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높은 언론인 금고, 두번 좌절하는 언론인

주·월간지 지원 제외…91개 언론사만 혜택
신용등급 낮다고 거부…지난해 불용액 118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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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 올라온 A주간지의 3년차 B기자는 최근 전세금을 대출받기 위해 언론인금고의 문을 두드렸다. 타사 선배가 시중보다 금리가 싸다며 적극 추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원사 기자가 아니라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회원사 가입을 묻는 그에게 담당자는 가입기준에 의거, 주간지는 회원사로 가입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그는 언론인금고 대출을 포기하고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전세금을 마련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언론인금고를 운영하면서 주간지 및 월간지 기자들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지원 자격이 있어도 까다로운 신용등급 조건을 내세워 대출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부가 2012년 100억원을 출연해 언론인금고 재원이 280억원을 넘어섰으나 매년 100억원 가까운 예산을 사용하지 않아 대출이 절실한 언론인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주·월간지 기자들은 언론인금고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언론재단이 신문협회, 방송협회, 기자협회, 인터넷매체협회에 가입된 일간신문사, 통신사, 방송사, 인터넷매체에게만 가입 자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B기자는 “왜 일간지, 통신사 기자는 대출이 되고 주간지 기자는 안 되는지 모르겠다”며 “기준이 제멋대로인 것 같다”고 했다. 


자격조건이 충족되더라도 미미한 홍보 탓에 일부 언론사만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기자협회 회원사만 180개지만 언론인금고에 가입한 회사는 그 절반 수준인 91개다. 정기적인 가입 기간과 안내 없이 알음알음 신청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인금고 회원사가 아닌 C방송사의 국장급 D기자는 “언론인금고의 존재는 알고 있는데 다른 기자들이 모두 알고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며 “필요 없어서 신청을 안 하는 건지도 파악이 안 된다”고 말했다. 


91개 회원사 기자라고 하더라도 모두 혜택을 보는 것은 아니다. 신용등급 6등급 이상의 자격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대출이 제한된다. 서울보증보험과의 협약에 따라 신용등급 7~10등급은 변제가 어렵다고 판단해 언론재단이 대출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언론재단으로부터 제출받아 밝힌 ‘언론인금고 운영자료’에 따르면 2010~2012년 3년간 언론인금고에 대출을 신청한 언론인 4264명 중 740명(17.4%)이 대출을 거부당했다. 


언론재단 관계자는 “변제를 못 하면 보증보험 수수료가 올라가고 그렇게 되면 후에 신청하는 사람들이 보증보험 가입 시 높은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며 “미래의 융자 신청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변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인 기자에게는 대출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금고 재원이 부족하지 않다는 점이다. 2012년 언론재단이 100억원을 신규 출연해 예산이 280억원을 넘어섰으나 언론인금고의 불용액은 매년 100억원에 달한다. 2012년의 경우 249억5000만원 중 141억9560만원만 집행돼 107억5440만원(43%)이 남았으며, 2013년에도 259억8000만원 중 141억4560만원이 집행돼 118억3440만원(46%)이 금고에 쌓였다. 올해는 6월 말 기준 44%가 집행돼 158억1700만원이 불용된 상태이다. 


언론재단 관계자는 “2012년 이전에는 예산이 모자라 순서를 정해 경쟁을 붙였다”며 “그 당시 탈락한 분들만 100억원 신규 출연 이후 대출을 받고, 나머지 돈만큼 불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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