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으로서 전자신문은 죽었다"

전자신문 노조, 갤럭시 S5 정정보도 비판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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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17일자 전자신문 21면 캡처. 삼성전자는 3월20일 이 기사가 오보라며 전자신문과 전자신문 기자들을 상대로 3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전자신문은 재벌의 언론 길들이기라 반발하며 삼성에 비판적인 기획기사를 잇따라 실었다.

전자신문 노조가 26일자 전자신문 19면의 ‘알립니다’는 사실상의 정정보도라고 비판하며 편집국장 불신임제를 결의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전자신문 지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언론사로서 자존심을 지키겠다고 삼성과 힘겹게 싸움을 벌여온 지난 6개월간, 그 끝이 무엇이든 이것만은 아니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면서 “그러나 보도가 사실이 아니었음을 완전히 인정한 채 오늘의 ‘정정보도’를 끝으로 언론으로서 전자신문은 죽었다”고 밝혔다.

 

노조는 “광고 중단과 신문 절독 등 서서히 숨통을 조여 오는 삼성의 압박에도 그 어느 때보다 회사 전체가 일치단결해 싸워왔다”면서 “그렇기에 가장 치욕스러운 굴욕이고, 삼성에 대한 항복 선언을 넘어 우리 신문에 대한 사망 선고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기사 게재 하루 전 사전 설명회를 열고 그동안의 협상 과정과 결과를 설명한 편집국장에 대해서도 불신임제를 통해 책임을 묻기로 했다.

 

노조는 “편집국장은 구성원들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결론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너무도 당당했다”면서 “시종일관 기자 조합원들의 상식적인 의문마저 ‘대답할 가치가 없는 항변’으로 치부했고, ‘앞으로 어떻게 기자로서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울분을 ‘세대 차이’라는 말로 폄하했다”고 전했다.

 

이어 “편집국장은 소송 당사자이자 기사를 출고한 해당 기자에게조차 설명 없이 ‘정정보도’를 내보냄으로써 해당 기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한 때 명예로운 싸움을 이끌며 편집국원들의 자긍심을 키워주던 이로써 마지막 양심이 남아있다면 더 늦기 전에 스스로 결단하라”고 강조했다.

 

전자신문 노조는 빠르면 이날 오후부터 발의를 받아 다음 주중에 투표 등의 절차를 거쳐 불신임을 건의하기로 했다. 불신임은 기자직 사원 재적 과반수의 발의와 재적 2/3 이상의 찬성으로 건의할 수 있으며 불신임될 경우 회사가 인사위원회를 열어 이를 반영한다.

 

앞서 박승정 전자신문 편집국장은 지난 25일 오후5시30분 전자신문 사옥 대강당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알립니다’ 보도에 대한 사전 설명회를 열었다. 편집국장은 설명회에서 “정정보도문이 아니라 서로의 입장을 절충한 것”이라면서 “삼성전자의 최초 요구에 비해 이 정도로 나가는 것은 나름의 성과”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3월17일 해당 기사를 보도한 이형수 전자신문 기자는 이번 사태에 대해 “삼성이 그동안 주장해왔던 내용이 ‘알립니다’에 그대로 실려 마음이 참담하다”면서 “내 기사의 사실관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승정 전자신문 편집국장은 연결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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