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KBS 이사장 "나에 대한 자격시비 그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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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신임 KBS 이사장. (뉴시스)

뉴라이트 학자 출신 이인호 KBS 이사장이 자신의 역사관이 왜곡됐다는 지적에 대해 “70~80년대 편향된 운동권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나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인호 이사장은 17일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한 KBS 이사회에서 “나의 자격시비에 대한 논쟁은 그만 두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 이사장은 이날 신상발언을 통해 “역사에 관한 제 인식이나 정서가 국민과 같지 않아서 부적격이라는 주장이 있다”면서 “그것은 사실이 아니고 민주화투쟁이 지식인들의 핵심과제로 등장했던 70년대 80년대에 대학을 다니며 심하게 편향될 수밖에 없었던 그 당시의 운동권 교육을 받았던 일부 정치인들이나 국사학교수, 교사들 그리고 그 영향을 받은 일부 언론인들의 역사인식이 제 인식과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사학자 또 교수로서의 제 책임과 잘못은 386세대를 중심으로 후속세대의 역사학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정서가 역사지식의 부족으로 반체제 쪽으로 편향되어 가는 것을 막지 못하고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데 있지 그들과 다른 역사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데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이사장은 “제 역사관이나 가치관은 그동안 제가 걸어온 길을 통해 모두 상세하게 드러나 있기 때문에 새삼 얘기를 해야 할 필요도 없다”면서 “KBS 이사장 자리에 제가 사상적으로 역사관으로 보아 부적합하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은 KBS가 어느 나라의 방송이라고 생각하는지 되묻고 싶다”고 일갈했다.


친일·독재를 미화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터무니없다”면서 “국가적 정통성을 부정하는 좌편항적 역사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비판의 대상에 올랐을 때 저는 사상과 학문의 자유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했던 사람이고, 그때 바로 그런 논리를 내세워서 색깔론 공세를 멈추라고 하던 바로 그 사람들이 지금 제 역사관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면서 공격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비통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시대를 앞지르는 진보적 민주주의 사상을 가진 독립 운동가”이자 “부정부패에 항거하여 자기의 퇴진을 요구하는 학생들을 결코 나무라지 않고 오히려 칭찬하며 병원으로 부상자를 위문 갔던 지도자”라고 추켜세웠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정치 제도적으로는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독재자였지만, 그 독재를 통해 경제 발전을 촉진시킴으로서 민생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민주주의가 꽃 필수 있는 사회경제적 토대를 마련한 인물”이라며 “긍정적 부정적 측면이 다 있다”고 평가했다.


보도·프로그램에 대해 적극적인 개입 의지를 밝힌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이 이사장은 “방송은 독립성 공공성을 보장해야 되기 때문에 이사들은 프로그램에 대해서 논평도 비평도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편성과 보도는 다른 경영과 마찬가지로 사장에게 위임된 권한이고 이사회가 거기에 직접 관여할 일은 없겠지만, KBS 구성원 모두가 KBS가 생산하는 방송 모두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늘 살펴보는 것이 바람직하며 잘 잘못에 대해서 이사들이 최종적으로 책임을 져야 된다”며 ‘사후평가’ 의지를 나타냈다.


이 이사장은 앞서 지난 12일 KBS 야당 이사 4인이 조부의 친일 행위와 과거 독재 정권에 대한 견해,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교회 강연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이를 비판하면 제 정신이 아닌 사람”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직접 설명을 요구하며 보낸 공개 질의에 대해 ‘사상검증’이라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이에 야당 이사들은 17일 이 이사장에게 재차 답변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사회에 불참했다. 지난 5일 이사장 선출을 위해 열린 이사회부터 이사장 취임 후 첫 이사회까지 여당 이사들만 참석한 가운데 ‘반쪽’으로 열리면서 이사회 파행이 장기화 될 조짐이다.


한 야당 이사는 자신의 역사관이 편향되고 왜곡됐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으니 황당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런 편향된 역사관으로 방송 프로그램에 영향력을 끼치려 한다면 큰 문제가 될 것이라며 토론하고 논의할 수 있다는 식으로 얘기는 했는데, 방송에 어떤 식으로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미치려 할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야당 이사들은 이날 이 이사장 발언을 두고 논의를 거쳐 향후 이사회 참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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