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기자들의 솔직 토크 '해직 6년의 멍에와 YTN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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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 6년은 창살 없는 감옥

선후배 서로 의심 안타까워

간판 프로그램 하나 없는 YTN

경영진이 손 내밀어 해법 찾아야

 

2008년 10월6일, 6명의 YTN 기자가 해직됐다. 그로부터 6년, 어느 누구도 지금껏 해직이 이어지리라 상상도 못했다. 해직 이후 선후배 관계는 단절됐고, YTN의 경쟁력은 하락했다. 상처만 남긴 6년, YTN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해직은 선결 과제다. ‘해직6년과 YTN의 오늘’에 대해 해직기자 동기(A), 20여년차 노조원(B), 20여년차 기자(C), 10여년차 여기자(D), 해직사태를 겪지 않은 3년여차 기자(E), 보직 간부(F) 등 구성원들의 허심탄회한 속내를 담았다. 익명 인터뷰 후 이를 재구성했다.

 

▲지난 2009년 11월 YTN 해직기자 6명이 제기한 징계무효소송에서 해직은 무효라는 1심 판결 후 (왼쪽부터)권석재, 우장균, 노종면, 정유신, 현덕수, 조승호 기자가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11년 항소심에서는 3:3으로 해고 무효와 정당으로 판결이 갈린 뒤 현재 3년째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YTN노동조합 제공)

 

사회=오는 6일, 어느새 해직 6년이다.
A=가슴이 아프고 답답하다. 해직자들은 좋은 친구이자 선후배다. 6년이 되니 마음의 무게가 더 크다. 복직을 위해 우리가 어떤 역할도 할 수 없다는 것이 미안하다.
B=믿기지가 않는다. 시작은 ‘낙하산 사장 반대 공정방송 사수’라는 간단한 명제였다. 이명박 대통령 언론특보인 구본홍씨가 사장으로 온다는 것은 YTN 입장에서 존폐 위기였다. 상식을 부르짖었지만 해직됐고, 전 사원이 충격에 빠졌다. 선배였던 인사위원들에 대한 배신감은 더 컸다.
C=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라 가급적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자괴감과 무력감을 느낀다. 해직은 예상 밖이었다. 어떤 경우에도 해직은 있을 수 없다. 가치관이 다르다는 이유로 해고된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
D=기간이 길어지면서 잊혀져가는 면도 있다. 문득 우리가 해직자들의 발목을 잡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가장 활발하게 활동할 시기에 그들의 인생이 멈춰있다.
E=낙하산 사장을 반대한 행위가 그리 큰 잘못이었던가. 결국 해직 6년은 누구도 책임지지 못할 조처가, 긴 시간 만들어낸 감옥이다. 정의와 진실을 밝힌다는 언론사가 동료들에게 창살 없는 징역형을 내렸다.
F=사태가 빨리 해결될수록 회사에 도움 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방법은 고민해봐야 한다.

 

사회=해직 사태까지 이르게 된 원인은.
A=대통령 언론특보를 보낸 것은 정권의 오만한 도발이었다. 기자들이 안위를 위해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하지만 KBS, MBC처럼 노사분규 경험이 없어 노하우나 싸움의 기술이 없었다. 진정성과 선명성만 갖고 진검승부를 했고, 칼자루를 쥔 사측은 우리를 벴다. 싸움의 기술이 있었다면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B=엄연한 정권 개입이었다. 정부는 돌발영상 등 비판기능을 두려워했다. 해직, 불법체포, 사찰 등이 정부 지시로 치밀하게 이뤄졌다. 하지만 공정방송 요구는 방송사의 정당한 노동권리다. 해직문제는 YTN사태로 누가 가장 이득을 보았는지 생각해보면 안다.
C=구본홍의 오판이었다. 강경하게 나가면 타협하리라 본 것이다. 그는 YTN에 무지했고 무능했다. 자율권도 없었다. 더욱이 정권초기 첫 사례로 YTN이 공정보도를 제기했고, MB정부는 이를 해결할 의사가 없었다. 노조도 원칙적이고 순진했다. 경험 부족으로 답을 찾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렀다.
E=충성할 용기는 있지만 동료를 보호할 용기는 없는 사람들의 결정이었다. 언론인답게 행동한 사람들을, 다만 정치적인 잣대로 판단하고 징계했다.
F=구본홍과 노조는 서로를 잘 몰랐고, 충돌했다. 해직자들도 너무 강경했다. 중노위에 해고무효를 신청했다면 구제됐을 것이다. 법원으로 직행한 것은 패착이다. 공정방송을 외쳤을 뿐이라고 하지만 무리한 행동을 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당시 방송에 대한 통제가 전혀 안 됐고 데스크 권한도 빼앗겼다.

