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퍼스트 못 따라잡는 뉴스룸…그래도, 시작이 반이다

스토리텔링 뉴스 등장에서 모바일 반응형 콘텐츠까지…연초부터 디지털뉴스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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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달라지는 온라인과 모바일 환경에서 뉴스 소비자와 소통하려는 핵심 전략으로 ‘디지털 퍼스트’가 각광을 받고 있다. 파이낸셜뉴스가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CMS를 선보였고, 한겨레도 디지털 퍼스트 전환을 목표로 다음 달 조직개편을 예고했다. 경향신문 편집국장 내정자는 ‘디지털 퍼스트’를 넘어 ‘모바일 퍼스트’를 내세웠다. 그러나 디지털 퍼스트는 대세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오프라인에 굳어진 조직문화는 변화를 두려워하고, 최고 경영자와 뉴스룸 간부들은 인력 지원과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미증유의 디지털 전환을 앞두고 있는 국내 언론의 현주소와 한계, 풀어야 할 과제 등을 3주에 걸쳐 싣는다.

신문업계의 변화를 위한 몸부림은 일찌감치 시작됐다. 종이신문 구독자 수의 하락세가 가속화 되고 모바일 뉴스 이용자가 PC 이용자를 추월하면서 디지털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미 많은 실험들이 이뤄졌고, 성공 사례들도 나왔다. 올 초부터 봇물처럼 터져 나온 ‘스노우폴’류의 디지털스토리텔링 뉴스는 최근 중앙일보의 ‘누드, 흑심 만나다’까지 진화와 발전을 거듭했다. 애초 디지털스토리텔링 뉴스는 PC에 최적화되어 다수의 모바일 이용자가 보기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았으나, 최근엔 한국일보의 ‘눈(SNS)사람 인터뷰’와 같이 모바일에서 보기 편한 반응형 콘텐츠들도 생겨났다. ‘카드뉴스’, ‘퀴즈뉴스’와 같이 이용자 편의성에 재미까지 더한 다양한 시도들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한겨레, 내달 20일 ‘디지털 퍼스트’ 조직개편
단편적이고 간헐적인 실험들에서 나아가 조직 전반의 틀을 바꾸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파이낸셜뉴스는 CMS 개편에 맞춰 종이신문 위주의 제작 시스템을 손질했고, 한겨레도 다음달 20일 시행을 목표로 디지털 퍼스트 전환을 위한 조직개편 최종안을 만들고 있다. 


이달 초 한겨레 노조가 노보에서 일부 공개한 ‘혁신안’은 온라인에 더 많은 역량을 투입하고 종이신문은 탐사·심층 보도 강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페이지뷰(PV)를 200만에서 400만으로, 순방문자수(UV)는 50만에서 100만으로 두 배 올리고, 페이스북 페이지 ‘좋아요’ 1위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온라인 출고도 강화해 낮 시간 이슈에 빠르게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보도영상 강화를 위한 한겨레TV 편집국 통합, 월요판 신설, 주 16면 감면 등이 잠정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부문 인력은 10~20명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겨레 혁신 TF 3.0’ 실무를 맡고 있는 이봉현 에디터는 “아직 세부적인 내용들은 공개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오는 30일 회사 경영설명회 자리에서 혁신안 내용을 공개하고 다음달 2~3일경 편집국 기자들을 상대로 매뉴얼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스 이용자의 소통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디지털 퍼스트’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중앙일보의 디지털스토리텔링 뉴스 ‘누드, 흑심 만나다’.

디지털 부문에서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 왔던 경향신문은 지난달 21일 온라인 전략에 대한 편집국 워크숍을 가진 뒤로 본격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신임 편집국장에 지명된 박래용 내정자는 “온라인은 디지털뉴스국만의 소관이 아니다”라며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고 빠르게 전진하기 위해서는 부장과 데스크의 사고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 편집국 부장들은 지면을 만드는 ‘지면 부장’에서 부원들의 뉴스, 블로그, SNS를 총괄하는 ‘콘텐츠 부장’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미하나마 현장에서의 변화도 감지된다. 경향의 경우 오프라인 부서의 기자들이 낮 시간대 발생한 뉴스를 온라인에 먼저 송고하는 일이 많아졌다. 경향 디지털뉴스팀의 한 기자는 “연합뉴스를 보고 기사를 쓰는데 해당 부서에서 기사를 보내와 킬 되는 경우도 있다”며 “갈수록 온오프 경계가 없어지면서 예전보다는 업무 압박이 낮아진 편”이라고 말했다.

