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YTN 불법사찰에 면죄부

국가기관 개입인정하면서도 권한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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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YTN 사찰 및 기자 체포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사법부가 위법하지 않다며 사찰을 정당화해 비판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35민사부(부장판사 이성구)는 노종면 전 노조위원장 등 YTN 노조원 4명이 불법사찰로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와 원충연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조사관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을 지난 5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들은 지난 2012년 11월13일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YTN노조를 탄압하고 와해시키려는 의도로 2008년 9월부터 관련 동향을 광범위하게 사찰,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불법사찰을 토대로 검경이 동원돼 기자들이 불법 체포되고 해직사태가 장기화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YTN 사찰 및 기자 체포에 개입한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 같은 ‘권한’이 있다고 판단했다. 경찰이 2009년 YTN 총파업 전날 노종면 전 위원장 등 4명을 긴급 체포한 데 대해 “국가기관과 협의해 체포영장을 신청한 내용이 있다”면서도 “(총리실)사무와 관련된 것으로 위법하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언론사 사찰이 총리 직무 보좌, 중앙행정기관 지휘ㆍ감독 등 총리실 사무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소송을 제기한 임장혁 YTN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장은 “불법사찰로 수집한 정보를 이용해 정권에 부담이 되는 ‘낙하산 사장 반대’ 파업을 방해하고 탄압을 자행했다”며 “권력기관의 체포 지시와 압력 자체가 정치적 목적으로 부당하다는 것인데 권한이 있다는 것은 정권 차원의 불법(사찰)을 용인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미 YTN 사찰과 관련해 수많은 문건이 공개됐고, 이번 공판 과정에서 사찰 관련 사실이 입증됐지만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1월 3차 공판에서 김기용 전 남대문경찰서장은 “공직윤리지원관실 2명의 사찰팀원이 2008년 9월 찾아왔다”며 “YTN노조의 사장 출근저지에 신경을 안 쓰냐고 지적했다”고 증언했다. 2008년 9~10월 원 전 조사관이 YTN 인근으로 출근하다시피한 정황과 상통하며, YTN 노조 전현직 간부 실태 등이 적힌 ‘원충연 수첩(2008년 작성)’이나 ‘YTN 최근 동향 및 경영진 인사 관련 보고(2009년 작성)’ 등 원 전 조사관의 사찰을 증명하고 있다. 임 위원장은 “불법사찰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경찰은 2009년 체포 당시 파업 저지가 이유가 아니라고 했지만, 비슷한 시기에 작성한 통신사실 조회 신청서에서는 ‘파업’을 적시하며 ‘체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법원도 “파업 가담 저지 목적의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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