적이다. 한국일보는 지난 5월 자체 개설한 닷컴 사이트가 아직 초기 단계라 수입이 미미한 편이다. “최소 인원을 유지하면서 광고와 전재료를 합하면 적자는 나지 않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디지털 전환을 해야 한다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수익모델에 대해서는 누구도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사주나 경영진 입장에선 디지털 분야에 대한 투자를 망설이게 된다. 그래서 고품질의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는 대신 어뷰징과 ‘낚시 기사’를 통해 트래픽을 올려 광고 수익을 내는 ‘쉬운’ 방식을 택한다. 그러나 페이지뷰를 아무리 올려도 디지털 수익이 그만큼 따라주지는 못한다. 한겨레는 이번달 조직개편을 통해 페이지뷰(PV)는 200만에서 400만으로, 순방문자수(UV)는 50만에서 100만으로 2배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늘어나는 수익은 약 20억 원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온라인 광고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다. 국내 경제 규모에 비해 광고 시장은 작고, 매체는 넘쳐난다. 온라인 광고 단가는 낮고, 그나마도 대행사와 미디어렙사 수수료가 이중으로 빠져나간다. ‘뉴스는 공짜’라는 인식 때문에 온라인 유료화도 쉽지 않다.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플레이어’가 너무 많은데다가 뉴스 유통 구조와 수익 창출 구조 자체가 왜곡돼 있어 미국처럼 성공적인 뉴스 벤처 기업이 나오기도 힘든 여건”이라고 말했다.


김위근 연구위원은 디지털 환경에서 뉴스 미디어 기업들이 생존력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우선 기사의 ‘부가가치’를 높일 것을 조언했다. 기존에 축적된 정보를 검색, 링크, 태그와 같은 방식으로 ‘재활용’ 하는 것만으로도 기사의 부가가치를 2~3배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새로운 수익 모델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최근 자주 거론되는 것이 네이티브 광고다. 디지털 미디어렙 메조미디어는 “기존 온라인 광고 효과 하락에 대한 대안이자 모바일 사용자가 증가하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식으로, 최근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고 주목했다. 네이티브 광고는 미국 버즈피드와 허핑턴포스트 등의 주 수입원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버즈피드는 네이티브 광고로 작년 6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네이티브 광고 실험이 시작됐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지난 8월 SK텔레콤과 제휴한 네이티브 광고를 선보였다. 네이티브 광고는 신문에 기사 형태로 실리는 애드버토리얼과 유사해 보이지만 매체사가 직접 기획부터 콘텐츠 제작, 디자인, 편집까지 참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래서 네이티브 광고 대신 ‘네이티브 콘텐츠’라고도 한다. 


▲‘디지털 퍼스트’, ‘모바일 퍼스트’가 신문 업계 화두가 되고 있지만 뚜렷한 비즈니스 모델이 없어 경영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경향신문 미디어기획팀 담당자가 페이스북 페이지를 관리하는 모습.

네이티브 광고에 대해선 이용자의 뉴스 경험 환경에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상호작용이 가능해 광고 효과가 크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실제 SK텔레콤 측도 네이티브 광고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기사와 광고의 경계가 모호하고, 저널리즘의 신뢰도를 하락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기사 같은 광고’와 ‘광고 같은 기사’가 넘쳐나고 지면 영향력에 따라 광고와 기사를 ‘바꿔먹기’ 하는 관행이 횡행하는 국내 언론 환경에선 부적절한 모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측은 “애드버토리얼과 네이티브 광고는 엄연히 다르다”고 선을 그으며 “저널리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자체적으로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지난달 24일부터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세브란스병원과 함께 ‘15초 건강’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매일 낮 12시, 간단한 건강 상식을 알려주며 한국일보와 세브란스병원 로고를 같이 노출하는 방식이다. 한국일보는 사이트 안정화 이후 네이티브 광고나 기업 협찬 캠페인 등을 유치하되 어떤 방식으로든 가독성을 해치는 것은 거부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디지털 환경은 저널리즘과 양립할 수 있는 새로운 수익 모델 개발이라는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경향신문 디지털 매체 전략을 총괄하고 있는 정동식 부사장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인 문제인 만큼 외국 언론은 어떤 식으로 돌파했는지 눈여겨보고, 이를 참고해 우리 실정에 맞는 전략을 찾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간지 한 온라인 담당 기자는 “그동안 기업들은 광고 효과가 아닌 신문사의 영향력 때문에 광고를 줬던 것인데 언제까지 그게 지속될지 알 수 없다. 그때를 대비해 열심히 출구전략을 짜고 있는 중이고, 아마도 지금 티핑포인트(tipping point)에 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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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픽 집계 신뢰도 물음표
순위 산정 제각각…개선 필요


