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 5범 이상 소년범 1만명

제287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 중앙일보 위성욱 기자

  • 페이스북
  • 트위치

▲중앙일보 위성욱 기자

‘전과 5범 이상 소년범 1만명’ 기사는 지난해 10월 취재를 시작했다. 기사가 7월에 나갔으니 9개월이라는 산고의 시간이 있었다. 당초 기사는 12월 말이나 1월쯤 보도를 목표로 시작됐다. 하지만 소년원과 교도소에 대한 취재는 쉽지 않았다. 가까스로 법무부의 취재허가를 얻었으나 소년원과 교도소에서 취재원과 일정을 놓고 또 한참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취재가 계속될수록 해야 할 일이 늘었다. 당초 ‘자신의 나이보다 전과가 많은’ 아이들만 만나면 어느 정도 얼개가 나올 것 같았는데 취재를 하면 할수록 범위가 넓어졌다. 소년원과 교도소뿐 아니라 일반 보호시설과 보호관찰소까지 들러야했다. 


그렇게 어느새 해를 넘겨 2월이 됐다. 취재가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생각한 순간, 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와 염전노예 사건 등이 잇따라 터졌다. 뒤이어 세월호 침몰사고,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 등 굵직한 사건 사고가 봇물 터지듯 발생했다. 소년범 특별취재팀 기자들이 이런 사건마다 투입되면서 소년범은 계속해서 뒷전으로 밀렸다. 


6월 중순쯤. 데스크로부터 다시 소년범 이야기가 나왔다. 사실 포기하고 싶었던 마음이 들 때 쯤이었다. 이렇게 방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정리해 기사로 내놓을까 앞이 캄캄했다. 까마득하게 잊혀가던 소년범들의 얼굴이 하나 둘 떠올랐다. 그들이 “제 이야기를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준 사람은 처음이다”라고 했던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그들이 나를 빤히 쳐다보며 “그런데 기자님. 저는 이제 교도소까지 왔으니, 그럼 군대도 못가고 취업도 안 되는 건가요. 그럼 저는 나가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라고 했던 말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게 다시 특별취재팀이 재결합을 했다. 3주 가까이 주말과 휴일도 반납한 채 막바지 취재에 몰두했다. 소년범 기사는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곧바로 법무부가 소년범 관련 대책을 내놓았다. 소년원과 교도소에서 한 끼 1500원짜리 밥을 먹고, 6명이 자야 할 방에 10명 이상이 자야 하는 일은 바뀌게 됐다. 초범에 대한 출소 후 관리도 좀 더 강화됐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여전히 소년범은 늘어나고 있고, 그들을 교화해 사회로 내보내는 시스템은 여기저기 허점을 보이고 있다. 아직도 써야할 소년범 기사는 남은 것 같다.

중앙일보 위성욱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