 

사회=해직 사태가 YTN에 미친 영향은.
A=인화력, 응집력, 업무추진력,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약화됐다. 과거 선후배가 똘똘 뭉쳐서 일하던 문화가 사라졌고, 인간관계가 붕괴됐다. 다만 위계질서나 상하관계를 무조건 따르던 구조가 깨져 자율성이 살아난 점도 있다.
C=소통이 단절되며 원동력을 상실했고, 조직의 신뢰가 무너졌다. ‘줄서기’가 대표적이다. 구본홍이 단 한 가지 능력을 보인 것이 편 가르기다. 자기편과 반대편을 기준으로 인사를 했고, 사장이 바뀐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적재적소에 인재를 쓰기보다 무능력하고 불성실해도 줄만 잘 서면 미래가 보장된다. 일하는 분위기를 저하시키고 조직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양질의 보도가 나오기 어렵다.
E=비판적인 의견이 있어도 꺼내놓기가 어렵다. 선후배들이 만날 때 서로 눈치를 봐야 한다. 각자의 발언이 언제 족쇄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 해직 사태 이후 선후배가 마음을 터놓는 대신 의심하고 경계하게 됐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F=노조가 투쟁과정에서 간부와 비간부의 대결로 몰아 갈등을 만들었다. 선배를 모욕하며 중립에 있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강한 목소리가 다수로 보였을 뿐이다. 인사 폭이 좁아졌고, 고려할 것도 많아졌다.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점이 크다. 작은 것부터 풀어가야 한다. 후배들이 먼저 인사하면 선배들도 마음이 누그러질 수 있다.

 

사회=YTN이 직면한 문제는.
A=정체성을 찾아야 할 때다. 해직자 복직이 단초다. 억눌려 있던 구성원들의 마음 속 짐을 털어내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나올 것이다. 좋은 콘텐츠와 공정한 시각, 재미를 결합해 영향력 있고 신뢰할 만한 언론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D=복직 이전에 회사가 망할까봐 걱정이다. 경영진은 경영에 무능하다. 종편 탄생 등 언론환경 변화에 대한 제대로 된 전략과 방향을 제시한 적이 없다. 해직자 문제를 해결하고 사내 경쟁력을 회복해야하는데 시점이 너무 지났다. 채널전략과 콘텐츠에 대한 고민도 없고, 시청률 문제도 심각하다. 하지만 경영실패를 책임지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E=YTN이 한때 확고히 자리를 지킨 것은 국가나 특정집단이 아닌, 시청자들이 주인이기 때문이었다. 시청률에 연연하기보다 ‘공정’이라는 고유 색깔을 찾아야 경쟁력이 있다. 공정성과 경쟁력 회복을 위한 최우선 실천과제가 복직이다. 보도국장 직선제 등 내부 의사결정과정의 합리성과 투명성을 되살릴 개혁도 필요하다.

 

사회=해직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A=올바른 사고와 추진력을 갖고 정치적 용단을 내릴 사장이 와야 한다. 해직자들이 과연 언론인의 자격을 잃을 만한 행동을 했는가 판단해야 한다. 재판 결과가 좌지우지할 문제는 아니다. 판결이 나도 노사 모두 받아들일 수 없을 거다.
B=YTN을 생각한다면 복직은 자명하다. 사측은 1심 판결에 따르겠다는 4·1합의를 했지만 대법 판결을 핑계대며 전원복직을 하지 않고 있다. 누가 손을 내밀어야 하는가는 분명하다. 경영진 교체가 시급하다. 현 경영진과 관련된 이는 안 된다.
C=전원 복직해야한다. 이들은 해고될 이유가 없다. 최우선은 정치적 해결이다. 이미 정치적 상황으로 비화됐고 정권이 바뀌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데 방치됐다. 청와대가 움직이면 풀릴 문제다. 법리적 해결은 차선책이다.
F=회사는 법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노사 협의를 하려해도 해직자들은 복직에 대한 의견 일치도 안 돼 있다. 해사행위 등 잘못은 사과해야 한다. 기강을 무너뜨리고 폭력을 행사한 점을 시인하고 향후 그러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면 설마 그대로 있겠나. 정치적 중립을 주장하며 정권에 의한 복직을 말하는 것은 모순적이다.

 

사회=노사 양쪽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B=사측은 눈앞의 1~2년이 아닌 10~20년을 봐야 한다. 회사를 위한다면 해직문제를 제쳐두고 경쟁력이라도 키워야했다. 하지만 돌발영상 같은 간판프로그램 하나 없다. 키를 쥐고 있는 것은 사측이다. 사장이 결정하면 해결할 수 있다. 그것이 상암시대로 발돋움하는 길이다. 아니면 내리막길의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노조도 요구해야 한다. 지금은 그 목소리조차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C=노사 간 양보할 것은 해야 하는데 서로 양보하지 않는다. 특히 힘을 가진 사측이 더 양보하고 주도적으로 풀어야 한다. 그래야 생존경쟁을 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이대로 방치하면 경쟁력 상실은 분명하다. 노조도 기회가 온다면 전향적으로 응해야한다. 노사가 해법을 찾아야만 YTN의 미래가 있다.
E=어느 쪽 선배들이든 후배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사측에 있다 보면 권한과 신분에 취해 개인의 안위만 생각하기 쉽다. 구성원들이 죽은 언론사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지켜보는 눈들을 기억하길 바란다. 노측의 선배들로부터도 관성에 젖은 모습을 본다. 후배 기자들 개개인을 독립적인 주체로 인정하고 이끌어주길 기대한다.
F=전진해야 할 회사가 6년 전 사고방식에 갇혀있는 것은 불행한 사실이다. 후배들이 먹고 살아야 할 터전을 만들어줘야 한다. 해직이슈가 잊혀가는 만큼 해직자에게 시간이 많지 않다. 급한 사람이 우물 파는 거다. 6년 전과 지금은 다르다. 싸울 여력이 없다. 누군가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연착륙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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