종이신문 위주 사고 ‘걸림돌’…인력난도 여전
하지만 전반적인 조직문화 변화의 뒷받침까지는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여전히 대다수 신문사의 편집국은 종이신문 위주로 돌아가고, 온라인 업무는 소수의 인력이 전담하는 구조다. 이를테면 정부가 담뱃값 2000원 인상 추진 계획을 발표한 다음날, 신문 1면에 ‘뻔한’ 스트레이트 기사가 나가는 식이다. 종합 일간지 한 기자는 “이미 전날 인터넷에서 다 소비된 뉴스를 1면에 스트레이트로 내보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차라리 해설이나 분석 기사로 소화하는 게 맞지 않냐”고 지적했다. 신문 제작 종사자들의 사고방식이 여전히 이용자가 아닌 ‘생산자’ 중심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한국일보도 지난 7월 지면을 개편하며 속보성 스트레이트는 온라인에서 소화하고 지면에선 심층·기획기사를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국제부 등 일부 부서를 제외하면 여전히 뉴스 생산이 지면 마감 시간에 맞춰 이뤄진다는 지적이다. 한국일보는 웹사이트 활성화와 기자들의 온라인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1주일 동안 가장 많은 트래픽을 올린 기사를 쓴 기자 2명을 선정해 20만원씩 지급하는 ‘이벤트’도 도입했으나, 다수의 기자들 반응은 시큰둥했다. 


▲CMS 개편과 함께 달라진 파이낸셜뉴스의 웹사이트.

인력 지원이나 투자도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는 형편이다. 한국일보는 기업회생절차 지연으로 인력 충원도 덩달아 미뤄지면서 소수의 담당자들이 개발·관리·운영 등을 전담하며 악전고투 하고 있다. 한국일보 디지털뉴스부 구성원은 기자와 개발자, 디자이너를 포함해 14명에 불과하다. 디지털뉴스국 전체 구성원이 27명으로 비교적 여유 있는 편인 경향신문의 경우도 주7일, 하루 20시간 가까이 온라인을 관리하다보니 업무 하중이 많은 편이다. 경향 디지털뉴스팀 기자는 “‘적정 인원’이 아닌 ‘최소 인원’으로 버티다 보니 한 명만 빠져도 큰 일이 난다”며 “더 탄탄해지기 위해선 더 많은 인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직개편 없이는 ‘디지털 퍼스트’ 불가능”
한겨레는 소셜콘텐츠팀과 온라인라이터가 온라인 기사 생산을 주로 맡고 있다. 온라인라이터는 편집국 각 부서에서 1~3주씩 파견되는 형태인데, 3명(팀장 제외)의 팀원과 1명의 온라인라이터가 매일 쏟아지는 온라인 이슈에 대응하느라 허덕이기 일쑤다. 한겨레 한 기자는 “디지털 퍼스트를 얘기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걸 체감하거나 시급성을 느끼지는 못하는 것 같다”면서 “혁신안도 자체 온라인 콘텐츠 생산에만 방점이 찍혀 있고 출고(오프라인) 부서의 온라인 선출고를 강제하는 방안이 없어 불완전한 형태에 그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디지털 혁신의 바람이 신문업계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하는 한계도 지적된다. ‘디지털 퍼스트’에 관한 논의가 주로 온오프 통합 편집국을 운영 중인 일부 언론사 등에 국한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한 기자는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혁신 실패담에서 출발한 ‘혁신보고서’의 교훈을 이렇게 설명했다. “왜 뉴욕타임스마저도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가? 바로 뉴욕타임스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최고’라는 그 자부심이 변화를 막는 이유다.”


이 기자는 “위에서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고경영자와 편집국장의 의지, 조직개편이 합쳐지지 않는 이상 신문에 최적화된 구조로는 디지털 퍼스트로 갈 수 없다”며 “리더가 방향을 정하고 조직부터 바꿔야 한다. 옛날 업무 프로세스로 만들어진 조직을 바꿔야만 뉴 프로세스 실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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