TV 프로그램 광고는 시청률에 따라, 신문 광고는 발행부수에 따라 판매율이나 단가가 결정된다. 마찬가지로 온라인 광고 판매의 기준이 되는 것이 트래픽(접속량)이다. 그런데 매체의 광고 수익으로 직결되는 트래픽 분석 툴에 대한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트래픽이 정확하지 않다. 무슨 근거로 분석하는 건지, 우리가 자체 측정한 트래픽보다 말도 안 되게 낮게 나온다.” A신문 디지털 담당 기자의 말이다. B신문 경영 담당 간부도 “구글 백엔드로 보는 것보다 보수적으로 집계되는 것 같다. 일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인터넷 웹사이트 분석과 순위를 발표하는 사이트로는 닐슨코리안클릭과 랭키닷컴 등이 있다. 코리안클릭은 제한된 패널로부터 인터넷 사용 정보를 전달받아 순방문자수(UV)와 도달률을 분석하고, 랭키닷컴은 자체 툴바(toolbar)를 내려 받은 사용자들의 정보를 통해 순위를 집계한다. 하지만 순위를 산정하는 기준이 달라 사이트마다 순위에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인터넷 업체들 사이에선 순위 조작 의혹 등 분석 툴의 한계에 대한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A신문 기자는 “트래픽 집계가 광고 판매의 거의 유일한 잣대가 되면서 트래픽을 올리기 위해 봇(특정 작업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하거나 다른 사이트의 트래픽을 사오는 등 편법이 횡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트래픽 지상주의’를 유발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트래픽에 따라 광고 단가가 정해지는 것은 물론, 일정 수준 이상의 페이지뷰(PV)를 올려야만 광고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인터넷 매체들은 선정적인 제목과 어뷰징 기사로 클릭을 유도한다. 이는 온라인 뉴스 생태계를 망칠 뿐 아니라 언론 전체의 신뢰도를 하락시킨다는 점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모바일 트래픽이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이를 제대로 평가·반영하는 분석 툴이 미비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코리안클릭과 블로거 mobizen에 따르면 2013년 4월 국내 주요 포털의 모바일 체류 시간은 전년 동기간 대비 177%나 급증했다. 네이버는 전년 대비 235%가, 다음은 147%가 늘었다. 전체 체류 시간 중 모바일의 비중은 네이버와 다음이 각각 53.1%, 29.8%를 차지했다. 하지만 전체 광고 수익 중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네이버 14.3%, 다음은 10.8%에 불과했다. 업계에서는 모바일 트래픽의 비즈니스 가치를 PC의 3분의1 수준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바일 광고 시장이 2013년 4160억원으로 전년 대비 93% 증가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것에 비해 비즈니스적 가치는 저평가되어 있다는 뜻이다. C신문 경영 담당자는 “이용자들은 모바일과 SNS로 뉴스를 많이 보지만, 광고주는 모바일을 크게 선호하지 않는다”며 “모바일이 노출량은 많지만 웹에 비해 체류 시간이 짧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모바일 트래픽이 많이 나와도 광고 시장에선 큰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 광고주들이 아직까지 웹에서의 PV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웹보다 모바일 트래픽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진 허핑턴포스트코리아가 그 예다. 한겨레 한 관계자는 “허핑턴포스트코리아가 예상보다 PV도 잘 나오고 트래픽도 괜찮은데 광고 매출이 왜 그만큼 안 나와 주는지 본사에서 의아해 하더라”며 “모바일 트래픽 효과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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