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식 서울시의원, 강서 재력가 청부살인 사건

제287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 1부문 / 한국일보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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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정지용 기자

“한국일보는 이번 보도로 많은 것을 잃었다.”
김형식 서울시의원 청부살인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공공연히 불쾌감을 드러냈다. 본보가 7월12일 살해당한 재력가 송 모씨의 뇌물장부에 수도권 한 지검에서 근무 중인 A부부장 검사의 이름이 있다고 기사화한 뒤다. 우리는 A검사가 남부지검에 근무할 당시 송 씨로부터 10여 차례에 걸쳐 수천만 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본보는 이미 신뢰할만한 복수의 취재원으로부터 사실관계를 확인한 터였다. 그럼에도 검찰은 “장부에 현직 검사의 이름이 기재된 것은 맞지만 두 차례 300만원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는 A검사에 대한 수사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말이기도 했다. 이후 보도는 본보와 검찰의 진실게임으로 비화했다.


1차 수사를 맡았던 경찰이 나섰다. 서울경찰청은 “해당 검사가 장부에 10여 차례 등장하고 금액도 1000만원 이상”이라고 밝혔다. 결국 검찰은 7월15일 검경 합동회의를 거쳐 “해당 검사 이름의 장부 기재 횟수는 10회, 금액은 1780만원”이라고 백기를 들었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본보 기자에게 “살인 청부 수사에 힘을 집중해 장부 수사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며 “뇌물 장부를 본격 수사했다면 얘기가 달랐을 것”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과연 본보가 뇌물 장부를 보도하지 않았다면 A검사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었을까? 장부 내역이 사실로 드러나자 여론을 의식한 듯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나서 A검사에 대한 감찰을 벌였다. A검사는 송 씨로부터 징계시효가 지나지 않은 800만원을 받은 사실이 밝혀져 면직이 청구됐다. 하지만 검찰은 “대가성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그를 기소하지 않았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는 여전했다.


본보와 검찰의 진실게임에 이목이 쏠려 애초 의도했던 토착경제인과 정·관계 유력인사들의 뿌리 깊은 공생관계 문제가 크게 이슈화 되지 못한 점은 아쉽다. 현재 검경은 해당 검사 외에도 장부에 오른 다른 유력 인사들을 상대로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책임감을 가지고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 “쫄지 말고 쓰라”고 응원해 준 한국일보 경찰팀에 감사한다. 사회부장과 경찰팀장이 아니었으면 나올 수 없는 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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